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쓰나미 경고방송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통장, 도장, 두꺼운 옷, 돈 등을 챙기다가 시간을 지체하여 사망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TV나 라디오에서 경고방송을 해도 자신은 괜찮을 것이고, 아주 운 나쁜 사람에게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끝까지 버티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꼭 있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심리학에서는 ‘정상화편향’이라고 한다. 정상화편향은 재해가 발생할 확률과 그 재해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력 모두를 낮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개인 뿐만 아니라 정부나 조직도 정상화편향에 빠져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

수년 전 미국 뉴올리언스 일대를 집어삼킨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정부관료저차 큰 변이 없을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시민들도 여느 허리케인처럼 별일 없이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면서 재해 발생 확률과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했다. 그 결과 끝까지 비난하지 않은 수천 명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이 유출된 것은 2014년 이다. 이후 최순실의 케이스포츠재단이 설립허가를 받은 것이 2016년 1월이다.

박근혜 前 대통령이 2014년 정윤회 문건이 터졌을 때 제정신 차리고 정윤회-최순실 등의 인물을 멀리했더라면 최순실 게이트는 터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朴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에 공식 석상에서 이들과의 인간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인데, 左派세력의 집요함을 체험해 본 적이 없으니 ‘기획탄핵’까지 당한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명백한 反유대주의 분위기가 팽배하자 독일에 있던 유태인들 상당수가 독일을 떠났다. 그러나 450만 명은 독일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부유한 유태인들은 자신의 재산을 뇌물로 바치면서 위기의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독일에 정착한 지 오래되고 주류 사회에 속한 유태인들일수록 자신이 독일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늑장 대응을 했다. 하지만 발생확률이 아주 낮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450만 명에게 현실이 되었고, 나치의 유태인 학살은 지울 수 없는 최악의 인류사로 남게 됐다.

나쁜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나쁜 일이 닥칠 가능성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확률이 낮은 문제를 일부러 과대평가하는 것도 미련한 일이지만 발생 확률이 높은 재해를 과소평가하여 미리 대처하지 않는 것도 훨씬 더 미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