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947년생이라는 택시 기사와 나눈 車中 대화를 소개한다.

-올해가 7순인데 힘이 들지 않으세요?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래서 밤일은 안합니다.”
-몇 시에 교대하세요?
“아침 다섯 시에 교대하여 오후 다섯 시까지 일합니다.”
-社納金(사납금)이 하루 14만 원이죠?
“낮 근무는 13만 원, 밤 근무는 15만 원이죠.”
-한 달에 얼마나 집으로 가져 가세요?
“한 200만 원 됩니다.”
-회사에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쉬고 있는 택시가 많지요?
“우리 회사는 90대가 있는데 늘 20대 정도는 쉽니다. 취직, 취직 하는데 제일 취직하기 좋은 데가 택시 회사입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안 와요.”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택시 회사에 가기만 하면 취직이 되는 셈이군요.
“그렇지요. 며칠 교육을 받고 바로 일을 하니까. 그런데도 젊은 사람들은 안 와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도 않아요.”
-언제부터 운전하신 거죠?
“1998년부터입니다. 그래도 운전해서 아이들 결혼 시키고 지금은 여유 있게 삽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 택시 운전은 좋은 직업입니다.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이런 저런 사람 만나니 재미도 있습니다.”

일본 미야자키(규슈)에서 만난 60대 회사 택시 기사는 한국 돈으로 환산, 매달 150만 원 정도 번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직업에 별 불만이 없어 보였다. 친절하고 운전 잘 하고 유쾌하였다. 한국에서 가장 취직하기가 쉬운 곳은 택시 회사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운전만 할 줄 알면 월200만 원은 보장 된다. 그럼에도 서울에 본사가 있는 대기업을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에게 택시는 ‘헬조선’ 정도로 보일지 모른다. 이런 경우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이 적용될 것이다.

*<어렵던 그 시절,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제대로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집안 배경도 없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부모님이나 못 사는 우리나라를 탓하지 않고 젊음을 불태우며 살아왔다.>
(李範永, 1944년생, 조갑제닷컴과 국민행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현대사 체험 手記 우수상 수상작에서 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