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항일(抗日)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습근평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성루에 서 있는 모습. 시진핑 주석 오른쪽으로 푸틴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스탄 대통령,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서 있다(사진: gettyimages.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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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번 ‘전승절’ 참가국이 총 49개국이며, 이들 국가 중 한국을 포함해 30개국(기사 하단 자료 참고)의 국가원수·정부수반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은 習近平을 필두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함께 나란히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모습을 집중 조명하며 “韓中 우호 관계 구축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30개국 정상들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習近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이번 전승절을 보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

중·러 등 6개국 주도 '상해협력기구', 反 NATO 성향 기구

朴 대통령을 제외하고 군사 퍼레이드에서 습근평과 가장 가까이 서 있던 인물들은 모두 ‘상해협력기구(上海協力機構, SCO)’ 정회원 국가의 지도자들이다. 상해협력기구는 2001년 7월14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6개국이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이다.

상해협력기구의 母體는 1996년 4월26일 중국 상해에서 중국과 접경한 舊소련내 4국(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5국 정상(일명: 상하이 5개국)이 최초로 모여 회의를 개최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회담에서 이들 국가는 국경지역에서의 신뢰구축을 통한 안정 확보 및 우호 왕래를 목적으로 ‘국경지역의 군사적 신뢰 강화에 관한 조약(Treaty on Deepening Military trust in Border regions)’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국경지역의 군대는 상호 공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하지 않고 군사훈련의 규모 범위 및 회수를 제한고 국경 100km 내의 중요한 군사활동을 상호 통보하며 실제 군사훈련을 상호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위험한 군사활동을 예방하며 국경지역 부대 간의 우호왕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인용: 김덕주, <상하이협력기구의 현황과 발전전망>, 「주요국제문제분석」, 외교안보연구원)

美國 주도의 ‘전역 미사일 방어 체제(TMD)’ 반대

본격적인 상해협력기구의 출범을 앞두고 2000년 7월 타지키스탄 수도인 두산베에서 열린 회담에서 ‘상하이 5개국’ 정상들은 ‘두샨베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5개국은 “국제문제나 지역문제에 대한 기존 해결 관행을 일국이나 국가집단의 입장에 맞게 돌리려는 시도는 現 세계에 대한 정치적인 도전”으로 규정하고 다극화 세계질서의 구축과 미국-러시아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反美적 성격이 짙은 ‘두샨베 선언’은 “亞太 지역에 구축될 (미국의) 전역미사일 방어(TMD) 체제는 지역 안정 및 안보를 해치고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대만을 포함시키는 TMD 체제 구축을 구상했던 미국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 온 중국의 입장이 공식 지지를 받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전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의 경우 옵서버 자격으로 두샨베 회담에 처음 참석).

北, '상해협력기구' 관련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 유지

舊공산권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된 상해협력기구는 기존 ‘정회원 6개국’에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이 정식 회원국(2015년 7월)으로 가입했다. 현재 이란, 아프가니스탄, 몽골, 벨라루스 4개국은 ‘準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터키와 스리랑카는 ‘협력 파트너’, 투르크메니스탄, 독립국가연합(CIS),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초청국가’이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네팔은 ‘대화 상대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는 상해협력기구 설립국 6개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했다. 특히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몽골, 파키스탄 등의 국가들은 이번 열병식에 자국 군대를 직접 참여시켰는데, 이들 국가 모두 상해협력기구의 정회원·準회원국이다. 북한은 현재 상해협력기구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이들 국가와 모두 친밀한 관계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자료] 中國 공산당 주최 전승절 지도자급 참석 30개국 명단

▲ 상해협력기구 정회원 및 準회원국(8개국): 러시아(대통령), 카자흐스탄(대통령), 키르기즈스탄(대통령), 타지키스탄(대통령), 우즈베키스탄(대통령), 파키스탄(대통령), 몽골(대통령), 벨라루스(대통령).

▲기타(22개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주석), 캄보디아(국왕), 체코(대통령), 콩고민주공화국(대통령), 이집트(대통령), 라오스(주석), 미얀마(대통령), 대한민국(대통령), 세르비아(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 수단(대통령), 동티모르(대통령), 베네수엘라(대통령), 베트남(주석), 에티오피아(총리), 바누아투(총리), 아르헨티나(부통령), 쿠바(제1부주석), 알제리(민족원의장), 폴란드(하원의장), 북한(노동당 비서), 태국(부총리).

이외에 호주, 브라질, 프랑스, 포르투갈, 인도, 이탈리아, 리비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튀니지, 뉴질랜드, 싱가포르, 영국 등 13개국은 장관급 인사 파견. 캐나다, 독일, 룩셈부르크, 파푸아뉴기니, 미국, 유럽연합(EU)은 중국 주재 대사를 정부 대표 자격으로 행사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