1920년대부터 본격화된 일본인의 미국 이민에 대해,
 흑인들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인 사업가들
 은, 당시 캘리포니아의 흑인 발행 지방紙에 자주 광
 고를 실어 주었다. 예를 들면, '大阪(오사카) 실크 工
 業社', '미카도 세탁소' 등 여러 일본인 업체가 광고
 를 주었다. 아울러, 현지의 일본계 지방紙는,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한편, 흑인에 대한 린치(私刑)를
 비판하는 기사를 자주 게재했다.
 
 피부색으로 인종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 당연시되던
 인종차별의 시대에,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일본계
 병원에는 두 명의 흑인 의사가 근무했다. 이와 관련
 해 '캘리포니아 이글'紙는 이렇게 썼다.
 
 <거의 대부분의 병원이 흑인 의사에 대해 문호를 굳
 게 닫고 있는데, 일본계 병원은 모든 인종에게 의사
 문호를 개방했다. 이는 기쁜 일이다. 환자 입장에서
 같은 人種의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으면 안심이 되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 일본인의 이미지
 는 미국 현지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권운동가인 미국 흑인 '듀보이스'는 1936년에 중국
 과 일본을 각각 15일씩 여행했다. 백인사회가 유색 인
 종에게 끼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듀보이스
 의 이때 경험들은 '피츠버그 클리어'紙에 컬럼으로
 연재되었다.
 
 중국 상해에서의 일이었다. 듀보이스는 바로 눈 앞에서
 네 살짜리 백인 아이가, 중국인 어른 세 명을 향해 거만
 한 태도로, 길을 빨리 비킬 것을 명령하는 광경을 목격
 하게 되었다. 그러자, 중국인 어른 세 명을 뒤를 돌아보
 더니 백인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당황하여 급히 길
 을 비켜주었다. 듀보이스는 이러한 장면을 보고, 크게
 낙담했다. 이런 장면은 미국 남부에서 흔히 보게되는 것
 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세계 유수의 대도시인 상해
 가 백인의 영향권에 들어가더니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듀보이스는 다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는데, 애초 중국과
 별 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는 일본에서 전혀 다
 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일본 제국호텔에서였다. 듀보
 이스는 프론트에서 체크 아웃(호텔 비용 계산)을 진행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형적인 미국 백인 여성이 오더
 니 언제나 그러하듯 당연한 태도로, 체크 아웃을 진행
 중인 듀보이스의 앞자리로 끼어들었다. 오늘날에는
 무례한 행동에 해당하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런데, 호텔 프론트의 직원은 중간에 끼어든 이 백인
 여성에게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고, 듀보이스의 체크
 아웃 절차를 그대로 정중하게 진행했다. 그리고 절차
 가 다 끝난 후 직원은 듀보이스를 향해 재차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최종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나서야 직원
 은 그 거만한 백인 여성을 향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비로소 체크 아웃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
 했다.
 
 거기서 듀보이스는, 당시 백인이 지배하던 대부분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바로 일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조국인 미국도 나에게 푸대접
 을 하는데, 일본인은 진심으로 흑인인 나를 정중하게
 대해 준다'는 생각을 하며, 이후로 듀보이스는 일본
 매니아가 되었고, 특별히 일본을 가리켜 '유색인종에
 의한, 유색인종의, 유색인종을 위한 나라'라고 언급
 했다.
 
 
 '우리를 인간으로서 환영해준 곳은, 아프리카와 일본
 밖에 없다.'
 
 미국 흑인 재즈 연주가로 유명한 아트 블래키(드럼 연
 주)가 한 말이다. 1961년 아트 블래키 재즈 그룹 일행
 은 일본 땅에 처음 도착하게 되었다. 일본 공항 도착
 당시 아트 블래키 일행은, 자신들의 음악이 이미 일본
 국영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방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서 '정말인가? 거짓 아닌가?'라며 반
 신반의했다. 그 같은 방송은 미국에서도 없었던 일이
 었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밤 10시에 도착하는 아트 블래키 일행을 환
 영하기 위해 많은 일본인들이 꽃다발 등을 준비해 무
 리를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아트 블래키는 '누군가 유
 명한 사람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나 보다'라고 생각
 했다. 그런데 그 환영 인파가 사실은 자신들을 위한 것
 임을 알게 되고나서, 아트 블래키는 그만 울음을 터트
 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 일본인이 다가왔다.
 
 '미스터 블래키,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저와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주실 수 없을까요?'
 '뭐라고요? 정말요?'
 '물론입니다. 부디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흑인인데…저와 같이 사진 찍어도 정말 괜찮나요?'
 '아무 상관 없습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인기 있는 재즈 스타였지만 자신의 조국인 미국에서 아
 트 블래키는 심한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적도 인종도 전혀 다른데도, 자신들의 음악을 오직 좋
 아해 주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일본 땅에
 서의 이런 경험은 그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아트 블래
 키는 일본 공연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는데, 일본만큼
 나의 가슴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 나라는 없다. 우리
 연주를 듣는 태도는 물론,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일본만
 이 유일하게 우리를 인간으로서 환영해 주었다. 일본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우리를 대해 주었다.'
 
 아트 블래키는 그 이후로 열광적인 일본 매니아가 되었
 고, 일본 여성과 결혼하여 1990년 세상을 뜰 때까지
 자주 일본을 방문했다.
 
 https://youtu.be/VkjRoTh0ktU
 https://youtu.be/C5YsJTWDL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