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者가 체류 중인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 소재 메리어트 호텔 앞 전경/조갑제닷컴

美 대륙의 4분의 1을 덮쳤던 초대형 ‘눈폭풍(blizzard)’이 24일 새벽을 기점으로 잦아들기 시작해 새벽 1시30분경(현지시간, 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30분) 완전히 그쳤다.

美 언론은 이번 눈폭풍에 대해 기록적인(historic), 또는 ‘스노마겟돈’(Snowmageddon·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번 눈폭풍은 유례없이 따뜻한 12월 날씨를 맞은 뒤, 美 중동부 지역에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린 폭설이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워싱턴 D.C. 일원에 초속 80㎞의 강풍과 더불어 60㎝의 가량의 눈이 쌓였다고 한다. 1922년 1월 71㎝의 적설량도 이번 폭설로 기록이 깨졌다. 

워싱턴 일부 지역은 75㎝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버지니아 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100㎝의 눈이 쌓였다고 한다. 記者가 체류 중인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 일대에도 60cm가량의 눈이 내렸다.

앞서 뉴욕시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비상사태(emergencey, 美 동부 11개 주)’를 선포하며 “이 시각 이후 도로를 운전하고 다니면 체포할 수도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뉴욕 주지사는 이날 오후부터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교통의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記者의 한국행 비행편을 포함해 9290건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美 기상예보관은 “시간당 3인치(약 7.5㎝)씩 눈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번 눈폭풍은 매우 역동적이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美 연방 정부는 일주일 전부터 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폭설의 위험’을 경고했다. 정확한 예보 덕분에 인명피해는 24일 현재까지 17명으로 재난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시속 100㎞의 강풍으로 인해 곳곳에서 전기가 끊어지는 등의 피해(뉴저지 주 등 13개주 20만 가구)가 속출했다고 한다. 85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이번 재난의 영향권(피해액 10억 달러)에 들어가 있었다. 뉴저지 주 남단 동부 해안에 위치한 ‘케이프 메이’ 지역의 경우 예상치 못한 홍수까지 겹쳐 지금 이 시간에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기사 작성후 촬영한 호텔 야외 주차장의 모습이다. 자동차들이 눈에 갇혀버렸다/조갑제닷컴

보도에 따르면 델라웨어에 불어닥친 시속 120㎞의 강풍으로 인해 6미터 높이의 초대형 파도가 발생,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불어난 바닷물로 인해 눈덩이와 함께 인근 케이프 메이 지역의 도로와 주택가를 덮쳤다고 한다.

재난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태도는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여유가 있다.

TV를 보니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記者의 경우 23일 오후 사람의 허리까지 눈이 쌓이자 애완견을 끌고 나와 산책을 시키는 시민을 목격했다. 래브라도 종의 큰 개로 눈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호텔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이 만원이었다. 호텔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신이 나서 음식을 나르는 모습을 보았다.   

거대한 대륙에 살면서 수많은 재난을 경험해서인지 미국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 같아 보였다. 記者의 경우 일본에서 3.11대지진을 겪었다. 이번에는 역대급 눈폭풍을 경험했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어떤 재난이 記者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조갑제닷컴 김필재/워싱턴 D.C. spooner1@hanmail.net
美 동부시간 1월24일 새벽 3시 기사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