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17) - 10.26사건 대법원 판결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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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10·26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문은 1980년 5월 20일에 판결이 있은 뒤 6년간 대법원이 그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다수의견의 요지만 신문에 실렸을 뿐 대법원판사 6명의 소수의견은 언론에는 물론이고 변호인들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1986년 2월호 『월간조선』에 소수의견 전문이 실리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여기에 실은 판결문은 신문에 실린 다수의견 요지와 『월간조선』에 실린 소수의견 전문이다.
  
  10·26 사건 대법원 판결문
  
  다수의견
  
  범죄구성요건에 관한 위법

  
  국헌문란의 목적
  
  (1) 먼저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한 법리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형법 제 91조는 '본장에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함을 말한다.
  
  ①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②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기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여 국헌문란에 관하여 그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는 결국 현행의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을 말하고, 소론과 같이 반드시 초법규적인 의미는 아니라고 할 것이며 공산, 군주 또는 독재제도로 변경하여야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물론 구체적인 국가기관인 자연인만을 살해하거나 그 계승을 기도하는 것은 이에 해당되지 않음은 소론과 같다.
  
  그리고 내란죄가 목적범으로서 목적범 일반에 관한 원칙이 적용된다 할 것인바, 그 목적은 엄격한 증명사항에 속하고 직접적임을 요하나, 결과 발생의 희망·의욕임을 필요로 한다고는 할 수 없고, 또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다만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68. 4. 2 선고, 68도 61 판결 참조)
  
  (2) 다음 원심이 설시한 피고인들의 이 점에 대한 사실인정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피고인 김재규에 대한 부분
  원판결문은 위 피고인의 국헌문란의 목적사실로서
  '피고인 김재규는 중앙정보부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동피고인이 입안하여 시행한 정국수습책이 거듭 실패하여 그 직무수행상의 무능함이 노출되어 박정희 전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당하고 인책해임설이 나돌아 그 지위에 불안을 느끼는 한편, 군 후배이고 연하인 전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의 오만방자한 태도와 월권적 업무간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위 차지철을 더 신임하는 데 불만을 품고…… 대통령 등을 살해한 후 정권을 잡을 것을 기도하고 보안유지를 위하여 단독으로 그 구체적인 거사계획을 세움에 있어서…… 대통령을 시해한 후 국가안전과 질서교란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고,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 계엄군을 장악하여 무력을 사태를 제압하고, 입법·사법·행정권을 총괄하며 자신이 위원장에 취임하여 집권 기반을 확보한 후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계획하고'
  라고 설시하고 있는 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종합하면 위 설시부분은 넉넉히 수긍된다.
  
  한편 피고인 김재규는 이 점에 관하여 오로지 그 민주회복을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으로 강력하게 변소하고 있는바, 그 변소는 이 사건 진행과정에 점차 체계화된 것으로서 위 피고인 본인이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공판 1694면 내지 1710면)에서 잘 표현되어 있는 바와 같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행헌법이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일부 비민주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시인되나, 현행헌법도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과 주권재민임을 천명하고 있고, 인권을 보장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3권이 분립되어 있는 등 그 근본에 있어 민주헌법에 속한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유신헌법 자체가 주권을 찬탈한 불법적인 범법이나 민주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을 파괴한 것에 해당하여 그 자체가 내란상태라는 소론은 너무나 과장된 것으로서 독단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고려할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범행이 민주회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 대하여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 허구의 것임이 명백하다.
  
  (3) 그렇다면 원심의 이 점에 대한 사실인정을 정당하고, 위에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범행에 있어 현행의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고자 하는 확정적 인식 또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아니할 수 없고, 단순히 구체적인 헌법기관인 자연인만을 살해한 것에 불과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또한 그 목적은 직접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김재규의 경우 범행 후의 정부수립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구상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논지들은 모두 이유 없다.
  
  * 폭동
  
  상고이유 중 형법 제 87조의 내란행위는 그 소정의 목적으로 폭동을 한 경우에 그 가담역할의 정도에 따라 처단되는 것으로서 그 경우의 폭동은 어느 정도 조직을 가진 다수인의 결합체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의 폭행·협박을 가하는 것을 말하고, 그 폭동은 내란의 목적과 수단관계에 있어야 하는바,
  첫째, 이 사건 피고인들은 어떤 조직을 가진 다수인의 결합이라고 할 수 없고,
  둘째, 위와 같은 폭행과 협박을 한 사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지도 않았으며,
  셋째, 피고인들의 판시 소위는 국헌문란의 목적과 수단관계에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그 판시사실을 인정하여 내란목적 살인죄와 내란미수죄로 처단하였음은 내란죄에 있어서의 폭동에 관하여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및 심리미진의 위법 등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형법 제 87조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폭동이라 함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협박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경우 다수인의 결합은 어느 정도 조직화될 필요는 있으나 그 수효를 특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폭행·협박의 정도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나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면 기수에 달하고, 이러한 정도에 달하지 않은 때는 미수로 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위 폭동은 소론과 같이 내란의 목적과 서로 목적·수단 관계에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적법하게 거시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아도 원심의 이 점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이 사건 범행에 있어 당초 그 수괴인 피고인 김재규에 의하여 같은 박선호와 제 1심 피고인이었던 망 박흥주, 피고인 박선호에 의하여 같은 이기주, 유성옥, 피고인 박선호와 같은 이기주에 의하여 같은 김태원이 순차로 결합된 것임이 원설시에 의하여 명백한 것으로서 그 정도면 폭동의 실행을 위한 다수인으로 충분하다 할 것이며(그리고 피고인 김재규의 당초의 의도에 따르면 이 사건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고인 김계원을 동조세력으로 가담케 하고 육군참모총장을 설득 또는 협박으로 끌어들이며 방대한 중앙정보부의 조직을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위 피고인들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직위와 신임 및 친소관계 등에 기초하여 쉽게 결합하여 그 분담관계도 명백하게 정하여져 조직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원설시의 총격 등은 폭동으로서의 폭행·협박에 속한다(그 총격이 후에도 폭동으로 볼 자료가 있다는 점은 뒤의 5항목에서 살핀다).
  
  다만 그로 말미암아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되(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미수로 판단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 일부는 위 총격 이후에 청와대 경호원들과의 총격전을 위하여 대비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동조와 반대에 따른 군 상호간의 충돌 등이 예상되었으므로 이에 이른다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앞서 살핀 바와 같은 피고인들의 국헌문란의 목적에 비추어 이 사건 폭동이 내란의 목적과 서로 목적·수단 관계에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원판결은 피고인 김계원에 대하여 판시 내란중요 임무종사미수죄로 인정 처단하였는바, 형법 제 87조 제 2호의 중요임무 종사자는 이를테면 보급, 경리, 연락, 통신, 위생, 서무 등의 직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 자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김계원의 원설시 임무는 이 사건 내란에 있어서 중요임무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그 중요임무에 폭행·협박을 전혀 수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들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 가담
  
  상고이유 중 피고인 김계원은 국외자로서 피고인 김재규와는 상피고인들과 같이 상하관계의 신분적인 지위에 있지도 않아 이 사건 내란행위 수행을 위한 집단에 가입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내란수행을 위한 의사연락의 공모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김계원이 피고인 김재규가 수괴인 내란목적의 집단에 보안유지하라는 지시를 받을 때 그 집단에 가입된 것처럼 판시하였는바, 이는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잘못이 있거나 심리미진 및 이유모순 위법이 있고, 공동정범에 관한 대법원 판례(1965. 11. 30 선고, 4289 형상 217 판결)에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앞에 나온 항목(국헌문란의 목적 및 폭동)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 김계원도 이 사건 내란에 가담된 것임이 명백하거니와 원심이 적법하게 거시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보면 피고인 김계원의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의 점에 관한 원설시행위(보안유지, 청와대 병력 출동금지, 계엄선포 건의 등)를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이 사건 내란행위의 수행을 위하여는 필요불가결한 것이었던만큼 그 자체로 소론 가담의 중요한 사실판단의 자료로 되고 그의 원심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이 점 사실인정은 정당하다.
  
  피고인 김계원이 수괴인 피고인 김재규와는 소론과 같은 신분적인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하여 사실인정에 어떤 장애가 된다고는 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 김재규가 검찰에서 '대통령을 시해한 직후 피의자가 행동한 경위를 상술하시오'라는 검찰관의 물음에 '그 직후 마루로 나오다가 거기에 서 있는 김계원 실장과 마주치게 되었는바 본인은 '나는 한다면 합니다. 이제 다 끝났읍니다. 보안유지를 철저히 하십시오'라고 하니 위 김실장이 '뭐라고 하지' 하고 반문하므로 본인은 '각하께서 과로로 졸도했다고 하든지 적당히 하십시오'라 말하니 김실장이 '하여튼 알았고'라고 대답하므로 본인은 김실장도 완전히 납득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검찰 12, 13면)라고 진술한 부분에서 잘 표현되어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 김계원은 원설시 임무수행을 승낙하면서 피고인 김재규와 충분한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원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논지 역시 이유 없다.
  
  * 살해
  
  상고이유 중 일건 기록에 비춰 망 차지철은 우측견관절 전면에서 좌하방으로 진행된 피고인 김재규의 총격에 의한 총창이 치명상이고, 피고인 김태원은 위 차지철이 이미 사망한 후에 두 발을 발사한 것에 불과하고 또 망 김용섭은 우측흉벽 전면의 총창과 우측견갑부의 총창이 치명상으로서 심장손상을 일으켜 심장탐폰으로 사망한 것이고 그후 피고인 김태원이 1발을 발사하여 우측둔부의 맹관창을 입혔는바 이는 위 김용섭의 치명상과는 관계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결이 피고인 김태원에 대하여 판시 내란목적살인죄로 인정 처단하였음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 없이 살해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살인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원심 판결이유에 의하여 원심은 피고인 김태원에 대하여 이 사건 사망자 6인 중 차지철, 김용섭 2인에 대한 살해책임을 인정한 취지인바, 수사기록 중 차지철·김용섭에 대한 각 사체검안서 및 현장검증 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망 차지철은 ㉮ 우측견관철 전면 맹관창 ㉯ 좌측복부 맹관창 ㉰ 좌측서해부 맹관창 ㉱ 우측팔목 관통창의 총창 중 우측 견관절 정중앙에 형성되어 있는 총창이 치명상으로 이는 소형구경권총의 총격에 의한 것이고, 망 김용섭은 ㉮ 우측흉벽 전면부의 맹관창 ㉯ 좌측흉벽 측면의 맹관창 ㉰ 좌측흉벽 하단의 맹관창 ㉱ 우측견갑부의 맹관창 ㉲ 우측둔부의 맹관창 ㉳ 우측장골 능선 부위의 관통창 중 우측 흉벽 전면의 총창과 우측견갑부의 총창이 치명상이며, 그로 인하여 쓰러진 것으로 각 추정된다(다만 그 치명상은 어느 총격에 의한 것인지는 밝히지 못하였다)라고 되어 있는 등 논지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으나, 한편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보면, 피고인 김태원의 총격이 있기 전까지도 위 차지철·김용섭은 생명이 보존되어 있던 중 그 총격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절명되었음이 기록상 능히 인정되어지고 무릇 살인죄의 객체는 생명이 있는 이상 생존 능력의 유무는 불문한다 할 것이고 독립행위가 사망의 결과에 원인이 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각 행위를 모두 기수범으로 처벌한다고 하여 어떤 모순이 있을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 사실인정이나 그 판단과정에 있어 소론과 같은 위법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 내란의 실행착수 및 기수시기
  
  상고이유 중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에 착수하여 그 폭동이 기수에 달하면 국헌문란의 목적이 달성되었느냐의 여부를 불문하고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대통령과 그 경호실장 및 수행경호관들을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살해하였다면 그것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에 이르렀다고는 할 것이어서 국헌문란의 목적 달성과는 관계없이 내란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 김계원의 이 사건 내란소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가담한 것으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피고인에 대하여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로 인정 처단하였음은 내란죄의 실행착수 및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배 및 이유모순의 위법 등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내란죄는 폭동행위로서는 집단행동이 개시된 후, 국토 참절 또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였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기수로 될 수 있음은 소론과 같다. 그러나 그 폭동행위로 말미암아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을 경우라야 기수로 된다 할 것인바, 원판시의 폭동행위만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건 내란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당치 않다.
  
  그리고 폭동의 내용으로서 폭행 또는 협박의 개념은 최광의의 것이고,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는 총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 폭동이라 할 것인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원판시 국군 서울지구병원에서의 피고인 김계원의 지시에 따른 피고인 유성옥의 무장감시 상태, 제 1심 피고인이었던 망 박흥주의 지시에 따른 남대문과 서울역에서의 그 정을 모르는 중앙정보부 직원들의 병력이동 감시상태와 육군본부에서의 경호차량 대기상태 등과, 그의 원판결이 적법하게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찾아볼 수 있는
  ㉮ 중앙정보부 궁정동 식당에서의 총격이 있은 후 청와대 경호원들이 오는 것을 대비한 그곳 경비원들의 무장경비 상태(검찰 110면, 221면, 공판 329면, 374면),
  ㉯ 피고인 김재규의 검찰진술 중 '문 : 만약에 육군참모총장과 중정 제 2차장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답 : 거사 후에 설득을 하여 혁명의 동조세력으로 이끌고 말을 듣지 않으면 협박 또는 감금을 해서 본인의 의도한 바대로 좇아오게 하려고 했읍니다. 그래서 옆에 바짝 붙어 따라다니며 감시를 한 것이고……'(검찰 11면)에서의 피고인 김재규의 감시상태와 '김실장이 전화에서 잠깐 멈칫하는 것 같더니 '알겠소, 내가 그곳으로 가겠소'(본인은 그때 느낌이 김실장이 내가 육군총장을 인질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응낙하는 것 같았음) 하며 전화를 끊었읍니다'(검찰 16면)에서의 피고인 김재규·김계원의 의식상태 등을 종합하면 궁정동 식당에서의 총격 이후에도 폭동은 종료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은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원판시 피고인 김태원의 확인사살행위는 피고인 김계원의 내란 가담 이후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인 김계원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또한 원심이 이 사건 폭동행위가 개시됨으로써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이라고 본 조치도 정당하다. 따라서 원판결에는 소론과 같은 위법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 이유 없다.
  
  * 증거은닉
  
  상고이유 중 증거은닉죄의 구성요건으로서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일 것이라는 객관적 요건과 이를 은닉한다는 의사의 주관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 유석술은 이 사건 물건들이 전대통령 및 차지철 일행들을 살해하는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이라는 점을 알지 못하였고, 또한 위 물건들을 은닉한다는 의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피고인에 대하여 증거은닉죄로 인정 처단한 제 1심을 유지하였음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미진 내지 증거은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증거은닉죄가 객관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이를 인식하면서 은닉한 경우에 구성된다 함은 소론과 같은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일건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보면 원심이 유지한 제 1심의 피고인 유석술에 대한 증거은닉의 점에 관한 사실인정과 그 법률적용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 살인죄의 공동정범에 관한 위법
  
  상고이유 중 원심은 피고인 김계원이 피고인 김재규와 공모하여 차지철을 살해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으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상의 상조하여 각자의 범의를 공동적으로 실행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는 것으로서 행위를 공동으로 하는 의사로써 죄를 범하는 것, 즉 의사의 연락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공모의 내용, 수단, 방법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하고 또한 그와 같은 의사 연락 외에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 공동실행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원래 공동정범은 실행 공동정범의 형태가 원칙적 형태이고 공모공동정범은 모의에만 참여하고 구성요건 해당사실은 전혀 행하지 아니한 자이지만 실행자와 동일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예외적 형태로서 실질상의 괴수가 배후에서 범죄를 기획하고 그 실행행위를 부하 또는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실행하게 하는 경우에 단순한 교사나 방조로서 처리해버릴 수 없어서 재판의 실제과정에서 생겨난 공범이론이어서 단순한 범행인식이나 의사의 연락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의라는 말이 뜻하는 바, 즉 범죄실행을 상담하여 그 실행자의 역할까지 정하는 등 상당히 고도의 것이어야 하며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아니하는 공모자에 관하여서는 그 실행자를 통하여 자기의 범죄를 실현시킨다는 주체적인 의사가 있을 경우라야 한다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원판시 정원석에서의 피고인 김재규·김계원간의 대화나 거동만으로는 살인을 공동으로 하자는 제의나 그 제의에 대한 승낙으로 단정할 수 없고 그외의 설시로도 살해의사나 그 의사의 연락이 있은 것으로 추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거니와 피고인 김계원은 같은 김재규가 경호실장을 살해할 당시 소극적인 행위뿐으로서 그 실행행위를 분담한 사실이 없음에 반하여 오히려 피고인 김재규의 살인을 제지하려 한 사실이 엿보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김계원에 대하여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 처단하였음은 그 어느 경우도 피고인 김계원의 변소나 상피고인 김재규의 진술 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서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잘못과 채증법칙의 위배, 이유불비 및 심리미진의 위법 등이 있으며 또한 공동정범과 부작위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원심은 피고인 김계원에게만 차지철에 대한 살인의 점에 관하여 공모공동정범으로 의율하고 있음이 그 판시에서 명백하다고 인정되므로 실행공동정범임을 전제로 한 소론들은 더 이상 판단할 필요가 없다. 공동정범에 있어서 범죄행위를 공모한 후 그 실행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아니하더라도 다른 공모자의 분담 실행한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함은 당원의 판례이고(1955. 6. 24 선고, 4288 형상 145 판결, 1967. 9. 19 선고, 67도 1027호 판결, 1971. 4. 20 선고 71도 496 판결) 공모공동정점에 있어서 공모는 2인 이상의 자가 협력해서 공동의 범의를 실현시키는 의사에 대한 연락을 말하는 것으로 소론과 같이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아니하는 공모자에게 그 실행자를 통하여 자기의 범죄를 실현시킨다는 주체적인 의사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나, 반드시 배후에서 범죄를 기획하고 그 실행행위를 부하 또는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실행하게 하는 실질상의 괴수의 위치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이 점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판단과정은 정당한 것으로 시인된다. 또 피고인 김계원과 같은 김재규는 서로 협력해서 공동으로 망 차지철에 대한 살의를 실현시키려는 의사의 연락이 이루어졌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피고인 김계원에게 같은 김재규를 통하여 그 자신의 위 차지철에 대한 살의를 실현시키려는 의사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특히 원설시의 범행시간 임박에 대한 용인행위와 총격시 현장을 빠져나온 행위 등은 피고인 김재규의 범죄실행을 위한 원조적인 행적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의 이 점 사실인정이나 그 판단과정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그 이유 없다.
  
  * 중지미수에 관한 위법
  
  상고이유 중 원심이 피고인 김계원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의 점에 관하여 판시한 부분인 '국무총리와 내부·법무장관 등의 반대'라는 사실은 그것이 반드시 내란 실패의 사유로 될 것인지는 알 수 없고, 또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유혁인의 독촉'이라는 사실도 내란의 결정적 장애사유라고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점들을 인정할 증거도 없음에 반하여 피고인 김계원은 오히려 그날 23시 30분 이후 피고인 김재규를 도울 생각이 있었다면 도울 수 있었는데도 자의로 그를 체포하게 한 것이 분명하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내란중요임무종사의 장애미수로 인정 처단하였음은 채증법칙의 위배 및 심리미진의 위법과 중지미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또한 피고인 김계원이 제1심 및 원심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변소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한 잘못과 이유불비의 위법도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일건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보면 이 점에 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시인된다. 또 다른 증거들을 종합하여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이나 판단과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위법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고 그리고 피고인의 변소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잘못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못되며 따라서 이유불비의 위법도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위법성조각사유
  
  (1) 정당행위
  ① 저항권 이론 : 상고이유 중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자연법적으로 논의되어오다가 이제 그 실정적인 근거까지 찾아볼 수 있는 등 현대헌법이론이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저항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없음을 가림이 없이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질서 유지와 기본적인 권익 수호를 위하여 수동적 저항이든 능동적 저항이든 폭력적 저항이든 비폭력적 저항이든 가리지 않고 다른 권리구제방법이 없을 때 최종적으로 적용되는 권리인바, 이를 회복함에 있어서는 제도적으로나 실제에 있어서 다른 합법적 구제절차가 불가능하였으므로 피고인 김재규·박선호의 이 사건 범행은 위 저항권을 행사한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적용을 배척하였음은 저항권과 형법 제 20조가 정한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그리고 이 점에 관한 대법원 1975. 4. 8 선고, 74도 3323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당원은 일찍이 '소위 저항권이 주장은 실존하는 실정법 질서를 무시한 초실정법적인 자연법 질서내에서의 권리주장이며 이러한 전제하에서의 권리로써 실존적 법질서를 무시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실존하는 헌법적 질서를 전제로 한 실정법의 범위내에서 국가의 법질서유지를 그 사명으로 하는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재판권 행사에 대하여는 실존하는 헌법적 질서를 무시하고 초법규적인 권리개념으로써 현행 실정법에 위배된 행위의 정당화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한편 생각하건대 현대 입헌자유민주주의국가의 헌법이론상 자연법에서 우러나온 자연권으로서의 소위 저항권이 헌법 기타 실정법에 규정되어 있든 없든 간에 엄존하는 권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지가 시인된다 하더라도 그 저항권이 실정법에 근거를 두지 못하고 오직 자연법에만 근거하고 있는 한 법관은 이를 재판규범으로 원용할 수가 없다. 더구나 오늘날 저항권이 존재를 공인하는 학자 사이에도 그 구체적 개념의 의무내용이나 그 성립요건에 관해서는 그 견해가 구구하여 일치된다 할 수 없어 결국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란 말을 면할 수 없고 이미 헌법에 저항권의 존재를 선언한 몇 개의 입법례도 그 구체적 요건은 서로 다르다 할 것이니 헌법 및 법률에 저항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는 (소론 헌법전문 중 4·19의거 운운은 저항권 규정으로 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현단계에서는 더우기 이 저항권이론을 재판의 준거규범으로 채용 적용하기를 주저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위 당원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원심에 이 점에 관한 법리오해 있다는 논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
  
  ② 정당한 직무집행 : 상고이유 중 피고인 김계원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의 점에 대한 원판시사실인 보안유지, 병력출동의 금지, 국무총리에 대한 보고와 내무·법무장관 등에 대한 계엄선포 건의와 그 사유 등은 모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너무나 뜻밖에 닥친 국가적 위기라는 돌발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로서 형법 제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정당한 직무집행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을 간과하였음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고 또한 위 피고인의 변호인이 이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일건 기록을 검토한 바에 의하면 위 논지와 같은 주장은 피고인 김계원이 그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의 죄책을 면하기 위하여 거짓 변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며 도리어 피고인 김계원의 위 소론행위들은 모두 내란의 괴수인 피고인 김재규의 범행에 적극 가담 호응 동조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행동으로 인정되므로 원심에 이 점에 관한 법리오해·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이 점에 관한 법리오해·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고 보여지는 이상 설사 이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이 원심 판결에서 유탈되었다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수 없으니 결국 논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③ 상관의 명령 : 상고이유 중 피고인 박선호의 원판시 소위는 상피고인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으로서 내린 명령에 따른 행위이므로 형법 제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공무원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일 때에는 이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할 것인즉 이 점 논지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2) 정당방위
  
  상고이유 중 유신헌법과 긴급조치하의 국민주권의 부정침해로 인한 국민의 저항인 부마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 아래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하여 마지막 수단으로 이 사건범행에 이르게 된 것인바, 이는 공통선을 행한 경우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김재규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취지의 변소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판단을 유탈한 위법까지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누누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 김재규의 본건 소위는 대통령 등을 살해하고 내란으로 정권을 장악하려 한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수괴미수죄의 성립에 아무런 장애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피고인은 본건 범행일시를 기준으로 하여 수일내에 이에 대하여 박대통령은 스스로 민중에 대한 발포명령을 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그 예상되는 희생될 민중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구하려고, 즉 국민 내지 국가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려고 본건 거사에 이르렀다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1979. 10. 17, 18일에 일어난 소위 부산·마산 사태의 진상을 같은 달 19일에 당시 중앙정보부장으로서 현지답사하고 돌아왔던 동피고인은 제 1심공판에서 '부마사태로 죽은 자가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하여 '없는 것으로 압니다'(공판 227면)라고 대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사 소위 부마사태의 확산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신체의 상해, 재산의 손괴 정도를 모르되 반드시 많은 국민의 생명의 희생까지 예상된다고는 할 수 없을 이치이고 또 소론 부마사태의 확산이나 소론 대통령의 발포명령 운운도 동피고인 혼자만의 주장일 뿐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자료도 없는 이 건에서 결국 이런 변소는 동피고인의 조작된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장래의 불확실한 사태를 환상적으로 추리한 결과를 진술한 데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형법 제 21조 제 1항 소정의 정당방위의 설립요건을 충족시킬 사실을 인정할 증거자료가 없다 할 것이니 원심이 이 점을 간과했다는 논지는 이유 없고 또 이 점에 관하여 심리를 더 한들 이를 인정할 자료의 출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되는 본건에서는 이 점에 관한 심리미진의 위법 있다고도 할 수 없고 또 이미 원심에 위와 같은 위법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설사 원심 판결에서 이 점에 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끼친 위법은 될 수 없어 위 논지들은 모두 그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긴급피난
  ① 상고이유 중 앞서 정당방위 주장에서 본 바와 같은 10·26 당시의 국내정치상황 아래 피고인 김재규는 수많은 국민의 생명·신체·자유에 대한 현존하는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이 건 범행에 이른 것인바, 이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김재규가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그 판단을 유탈한 위법까지 범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앞의 정당방위의 항에서 이미 설시한 이유와 동양의 이유에서 이 점의 논지도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② 상고이유 중 피고인 김계원은 국가의 원수를 잃게 된 사실이 외부에 누설되면 아군 상호간의 총격전으로 인한 유혈사태 발생과 북괴 남침도발의 기회를 줄 것이 두려워서 보안을 유지하고 청와대의 병력출동을 금지시키고, 계엄을 빨리 선포해야 된다고 건의한 것이므로 이는 많은 국민과 군경의 생명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는 부득이한 것으로서 긴급피난행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간과하였음은 긴급피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또한 피고인 김계원이 제 1심 및 원심에서 일관하여 위와 같은 취지의 변소를 해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여 이유불비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컨대 피고인 김계원의 소론행위(보안유지, 청와대 병력 출동금지, 계엄선포 건의 등)가 이 건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를 성립시켰다고 판단한 원심조치가 정당하다고 당원은 앞서의 다른 항에서 설시한 바 있거니와 이 논지는 설사 소론행위 등이 원판시의 내란중요임무종사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된다 하더라도 위 소론과 같이 그는 아군 상호간의 총격전으로 인한 유혈사태 발생과 북괴 남침도발의 기회를 줌으로써 일어날 많은 국민과 군경의 생명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피고인 김계원에게 당시 과연 그와 같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 즉 피난의사가 있었는가 여부를 따져본다. 일건 기록을 살펴보면,
  
  첫째, 동피고인이 진정 소론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최소한 당시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이 당연히 될 사람) 최규하에 대해서만은 진실, 즉 김재규가 고의로 대통령을 살해한 사실을 알리고 선후책을 의논하였어야 할 터인데 그러지 아니하고 김재규의 오발탄에 대통령이 죽은 것으로 거짓 보고한 점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보다는 김재규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앞서 있었다고 인정되고,
  
  둘째, 동피고인이 진정 소론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당시 막강한 수도경비군단을 장악하고 있었던 동군단장 겸 대통령경호실 차장과 상의해서 소규모 작전으로 넉넉히 김재규를 체포 또는 사살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에 이르지 아니한 점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보다는 김재규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앞서 있었다고 인정되고,
  
  셋째, 동피고인은 본건 범행당일 오후 7시 43분경 김재규가 총격을 마치고 나오면서 자기에게 보안유지 등 후사를 부탁하고 육군 벙커로 향발한 직후 상피고인 이기주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빼앗아가지고 이를 소지한 채 군병원, 청와대, 육군본부 벙커, 국방부 등을 출입하였으니만큼 동피고인 사무실에서 김재규를 만나서 교담할 때 얼마든지 이를 사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점은 위난을 피하려는 의사보다는 김재규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앞서 있었다고 인정된다.
  
  그렇다면 설사 그 당시의 사태가 소론 현재의 위난이 존재하는 상태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소위 피난의사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건 긴급피난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원심에 이 점에 대한 법리오해 있다는 논지는 이유 없고 또 설사 이 점 변소에 대한 원심 판단이 없다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수 없으니 판단유탈, 이유불비 등의 논지 또한 이유 없다.
  
  * 책임조각사유
  
  상고이유 중에 중앙정보부 직원들은 정보부장을 정점으로 하여 군대조직보다 더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으므로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가 여부를 판단하거나 그 명령의 이행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따라서 상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 행한 피고인 박선호·이기주·유성옥·김태원·유석술의 각 소위는 강요된 행위이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 할 것이므로 결국 처벌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강요된 행위 내지 기대가능성의 법리를 오해하여 위 책임조각사유를 간과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이 점에 관하여 제 1심은 무릇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까지 복종할 의무는 없을 뿐 아니라 중앙정보부 직원은 비록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단지 그 점만으로 이 건 판시 범죄와 같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명령에 따른 범법행위가 강요된 행위이거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달리 이 건 범행시 피고인들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강요된 행위였으며 또한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하에 있었기 때문에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볼 하등의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원심 또한 위와 같은 제 1심의 견해를 유지한다는 설시를 하고 있는바 당원이 일건 기록을 검토한 바에 의하더라도 이 건 범행의 일시 및 장소 관계로 보아 위 피고인들이 만약 이 건 혁명거사에 참여함으로써 그 대가조로 얻어지리라고 예상되었던 이른바 한몫을 바라는 마음만 없었더라면 얼마든지 소론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 자리에서 피해 나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공간적 환경에 놓여 있었음을 쉽사리 인정할 수 있는 형편이고 보니 더욱 위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 없다.
  
  * 양형 부당
  
  상고이유 중 군법회의법 제 432조에서 정한 상고이유에서 양형부당은 제외되어 있으나, 위 법조는 형사소송법 제 383조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 제 8조와 국민평등에 관한 헌법 제 9조에 저촉되어 무효이므로 극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로서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인바,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동기와 목적, 범행 전후의 국내정정 등과 피고인들에 대한 개인적 정상 등을 참작하고, 아울러 현대문명국 중에는 형벌로서의 사형 그 자체를 폐지한 나라가 더 많으며, 이론적으로도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편이 훨씬 우월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에 대하여 극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원래 군법회의는 일반법원과는 달리 특수한 목적과 취지에서 설치된 특별법원으로서 그가 취급한 피고인에 대한 처우가 일반법원의 그것과 사이에 소론과 같은 불평등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헌법과 법률이 당초부터 예상한 것이라고 해석되는만큼 소론 군법회의법 제 432조를 헌법 제 8조, 제 9조에 저촉되는 위헌조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소론 위헌을 전제로 해서 전개한 이 점 논지는 이유 없다.
  
  절차상의 위법
  
  * 재판의 독립성 침해
  
  상고이유 중 제 1심 및 원심은 피고인측의 방어권과 변호권 행사를 침해하는 위법한 절차로 예정된 불변의 일정표라도 있다는 듯이 심리를 강행하였고, 심지어는 심리 진행도중에 심판관석의 뒤쪽 문을 통하여 심판관에게 외부로부터의 연락쪽지가 공공연하게 수없이 전달된 사례까지 있었는바, 이는 재판상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 102조와 군법회의법 제 28조에 위반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앞서와 같은 제 1심 및 원심의 공판절차가 위법하다는 논지들에 대하여는 이미 그 이유 없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고, 기록에 비추어보아도 제 1심 및 원심의 사실심리가 소론과 같이 어떤 일정표가 있어 강행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제 1심은 제 2 내지 9차 공판기일에서 8회에 걸쳐, 원심은 제 1내지 3차 공판기일에서 3회에 걸쳐 충분한 사실심리를 진행하면서 피고인측의 방어권과 변호권 행사를 보장하였음이 기록상 인정될 뿐 거기에 다른 위법 있음을 발견할 수 없으며, 또한 그 심리 진행도중에 심판관들에게 연락쪽지가 전달되었다는 점은 기록상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그 내용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었는가에 대하여는 더욱 알 수 없는 것으로서 이 부분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가공된 것으로서 더 이상 논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한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 검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임의성 문제
  
  상고이유 중 검찰관이 작성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들이 검찰관의 신문시에 피고인 김재규는 지병인 간질환의 악화로 그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검찰관의 간곡한 권유로 본의 아니게 진술한 것으로서 군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의 연장에 불과하거나 변호인과 가족의 접견·교통권이 완전히 금지된 상태하에서 검찰관이 사건송치를 받은 후에 군 사법경찰이 조사한 장소에서 조사하고 그 조서내용이 법률적으로 다듬은 것 외에는 군 사법경찰에서의 조서와 동일한 것이므로 임의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음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고 또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유탈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이 점은 아래에서 판단하는 각 사실인정에 있어서의 채증법칙 위배라는 주장에 관련되는 것으로서 편의상 따로 떼어 판단한다).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진술의 임의성이 없다 함은 수사기관에 의하여 신문을 받는 자가 협박, 고문 등 기타의 방법으로 인하여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상태 하에서 진술이 되어 있지 않음을 말하고, 그 임의성의 판단은 경험법칙에 위배되지 않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심판관의 자유스러운 심증에 의하여 결정되어지는 것으로서 소송수행의 모든 상황, 즉 그 서류의 작성·내용은 물론 피고인의 변소 및 태도, 검찰관의 설명, 그 서류작성에 관여한 증인의 증언 등 모든 면에 있어 심판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면 족하다 할 것인바, 기록과 여기 기록에 나타난 다른 사정까지 종합하여보면 검찰관이 작성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는 모두 임의성이 있는 것으로 시인되므로 원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부분은 그 이유 없다.
출처 : 책
[ 2003-07-15, 12:0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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