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여러 얼굴을 갖고 있는 590만t의 화강암, 경탄·외경·원한·조롱·탐구의 대상으로 4500년 동안 묵묵히 버텨온 ‘돌의 聖書’로 세계7대 불가사의 중 선두를 달려온 피라미드를 해부한 학자들의 이야기다.

2011년 2월 이집트와 영국 등의 국제 연구진은 세계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쿠푸(Khufu)왕의 기자 大피라미드(Great Pyramid of Giza) 안에 들여보낸 로봇이 전송한 사진을 분석한 끝에 붉은 염료로 그려진 神聖(신성)문자들과 ‘비밀의 문’으로 불리는 문 중 하나에 박혀 있는 구리 핀 2개의 상세한 모습을 발견했다고 <이집트 고고학 연보(ASA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뜻밖의 장소에서 상형문자들이 발견됨으로써 새로운 의문들이 제기됐다'면서 이런 표시와 벽화들을 이용해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한 피라미드 건축의 비밀을 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뚜렷한 성과는 없다. 현재 ‘제디 프로젝트(The Djedi Project)’라는 이름으로 탐사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Nina Aldin Thune

우리가 피라미드라 할 때 그것은 주로 카이로 교외 기자에 있는 3대 피라미드를 지칭하는 것이다. 피라미드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는 만점이다. 모서리의 각도는 태양빛이 구름을 뚫고 쏟아질 때의 照射(조사)각도와 일치한다. 흐린 날 태양이 구름을 헤집고 나타나 서광을 퍼부을 때 피라미드는 주인공의 의지처럼 영생불멸을 향해 창공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분위기를 뿜어낸다.

피라미드에 대한 최초의 객관적 기록을 남긴 학자는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Herodotos)였다. 그는 기자(Giza)의 3대 피라미드 주인공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북쪽부터 차례로 쿠푸(Khufu·일명 케오프스), 카프라(Khafra·케프렌), 멘카우레(Menkaure·미케리누스)의 王陵(왕릉)이라고.

헤로도토스가 피라미드의 기록을 남긴 이후 이 돌무더기는 숱한 편견의 희생이 된다.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던 중세 유럽인들은 곡물창고라고 단정했다. 요셉의 예언에 나오는 그 곡물창고라는 것이었다. 피라미드를 무덤이라 생각한 것은 아라비아 상인들이었다. 서기 832년 아바스 왕조 칼리프(이슬람 최고 통치자) 알 마문(Al-Mamun, 재위 813∼833)은 구멍을 뚫고 쿠푸의 무덤 방에 들어갔지만 쿠푸의 유골은 물론, 그가 기대했던 어떤 보물도 갖고 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관광객들은 832년 알 마문이 뚫어놓은 북쪽 입구를 통해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간다

르네상스 뒤에 비로소 유럽학자들은 헤로도토스와 같은 관점에서 피라미드를 관찰할 수 있었다. 1646년 옥스퍼드 천문학 교수 존 그리브스(John Greaves)는 《피라미도그라피아(Pyramidographia)》란 책에서 피라미드 건축의 이유는 이집트 신앙에서 찾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육체가 보존되는 한 영혼은 불멸이다’는 이 신앙에서 육체의 보존장소로서 피라미드가 세워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억측은 20세기까지 계속 됐다. 가장 기발한 것은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 천문학 교수 찰스 스미드(Charles Piazzi Smyth)의 이론이었다.

그는 피라미드가 돌의 聖書(성서)라고 했다. 피라미드의 내부구조는 신의 예언도구란 것이다. ‘입구에서 臺室(대실)에 이르는 복도의 이곳저곳엔 중대 사건을 암시하는 과거와 미래의 역사연표가 표시돼있다. 이 암시를 피라미드尺으로 해독하면 중대사건의 발생 시기까지 짚을 수 있다.’ 이런 주장을 이어받은 신비론자들은 대회랑의 구조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제1차 세계대전을 예언한다. 한 학자는 1913년에 터질 것이라 주장했다(실제 전쟁은 1년 늦게 일어났다). 스미드는 고대 이집트설계사가 굉장한 수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네 밑변의 길이가 높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둘레와 일치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4500년 전에 이미 원주율(파이)을 알고 있었다’는 게 그의 단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