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트럼프, 상원을 잃다(Trump Loses the Senate)”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부제는 “그가 선거 후 부린 성질이 정부를 좌파에게 건네주다(His post-election tantrums hand the government to the left)”이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선거부정 주장으로 선거에 대한 신뢰도가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조지아주 공화당원의 투표율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좋게 표현하면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이기주의가 조지아주의 패배를 불러일으킨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트럼프가 자신 없이는 권력을 잡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공화당에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상원을 민주당에 내어준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으로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지배하게 됐는데 이에 따른 대가가 너무 크다고 했다. 관련 사설을 전문(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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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6일 조지아주 두 명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칼 로브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 수 있다(注: 공화당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인물).
이기고 싶다면 유권자들에게 이들의 투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또한 지난 선거가 도둑맞았고 조지아의 공화당원이 이런 절도행위에 가담했으며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이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대통령을 가졌으면 안 된다. 이렇게 말해놓은 대통령은 이들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 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자신을 위한 국민투표로 만들어 공화당 상원에 피해를 줬다. 이 선거는 민주당이 의회 양원과 행정부 모두를 차지하는 것을 막는 국민투표가 됐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는 트럼프가 11월 선거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말하기 시작하며 희석되거나 아예 사라졌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나 승리를 하기 위해 가능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이런 주장을 했다.
조지아의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예상대로 결선투표 투표율은 대다수의 지역에서 11월 선거보다 줄어들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역의 투표율이 민주당 성향 지역의 투표율보다 더 낮아졌다. 11월 선거에서 바이든을 뽑은 교외지역 거주자들도 공화당 현역 의원 켈리 로플러와 데이비드 퍼듀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두 공화당 후보 모두 강력한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퍼듀는 11월 선거에서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를 8만8000표 차이로 앞섰다. 결선투표를 거의 피할 수도 있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1만7500표 차이로 패배했다. 오소프는 11월 선거 당시 코브 카운티에서 54%를 받았다. 결선투표에서는 55.8%를 받았다. 애틀란타 인근인 그위넷 카운티의 경우 오소프는 11월 56.8%를 받았으나 이번엔 59.9%를 받았다. 이 지역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우세한 곳이었다.
트럼프는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2000 달러를 지급하자고 주장하며 공화당에 피해를 줬다. 공화당 상원은 600 달러로 결정해놓은 상황이었다. 트럼프의 협상팀은 결국 600 달러 지원 방안을 승인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과 존 튠 의원이 조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어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거절하자 이들에게 반격을 하려 했던 것 같다.
본질은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이기주의를 위해 상원을 민주당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이는 관대한 해석이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트럼프는 공화당이 상원을 잃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자신의 도움이 없으면 권력을 잡지 못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트럼프는 예상대로 조지아 참사의 책임을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는 맥코넬이 2000 달러 지원 방안을 통과시켜야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지원금을 문제로 삼으며 민주당 라파엘 워녹과 오소프 후보에게 도움을 줬다.
트럼프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무장관도 비난하고 있다. 이들이 11월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투표지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라펜스퍼거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을 하고 협박을 했다. 하지만 공화당을 분열시킨 싸움을 시작한 쪽은 트럼프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널리 퍼졌다. 트럼프가 자신의 당과 싸움을 시작한 12월 말부터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자들의 패배는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유권자들은 11월 트럼프를 축출시켰다. 그러나 하원에서의 민주당 우위 격차를 줄였고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한 석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렇게 조지아주의 선거만을 기다리게 됐다. 공화당은 2000년 이후 조지아에서 상원의석을 빼앗긴 적이 없다.
2020년 선거 결과는 트럼프 연합체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는 소수인종과 중산층의 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동자 계층과 시골 주민들의 표를 받았지만 교외지역에서 표를 잃었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은 2018년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었고 2020년에는 백악관과 상원마저 잃었다.
미국은 이에 따른 결과를 인내해야만 할 것이다.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상하원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은 공화당의 동의 없이 모든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세금을 인상할 수도 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8월에 확정된 각종 규제완화 조치들이 폐지될 수도 있다. 민주당 투표만으로 모든 후보와 판사들의 인준을 통과시킬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시 시도를 다 막을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 정책은 왼쪽으로 급격하게 쏠릴 것이다. 민주당 내의 급진주의자들을 막아낼 조 바이든의 힘이 줄어들 것이다. 이들 급진주의자들은 조지아주의 승리로 더욱 견고해졌다.
우리는 공화당이 앞으로 2년간 트럼프로 인한 패배를 잘 기억해두기를 희망한다. 이 기간 세금과 전기료가 올라갈 것이고 경제는 정치권에 의해 휘둘릴 것이다. 트럼프의 파괴적인 행동, 특히나 선거 패배 이후 보여준 행동은 자신이 쌓은 업적 대부분을 지워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