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보식 기자가 조선일보에 실은 인터뷰 기사는 통계학자와 나눈 대화인데, 학자의 사전투표 음모론이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약해지는 느낌을 준다. 이 인터뷰를 소개한 공병호 TV 제목은 "승부, 결정나다. 조선일보 움직이다"였다. 조선일보가 사전투표 조작설에 손을 들어준 것 같은 제목인데 내용은 음모설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공병호 식으로 과장하면 통계상의 특이점이 곧 바로 선거부정이란 범죄로 둔갑한다. 어떤 사람의 인상이 험상궂다고 살인범이라 단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통계의 특이점은 연구대상, 특히 투표자들의 심리분석 대상이지 이를 대규모 조직범죄, 즉 투개표 조작으로 비약시키는 것은 선동이다.

사전투표 부정설을 주장하는 공병호 씨가 요사이는 속지 않는 기자 출신들을 인신공격하고 있다. 토론에서 인신공격하는 쪽은 이미 졌다는 고백인데, 문제는 음모론 주장자들이 거짓으로 밝혀져도 승복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자 출신이 잘 속지 않는 것은 거짓과 진실을 판별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메이저 언론이 사전투표 조작론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진실을 보도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실이 아니란 점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오늘 정규재 펜엔드마이크 대표가 방송도중 폭탄선언을 했다. 사전투표와 개표에 조직적 부정이 있었음이 확인된다면 "나는 멘엔드마이크에서 은퇴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런 조직적 부정이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영에 가까우니 정규재 대표가 물러날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음모론을 확대시키는 공병호 씨의 경우이다. 정규재 대표 등 기자출신 들이 속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말고 그도 정 대표의 眞劒승부에 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말고식 주장이 아니라면 "나는 조작이 없었다고 밝혀질 경우 공병호TV를 닫겠다"고 선언하는 게 배운 사람으로서의 의무이고, 피해를 입게 될 추종자들에 대한 의리일 것이댜. 그는 단순히 의혹제기의 차원을 넘어 조작을 단정한다. 이는 개표종사자 상당수를 범죄자로 모는 것이고 통합당 후보와 당원의 명예도 실추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공병호 식으로 말하면 부정선거로 졌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비겁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주장을 하는 사람이 立證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가 내어놓은 자료는 통계놀음수준의 수치뿐이고 그마저 통계해석이 엉터리이다. 사전투표층과 당일투표층 사이엔 정치성향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동일시하고 득표율을 해석하니 결론이 다 틀린 것이다.

그는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출신이다. 그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으로 밝혈질 경우 한국당이 입을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 이래저래 공병호 씨는 음모론이 무산될 경우 책임질 일은 많을 것이다. 책임질 필요가 없는 정규재 대표가 직을 걸었으니 책임질 일이 많은 공병호 씨도 직을 걸어야 이게 정직하고 당당한 게임이 된다. 한국에서 거짓선동이 판을 치는 것은 선동꾼들이 거짓으로 밝혀져도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병호 씨가 자신의 주장에 직을 걸 용기가 없으면 이성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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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칼럼

개표조작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세요. 얼마나 개연적인지 구경 좀 합시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권에서 선거에 패배할 것 같아서 부정선거를 하기로 맘 먹었다. 자, 그래서 어떻게 했다는 얘기죠?

일단 바꿔치기할 투표용지를 인쇄할 인쇄소를 비밀리에 섭외해야겠지요? 물론 인쇄소 사장은 물론 직원들 입단속도 해놔야 되겠구요. 그 다음에 그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을 알바생들을 고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전조사를 통해 비밀을 지켜줄 사람들을 미리 물색해놔야 할 겁니다. 몰래 도장 찍을 작업장소도 마련해야 하구요. 아울러 각 지역 투표율을 정확히 예측해야 합니다. 바꿔치기한 투표용지의 수가 실제 투표자수와 일치해야 하니까요. 안 그러면 들통나니까요. 그 다음엔 전국 253개의 지역구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해야겠지요? 그러려면 모든 지역의 선관위 직원을 매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이라도 매수에 실패하면 안 됩니다. 그 순간 모든 계획이 들통나니까요. 마지막으로 바꿔치기한 진짜 투표함과 투표지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253개 투표함을 소각처리할 장소와 인원이 필요하겠죠?

이게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그냥 미친 거죠. 그러니 그런 분은 저보다는 의사 선생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생산적일 겁니다. 음모론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종의 '귀류법'을 사용하는 겁니다. 즉, 음모론의 주장을 참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 대가로 얼마나 부조리한 전제들을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거죠. 그 안에 들어가 그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일일이 반박할 필요 없습니다. 그거 반박해야 또 다른 논리를 만들어내서 덤빌 테니까요. 그건 일종의 편집증이라,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됩니다. 논리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라…



*아래 기사는 조샛별 작성


유튜브 채널 공병호TV를 운영하는 공병호 대표는 21대 총선 결과 데이터 분석을 근거로 이번 선거가 99.999% 조작된 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된 논리는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전 지역구에 걸쳐 통합당을 12% 이상 앞서는데, 어떻게 이런 일률적인 패턴을 보일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인위적인 조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자연적인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통계라는 주장이다.


또한 ‘조작을 수학적으로도 증명했다’며 이번 조작에 어떤 수학적 공식을 가지고 조작을 프로그래밍 했는지 찾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민주당이 사전투표에서 얻어야 할 표를 ‘목표값’으로 정하고 공식을 대입해 조작 프로그램을 돌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개된 공식은 변수인 n값을 가지고 지역별 수치를 조정하는데, n값을 구하는 공식에 목표값이 들어가 있는 등, 현재 선거 결과를 가지고 끼워 맞추기식으로 공식을 도출한 듯 엉성하다. 이런 공식을 소개하는 그의 영상 제목은 ‘수학, 조작을 증명하다’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그가 올린 선거조작 관련 영상 제목을 나열하면 이렇다.


1. 기획된 선거, 전모를 밝힌다.

2. 선거조작, 이렇게 추진되었다.

3. 얼마든지 가능하다. 디지털적 선거부정방법

4. 사전투표 조작 시나리오

5. 이근형 작품. 사전투표 보정값의 비밀

6. 조작함수, 발견! 초강력 증거확보

7. 조작방법, 전격 공개!

8. 더 이상 선거 의미없다, 대한민국에서.

9. 외부세력, 개입 가능하다.

10. 수학, 조작을 밝히다.

11. 조작, 증명하다.

12. 집계 전산조작,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목만 보더라도, 그가 주장하는 사전투표 조작설을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는데, 사전투표에서 특정한 수학적 공식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일정 비율 이상을 더 득표하도록 세팅을 하고, 집계 과정에서 디지털적 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작의 증거가 통계적으로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정도 확신에 찬 주장이라면 사전투표 조작설은 단순 의혹제기 수준을 넘어선다. 그래서인지 그는 언론인 출신 우파 논객들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함께 진상규명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5월2일 영상 ‘언론, 모두 죽었다’, 5월 3일 ‘정규재 이걸 봐라’라는 두 영상을 통해 그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보수유튜버 중에도 메이저 언론 출신들의 완고함은 아주 이름이 높다”며 “철옹성처럼 자신의 초기입장, 부정선거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이 문과출신이어서, 통계분석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데이터 다루는 훈련이 안되어 있다”고 꼬집는다. 더 나아가 인신공격성 발언이 이어지는데 “그들은 대부분 갑 인생을 살아왔다. 갑 인생을 살아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에 힘이 들어간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최근 투표조작설에 비판적인 한 유튜브채널의 구독자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그 이유가 ‘운영자의 지적교만’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독자는 불편하다. 너무 자기 의견을 강요하니까. 나중에 완전히 망가지고 나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자기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 전부라고 생각하니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다. 준비가 안되어 있으니,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다...봉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어디 나가면 항상 사람들이 ‘네~ 주필님’하고 부르면 거기에 취한다. 말투와 얼굴,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인 출신 우파 논객들이 투표조작설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는척 해야 하니까, 계속 고집부리고 헛발질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공 대표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 영상을 보면서, 그가 누리는 비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생각했다. 그가 비난한 우파 언론인들은 과거 수차례 해직되고, 경찰에 끌려가고, 위협을 당하고, 고소 고발을 당하는 ‘수난’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 덕분에 현재의 ‘투표 조작’이라는 어마어마한 주장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던질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과 유산을 긍정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것이 우파진영이라면, 이런 식의 우파 유튜버 비난은 ‘적폐청산’을 외치는 좌파진영과 닮은 모습이다.


왜 모든 우파진영이 그의 주장에 동조해야 하는가? 그가 내세우는 ‘이럴 수가 없다’는 통계도 결국 사전투표에 참여한 집단과 당일투표에 참여한 집단이 ‘반드시 동일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논리다. 즉,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표본이 뚜렷하게 다르다면 결국 허물어지는 논리다. "이럴 수가 없다"가 아니라 "이럴 수가 있는 것"이다. 다른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우파가 ‘사전투표는 조작되었다’며 투쟁에 나서라는 것인가? 그리하여 집단자살하자는 것인가? 통계로 조작을 증명? 개표조작은 범죄이고, 범죄는 수사와 재판을 통하여 증명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통계로 범죄를 증명하는 나라가 하나라도 있나? 이는 知的허영심을 넘어 정신건당을 의심케 한다. 자신들의 위험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전부 ‘위장우파, 좌파프락치, 가짜 투사, 중국간첩’ 등으로 매도하는 지금의 일부 우파진영 모습은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행태에 더 가깝다. 괴물과 싸울 때는 괴물을 닮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