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인데 잠이 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정신적 유산이 있다. 6.25동란 발발전 서울에서 집을 몇 채씩 가졌던 우리 집안이 어떻게 공산당에 의해 몰락했는지 다섯 살 때부터 생생하게 알려준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이념문제에 관해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졸업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글짓기로 80년대 학생운동권을 비판하는 주제로 삼아 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잘 쓴 글도 아니었는데, 6.25전쟁 세대였던 담임선생님(이기주 선생님)이 “옳은 말”이라며 칭찬해주셨다.

전교조가 장악한 지금의 교실 분위기라면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을 내용이었다.

훗날 조갑제닷컴에서 <종북백과사전>의 주요 저자로 참여했던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나는 결혼도 본적이 대구인 여성과 결혼했다. 6.25동란 당시 경찰 고위 간부였던 할아버지가 대구로 피란 갔을 때, 이곳 분들이 할아버지를 物心兩面으로 도왔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결혼 후 아내에게 농담 삼아 하곤 한다. 그러나 내게는 진정성이 있는 농담이다.

기자생활 하면서 이른바 保守인사들을 알게 됐는데 이분들 가운데 자식세대가 대를 이어 애국활동을 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무슨 ‘어느 나라 유학가서 잘 살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들의 자녀들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비단 이 문제는 保守 세력 뿐만이 아니었다. 자유민주 이념교육의 不在는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나는 태극기집회를 포함, 지난 15년 동안 좌우 양진영의 크고 작은 집회를 대부분 취재했다. 해묵은 문제지만 보수집회는 늘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주력이었다. 이 분들이 자식들에게 제대로 이념을 가르쳤다면 집회의 모습이 지금과 같이 ‘노인정’ 같았을까? 左翼세력은 달랐다. 그들은 남한 공산혁명을 자신들의 아이들 머리에 각인시키기 위해 유모차까지 등장시켰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든 문제는 여기서(이념교육)부터 시작된다.

나에게는 이제 4살이 된 딸이 있다. 아버지가 내게 해주었던 6.25전쟁 이야기를 내 딸에게 그대로 가르칠 것이다. 듣지 않으려 한다면 매를 들어서라도 가르칠 것이다.

여러분들의 자녀들은 지금 이 시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