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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연말 모 단체의 초청으로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핵과 미사일)의 실체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PPT 32페이지, A4용지 3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었다. 단체에서 요구했던 조건은 記者가 아는 모든 내용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정보와 함께, 전혀 다뤄지지 않은 안보 문제를 15명의 단체 핵심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최근 등장하는 북한의 SLBM, 핵잠수함 관련 자료까지 공개했다. 아울러 향후 3년 이내에 북한이 공개하게 될 무기체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記者의 브리핑이 끝난 후 모두 걱정하는 얼굴이 역력했다.

A회원은 “일반적인 현상만 가지고 너무 비관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B회원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노인들에게 너무 적나라하게 알리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또 다른 C 회원은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을 환기시켰다.

회원 모두 연세가 지긋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대꾸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단체 회장 되는 분은 記者의 브리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실적인 답변을 원하시는 겁니까? 전쟁이 정말 걱정되신다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일정 재산과 자녀들을 아예 해외로 보내십시오. 이미 한국을 뜬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전쟁 발발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많은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 계신 만큼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바쁘시더라도 안보문제에 늘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어떤 회원께서는 ‘미국이 절대로 한국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동맹은 피를 함께 흘려야 동맹입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이 미국과 함께 전쟁터에서 피를 흘린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때문만으로 향후 미국이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韓美동맹이 약화되고 美日동맹이 강화되면 韓美연합사 대신에 ‘美日연합사’가 생길 겁니다. ‘제2의 에치슨라인’을 우리 스스로 긋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항상 전쟁에 대비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 군사학자들이 쓰는 용어 가운데 '투키디데스의 덫(Thucydides's trap)'이라는 표현이 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원인을 신흥강국 아테네가 기존강국 스파르타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새로운 힘이 부상하고 기존 세력이 이를 두려워할 때 이것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덫’ 이론은 긴장관계에 있는 남북한에 그대로 적용된다. 남한이 북한을 두려워하면 전쟁은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다.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는 가운데 통일의 길도 열릴 듯하다. 다만 피를 흘리지 않는 공짜통일은 없다.

김필재/spooner1@hanmail.net/(20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