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기관이 추산한 IS의 하루 평균 수입이 3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사우디 등 걸프 왕국의 기부금이라고 한다.

사우디는 그동안 막대한 오일머니로 형성된 자금력으로 각종 재단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총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각국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사원과 재단에 기부금 형태로 지출했다. 기부금 중 15~20%가 알카에다나 IS와 같은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사우디 왕가의 목표는 오직 왕조의 유지뿐이다. 그러나 왕실이 석유 판매대금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개입이 줄어들면 사우디 왕조의 기반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가장 많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 왕조가 몰락할 경우 유가 급등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사우디 왕조는 전략적 제휴관계로 볼 수 있다. 현재 사우디에 주둔한 미군은 사우디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우디의 왕가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우디 왕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연령 중앙값(median)은 26세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젊다. 이들 젊은층이 유가하락으로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 사회 불만세력이 되어가고 있다.

일례로 알카에다의 90%, IS에 참여한 외국대원 2500명 이상이 사우디 출신이라고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정책에서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사우디 왕가와 불협화음을 냈다. 시리아 내전, 이란 핵문제, 이집트 쿠데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

만일 2008년과 같은 경제불황이 또다시 닥치면 사우디 왕가가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記者가 수년 전 칼럼 등을 통해 예측했던 것처럼 중동은 지옥문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배리 루빈(Barry Rubin)이라는 中東문제 전문가가 있었다. 18개월에 걸친 암투병 끝에 2014년 2월3일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미국 태생의 유태계 학자이다. 

故 배리 루빈 글로리아 연구소 소장.

루빈은 각국 언론이 ‘아랍의 봄(Arab Spring)’으로 명명했던 2010년 12월 발생한 中東 각지의 소요사태가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던 몇 안 되는 학자였다.

이스라엘 ‘국제문제연구소(GLORIA)’ 소장을 지낸 루빈은 記者와도 짧은 인연이 있다.

2011년 봄 記者는 루빈에게 메일을 보내 “現 상태에서 중동의 민주화는 불가능하고 현재의 소요사태는 그 동기와는 별개로 中東地域의 안정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北韓이 中東 테러리스트들과 연계해 이들을 교육시키고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루빈은 記者에게 답장을 보냈는데 “현재의 中東 사태는 민주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보며, 앞으로 中東정세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면서 우려를 표명했었다.

아랍의 봄 이후 5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중동은 루빈이 예견했던 것처럼 혼돈(chaos)에 빠져 있다. 部族主義와 종교갈등은 심화됐고, 內戰과 테러, 난민사태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루빈은 한국에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학자였다.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었던 루빈의 마지막 저서는 미국 내 左派의 기승을 다룬 책이었다. 어지러운 中東정세를 보면서 배리 루빈이 살아있었다면 어떤 글을 써서 올바른 시각을 제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