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은 더 이상 ‘法治국가’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5월9일로 예정된 대선도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左翼은 원래 法治를 부정하는 세력이다. 오로지 그들만의 ‘관심법’, ‘국민정서법’, ‘떼법’이 있을 뿐이다. 어찌보면 여전히 法으로 左翼세력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右派의 생각은 일종의 ‘희망사항’인지도 모른다.

주지하다시피 남한의 左派세력은 그람시의 ‘진지론(陣地論, war of position)’에 입각하여 남한 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 문화 등 각 영역에 침투해 ‘그들만의 진지’를 구축했다. 현대 공산주의 이론에서 그람시의 진지론이 중요한 이유는 그의 유연성과 개방성, 과학성에 있다. 그는 “자본주의 창조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할 필요가 없으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스스로를 닫힌 세계 속에서 고립을 자초하여 대중으로부터 유리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람시의 이론에 따라 ▲정치권, 특히 국회는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極左세력의 활로가 되었다. 20대 국회는 운동권이 가장 많이 포진한 국회가 되어버렸다. 野黨의 행태를 보면 해산된 통진당과 별 차이가 없다. ▲노동계는 국보법철폐, 주한미군철수, 연방제를 주장해온 민노총이 장악했다. 민노총이 주도한 ‘촛불집회’는 反체제-反대한민국적 성격을 ‘문화행사’로 포장했다. ▲문화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셀 수 없이 많은 左派세력이 활동 중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左傾化된 보수 메이저 언론들은 탄핵정국에서 左派세력과 입을 맞추었다.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논조의 칼럼・사설과 함께 신문 하단에는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그런데도 선전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右派단체들은 조-중-동에 집회 광.고를 몰아주었다.

이들 汎좌파 세력이 한 일은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인 右派・護憲세력을 ‘수구꼴통’으로 만들어 ‘고립’시킨 것이다. 이들은 愛國세력을 ▲국회의 탄핵소추를 반대하는 右派 ▲검찰-경찰 등 공권력에 대항하는 右派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반대하는 右派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左派的 국회가 해산되어야 하고, 인민재판과 마녀사냥을 하는 검찰과 헌재가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保守언론마저 左派와 野合을 하니 右派・護憲세력이 ‘애물딴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을 했던 권영해 前 국방장관은, 최근 대통령 파면 열린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이렇게 말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광장에서 아무리 외치더라도 제도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의 목표는 제도권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의는 사망선고를 당했다. 국회는 우리의 대의기관이 아니었고, 언론은 진정한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았고, 법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

그동안 保守-右派를 자처했던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집권 기간 동안 제도권에 들어가는 것을 ‘右派세력확대’가 아닌 ‘개인의 영달’로 여겼다. 제도권에 진입한 소위 保守-右派 인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휴대폰 전화번호를 바꾸어 기존 右派세력과의 연(緣)을 끊는 것이었다. 반면 右派보다 이념적인 左派세력은 제도권 진입을 ‘세력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現 상황은 1945년 해방과 建國이후 左右대립 양상의 재판이다. 문제는 당시와 달리 敵國인 북한이 강력한 核으로 무장됐다는 점이다. 김정일은 생전에 “핵개발에서 조국통일을 시작하고, 핵으로 조국통일을 총화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단순히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을 넘어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절대무기’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소위 보수정권은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는가? ▲자위적 핵무장 ▲美國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핵우산 강화 ▲다층적 핵미사일 방어망 및 핵방호시설 건설 ▲국방예산 증액 등 종합적 대책을 세웠느냐는 말이다. 헌법재판소에 세 명의 의인이 없어 나라가 기우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스스로의 ‘정신적 타락’이 작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정신적 타락’에는 약도 없다. 어찌보면 우리는 지금 벌(罰)을 받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