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을 보면 가끔 돌고래 수십, 수백 마리가 해변으로 올라와 떼죽음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여러 가지 원인(예: 지구 지자기 변화)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돌고래들의 사냥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돌고래가 자주 먹는 먹이가 정어리인데 정어리 떼는 가끔 돌고래를 피해 얕은 해안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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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영리한 고래들이 배가 고픈 나머지 이것 저것 보지 않고 정어리만 보고 쫓고 쫓다가 얕은 만까지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힘을 다해 들어와 보니 물이 얕아서 다시 대양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먹이에만 한 눈을 팔다가 고래들은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먹이를 쫓다가 최선인 생명을 잃고 마는 것이다.
영어(英語) 격언에 ‘차선(次善)의 敵은 최선(最善)’(The Best Is The Enemy Of The Good)이라는 말이 있다. 결과를 위해 방법과 과정을 문제 삼지 않는 결과주의자(結果主義者)들은 최선(最善)으로 가기위한 대안을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는 늘 차선(次善)을 택한다.
종교(宗敎)도 마찬가지이다. 기복신앙(祈福信仰)이 바로 그것이다. 예수가 겪었던 십자가의 고뇌와 고난은 제쳐놓고, 자신의 축복만을 구하는 것과 같다. 죄에 대한 뼈아픈 회개보다도 죄로 인한 神의 재앙이 내릴까 두려워 ‘안일한 용서’만을 구하는 것이다.
결과주의자(結果主義者)들은 늘 ‘最善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늘 두 번째, 세 번째 순위를 택한다. 같은 의미로 지속적인 차악(次惡)의 선택은 결국 최악(最惡)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늘 최선(最善)을 지향해야 한다. 차선(次善)-차악(次惡)의 선택은 불필요하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어 선뜻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던 노래도 계속 듣다보면 중독될 때가 있다. 처음에 못나 보였던 사람도 계속 텔레비전에 나오면 정감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의 심리적 배경이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이다.
단순노출효과는 때로 부정적인 대상에도 작용한다. 군대 생활이 지겹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군인이 휴가 나갔을 때보다 자기 내무반에서 더 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맘에 들지 않았던 달동네로 이사 가서도 정을 붙이고 산다. 달동네를 떠난 다음에도 일부러 찾아간다.
만약 어떤 사람이나 특정 대상에 갑작스럽게 호감을 느낀다면 그 대상을 원래 좋아했는지 단순 노출이 증가해서 좋아진 것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나중에 후회할 일을 줄일 수 있다.
나라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차선도 아닌 차악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돌고래의 떼죽음처럼 결국 우리 자신과 나라를 죽음과 붕괴로 몰아가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필자를 ‘정치를 모르고, 세상을 모른다’ 또는 ‘이념적 순혈주의자’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