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뉴스를 접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10여 개 교회가 12일 부활절을 2주 연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개신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자,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을 임의대로 바꾸는 결정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아버지의 생일이 1월 1일인데, 내가 바쁜 사정이 있으니 여유가 생기는 한 달 뒤로 바꿔서 기념하자는 격이다.

8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분당 지구촌교회, 판교 우리들교회 등 서울·수도권 중대형 교회 10여 곳이 올해 부활절 예배를 2주 미루기로 했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2일이다. 부활절은 양력과 음력을 혼합해 정해진다. 기준은, 매년 '춘분 후 첫 만월(滿月) 후 첫 일요일'. 이 날짜 계산 방식은 325년 로마제국 시대 때 니케아 종교회의를 통해 정해진 것이다.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와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는 최근 각각 교회 홈페이지 목회서신을 통해 "코로나 사태에 교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 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부활절 예배는 26일,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도 20~2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7일 오후 현재 '부활절 예배 2주 연기'를 결정한 교회는 지구촌교회·우리들교회와 경기 화성의 예수향남교회·와우리교회·신나는교회, 성남의 성남금광교회·창조교회·불꽃교회, 수원 더사랑의교회·안산중앙교회·군포 새가나안교회·고양 새한교회와 서울 노원 한일교회 등이다.

기독교 신앙의 대부분은 ‘약속’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님과 나와의 약속, 또는 언약. 그래서 구약, 신약으로 구성된 성경 자체도 결국 옛 언약, 새 언약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정한 규례, 계명, 언약, 절기, 말씀 등을 지키면 축복과 구원, 죄사함을 받을 수 있다는 ‘언약’이 신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례’라는 의식을 통해 과거의 죄는 씻기고 영적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약속(로마서 6장4절). 십계명 중 넷째 계명인 ‘일곱째 날 안식일’을 지키면 거룩해지고 영원한 안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약속(출애굽기 20장8절). 유월절에 떡과 포도주로 성만찬 예식을 행하면 죄사함과 영생을 얻게 된다는 약속(고린도전서 11장 25절 등). 부활절을 지킴으로써 그리스도가 부활한 것처럼 성도들도 육신의 죽음 이후에 영원한 세계에서 다시 살 수 있다는 약속(고린도전서 15장).

그러하기에 하나님이 지키라고 명한 것들은 ‘절대적’인 것이다. 절대적인 것에는 이유가 없다. 지키면 축복을 받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성도’이고, 그들의 모임이 ‘교회’다. 그런데 이런 하나님의 계명인 ‘부활절’을 사람이 바꾸겠다고? 이것은 교회 스스로 ‘이단’이 되겠다는 선언 아닌가?

로마제국의 무시무시한 핍박과 박해 속에 목숨을 걸고 예배를 지켰던 초대교회 성도들, 카타콤과 같은 공포스러운 지하 묘지에 숨어서라도 예배만큼은 지켰던 초대교회 성도들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이런 결정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 예배 등 길은 얼마든지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