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지며 항의했던 북한 인권단체 대표 정창옥(57)씨가 광복절 집회에서의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정씨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소명자료가 제출돼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정 씨가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영장을 신청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쪽으로 이동하던 중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정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함께 체포된 시민 4명은 당일 귀가 조치됐으나, 경찰은 정씨에 대해서만 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 20여 명이 앞을 가로막아 피해 가려 했는데 경찰이 팔을 잡고 이동을 방해하는 것을 뿌리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가슴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체포됐다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구속 위기를 면했으나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영장 기각 사유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한 달 사이 법원은 같은 인물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씨가 인멸할 증거라는게 무엇이 있을까? 경찰이 당시 현장을 체증한 증거가 있을 텐데 이것을 어떻게 정씨가 인멸한다는 말인가. 집회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거나, 조직적인 폭행 선동이라도 있었다는 것인가?

집회 현장에서의 폭력과 공무 집행 방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체가 민주노총이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1~2명의 경찰을 여러 명이 둘러싸 집단 구타하기도 했고,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기도, 전국 관공서를 무단 점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현장에서 연행돼 불과 몇 시간만 조사받다가 풀려났다. 풀려난 자들이 경찰서 앞마당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경찰을 조롱하는데도 경찰은 그냥 넘겼다.

그랬던 경찰이 이 정도 항의와 폭력은 그냥 넘기지 못하고 두 번의 영장 청구 끝에 결국 구속시켜 버렸다. 정씨가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면 경찰은 과연 이렇게 나왔을까?

한편 같은 집회에서 차량을 몰고 경찰에 돌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씨는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날 이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경찰관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사실은 인정되나 증거가 모두 확보되어 있고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과 직업, 가족관계 및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15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 승합차를 몰고 집회 현장의 경찰과 시위대 쪽으로 돌진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들이 몸을 피해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