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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운영했던 ‘남북문제연구소’가 1996년 발간한 <북한의 대남전략 해부>에 따르면 조총련이 1980년대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매년 평균 24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한국으로 보내 남한 학생운동권 지원 자금으로 쓰였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조총련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온 공작자금의 상당 부분은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언론계에 침투시키는데 투입됐다.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800여명이 양성되어 이 기간동안 매년 평균 100여명 꼴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젊은이들이 각 언론사에 침투됐다고 한다.

이 책에는 또 범민련 결성 후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 상공에는 ‘콜 사인(call sign)’이 틀린 조선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800여 계통의 怪電波(괴전파)가 교차됐는데, 이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북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가령 800여 계통의 전파 중 8할에 해당하는 640여 계통의 전파가 각각 한사람씩의 공작원에게 전달됐다면 적어도 640명의 공작원이 이 기간 동안 일본에서 암약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 한국의 反日감정과 일본의 嫌韓감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숙명적 이웃으로서 수천 년간 교류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다.

격한 감정에 휘말릴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야말로 현 단계에서 양국 국민에게 필요한 자세라 하겠다. 韓日간 선린우호의 궁극적인 방향이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서로 반목하는 여러 사안들의 중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북한의 ‘對南·對日 공작’이 있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韓日관계를 ‘재인식’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인들은 일본에 화산이 많다는 것만 알지, 일본 열도가 쓰나미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북한·중국 공산당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자유세력’이 일본의 공산화를 막는 ‘이념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 양국이 지리적으로 너무 가깝다보니 멀리 떨어져서 韓日 관계를 심층적으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