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의 영화 A.I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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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저는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월간조선 9월호가 인쇄소에서 찍혀지고 서점에 나눠지는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오후엔 시간이 있어서 황장엽 선생이 일본에서 펴낸 [미친개를 무서워하지 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가 가까이서 본 김일성, 김정일 父子의 무자비한 인간 도륙과 인권 탄압에 대한 사례와 분석이 많았습니다.
  황장엽씨는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북한인민은 제 정신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의 정신을 갖고서 살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수백만을 굶겨죽인 김정일에 대해서는 원한을 가져야 하는데 굶어죽어가면서도 김정일의 만수무강을 빌고 있으니 이들의 몸은 자기것이지만 영혼은 김정일 것이다. 김정일은 가까이 있는 인민들을 도륙하고 굶겨죽인다. 그런 그가 어찌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남한 국민들에게 민족애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자연재해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에 불리한 것은 모두 좋아한다. 북한정권은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북한주민들에겐 대한민국을 증오하도록 교육하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북한을 한겨레로 믿고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敵前 무장해제가 아닌가. 김정일은 측근들에게 말하기를 '당신들에게서 수령님의 신임을 빼버리면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라고 했다. 그는 저격무기의 실험 대상으로 개를 쓰겠다는 보고를 받고는 개 대신에 정치범들을 써라고 한 사람이다]
  이날 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중앙극장에 가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영화 A.I를 구경했습니다. 밤8시부터 상영시간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대작이었습니다. 관중석은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는 늘 어린 아이가 조역으로 나오는에 이 영화에선 주연입니다.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의 약자입니다. 인공지능을 지닌 데이빗이란 로봇의 이야기이지요. 아마도 22세기쯤의 미래가 무대입니다. 젊은 부부가 마틴이란 외동 아들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아내를 위로할 겸 해서 남편이 인공지능을 가진 소년 로봇을 하나 들여놓습니다. 데이빗이란 이름의 이 로봇은 마틴의 어머니로부터 처음에는 구박을 받다가 차츰 정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죽었다던 마틴이 첨단 의술의 도움으로 살아서 돌아옵니다. 진짜 소년 마틴은 소년 로봇 데이빗을 질투하기도 하고 못살게도 굽니다. 마틴은 데이빗에게 밤에 몰래 침실로 들어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잘라 오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려다가 부부를 놀라게 한 데이빗은 마틴을 껴안고 수영장 속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위험한 인공로봇을 폐기처분해버리자고 합니다. 로봇 소년을 동정하게 된 아내는 데이빗과 장난감 곰 테디를 숲으로 데리고 가서 버리고 갑니다. 데이빗은 어머니를 못잊어합니다. 어떻게 하면 진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어머니 품에 안길 수 있을까. 데이빗은 동화속의 푸른 요정을 찾아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빌면 진짜 소년으로 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믿고 그 요정을 찾아가는 모험의 순례를 시작합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물에 잠긴 뉴욕에서 요정의 石像을 찾아낸 데이빗은 그 앞에서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다가 빙하기를 만나 얼어붙은 채로 2천년간 냉동됩니다. 빙하기가 지구를 휩쓴 시대에 인간은 멸종되고 로봇이 지구의 주인공입니다. 데이빗은 이들 로봇의 도움으로 냉동상태에서 풀려나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데이빗은 2천년 전에 죽은 어머니를 다시 만나 행복한 하루를 보냅니다. 단 하루입니다. 어머니는 하루가 끝나고 밤이 와서 잠자리에 듭니다. 어머니는 잠이 들면 영원히 사라집니다. 잠이 없었던 인공로봇 출신 데이빗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생전 처음으로 잠에 들어봅니다. 그리하여 꿈이 있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이 영화의 라스트 신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몇 시간 전에 읽은 황장엽 선생의 글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북한에선 인간의 생명을 로봇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악마적 존재 김정일이 인간을 로봇화하여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상의 지옥을 건설해놓았는데, 스필버그는 로봇에게도 사랑과 인정을 불어넣어보려고 그 고생을 하면서 동화 같은 이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감동이 우러났습니다. 김정일의 인간말살과 스필버그의 인간회복.
   로봇보다도 더 값싸게 의미없이 사라져가는 북한 동포들의 생명, 인간이 가진 자존심과 자주성을 소위 주체사상이란 것으로 마취시켜버리고 인간의 혼을 빼버린 대신에 그 속에 노예근성, 증오심을 집어넣어 인간기계를 만들어버린 악령 같은 존재 김정일...
   김정일에 의해 원격조종되는 인간폭탄이 되어 대한항공기를 폭파시킴으로써 115명을 죽인 미인 테러리스트 김현희는 12년 전 저와 인터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는 수령님과 혁명만 생각했는데 어느날 고양이를 가슴에 품었더니 그 온기가 느껴지면서 비로소 생명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실감을 했습니다. 바그다드에서 아부다비에 도착하여 시한폭탄을 비행기에 두고 내릴 때 객석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바그다드에서 탄 한국 노동자들은 수년간 가족과 떨어져 돈을 번 뒤 귀국길에 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待遇 문제를 가지고 회사 욕을 하더니 곧 기분이 좋아져서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선물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다가 잠에 들어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몇 시간 뒤에는 모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그 순간 수령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남조선 해방을 위해선 이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말과 혁명가의 정치적 생명은 육체가 끝난 뒤에도 영원하다는 말씀 등등...'
  영화를 본 뒤 집으로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니 복돌이가 불이나케 달려와 안겼습니다. 코리와 진도개 사이에서 난 중개인데 아침 5시경만 되면 컹컹 짖어대어 집사람은 거의 매일 '복돌이 저 놈의 자식을 팔어버려야겠다. 잠도 못자게 하고 말이야...' 하고 씩씩거립니다. 그러나 밤만 되면 우리 식구는 아침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냐는 듯이 복돌이의 하루 이야기로 꽃을 피우게 됩니다.
  오늘 내 다리에 엉기고 품에 안긴 복돌이는 달리 느껴졌습니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 사이에서 오가는 情 - 그리움, 애틋함, 고마움 - 같은 것들을 김정일은 오로지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조직적으로 말살하고 있습니다. 그런 김정일을 추종하고 변호하는 인간들은 또 어떤 種인가. 그런 김정일에 대해서 비판하고 북한주민들에 대해서 동정하는 사람들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인간들은 또 어떤 種의 동물인가. 이 種은 데이빗이나 복돌이보다 못한 존재일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개 같은 X은 욕이 아니고 개만도 못한 X이라야 욕이 되는가 봅니다.
  혹시나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노벨 평화상이란 것이, 천하의 악마인 김정일을 평화의 동반자인 것처럼 꾸민 덕으로 얻은 것이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 代價는 아주 비싸게 계산될 것입니다.
  
출처 :
[ 2001-08-19, 16:4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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