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평균 21건의 거짓말

간밤에 중계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상원 탄핵재판을 지켜보니 한국의 대깨트, 트빠, 즉 음모론자들도 피고석에 앉아야 할 이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탄핵소추위원으로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 진행자처럼 매끄럽게 소추이유를 설명했다. 주로 트럼프의 발언과 트위터 글이 인용되었고 의사당 亂入을 담은 미공개 동영상이 흥미를 더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영원히 매장시킬 것이란 느낌도 들었다.
트럼프가 워낙 많은 거짓말을 쏟아놓았으니 소추 이유를 설명하고 논리화하는 데도 참 편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말과 글이 그를 고발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지난 1월6일의 亂動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오랫동안 기획한 내란음모로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방해한 일종의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투표 전부터 '내가 낙선하는 것은 개표조작에 의한 길 외엔 없다'고 주장했고, 개표 당일 이기고 있을 때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더니 다음 날 새벽에 집계가 뒤집어지니 "표를 도둑맞았다. 개표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도 전방위적으로 불복운동을 이어갔다. 60건이 넘는 소송에서 다 지고도 대법원을 끌어들였으나 각하되었다. 선거결과를 뒤집도록 주 정부를 압박하고, 조지아주의 선거담당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내 표를 찾아내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선거부정이 없었다는 주장을 한 관리들을 몰아내고, 펜스 부통령까지 끌어들여 헌법에도 없는 선거인단 투표 뒤집기를 강요하였고, 여의치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폭도들을 동원, 認證절차를 진행하던 미 의사당들 덮쳤다. 이 일련의 흐름을 조목조목 설명해들어가니 공화당은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론이 불가능한 물증뿐이었다.
의회 경찰이 보유하고 있던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폭도들이 펜스와 펠로시를 표적으로 삼아 잡으러 다니는 장면이 생생하였다.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을 점거한 폭도는 전자총을 갖고 있었고 수갑을 가지고 다닌 자도 있었다. 대통령 有故時 권력승계 1, 2번 순위의 국가지도부를 무력화시키려는 반란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공병호 신인균 같은 음모론자들이 탄핵재판을 본다면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선거부정의 원흉으로 몰았던 두 투개표 회사가 음모론을 확산시킨 사람들을 상대로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미국 대통령을 흔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힘을 선동에 투입하면 우직한 미국사람들의 약30%를 황당무계 혹세무민 기상천외의 음모론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되었다. 민주당의 소추위원 제이미 라스킨은 트럼프를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을 겸한 선동사령관(inciter in chief)이라고 호칭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명한 팩트 체크 시스템이 도널드 트럼프의 거짓말을 4년간 추적한 기록을 최근 종합, 발표했다. 4년간 3만573건의 거짓말! 1460일 동안 하루 평균 21건의 거짓말을 했다. 여기서 거짓말은 새빨간 거짓말, 왜곡, 극심한 과장 등을 포함한다.

하루 최다(最多) 거짓말은 투표 전날인 지난해 11월2일 선거유세중에 한 것으로 502건이었다. 해마다 거짓말 회수가 늘어났다. 임기 첫해엔 매일 6건, 2차년도엔 매일 16건, 3차년도엔 22건, 4차년도엔 39건. 트위터나 선거유세를 통한 거짓말이 절반이었다.

취임 첫날 그는 군중의 수와 날씨를 소재로 10건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거짓말은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 되었다. 타임지 표지에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를 만들었다, 최대폭의 감세(減稅)를 했다, 투개표 조작이 있었다, 코로나는 기적처럼 끝난다, 북핵문제 해결되었다 등등. 거짓말이 계속되자 워싱턴포스트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하여 팩트 체크 시스템을 상시적으로 가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수록 거짓말을 더 많이 했다.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위기에 몰리자 1000건의 거짓말 폭탄을 쏟아부었다. 2020년 코로나가 번지자 2500건의 거짓말로 실정(失政)을 덮으려 했다. 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엔 6일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치료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달에만 4000건의 거짓말을 했다. 하루 150건 꼴.

선거 전 거짓말의 상당수는 "부정투개표가 있을 것"이란 예고였다. 11월3일 투표 이후엔 800건의 거짓말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주(主)였다. 지난 1월6일 백악관 앞 광장에서 선동연설을 했을 때는 70분간의 연설중 107건의 거짓말을 했다. 추종자들은, 이 거짓말을 믿고 의사당을 공격, 5명이 죽었다.

미국인 중 아직도 약30%는 부정선거설을 믿고 있다. 공화당원의 약70%가 트럼프가 남긴 악의 유산인, 거짓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깨트"로 불리는 한국의 음모론자들은 이런 거짓말 대왕의 제자였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