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배기의 최대 적수는 자기 입임을 잊지 말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아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안 된다'일 것이다. 세상에는 이해 안 되는 일도 많지만 ‘안 된다’는 말만큼 함부로 쓰는 말도 드물 것이다. 이재명이조차 ‘안 된다’고 말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나. 되고 안 되고는 조물주나, 부모나, 선생님이나, 판사가 정한다. 잡인들이 무슨 권한으로 무 자르듯 딱 잘라서 안 된다고 말하나? 더구나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다. 안 된다고 말하는 데에 무슨 타협이 있겠으며 어찌 훌륭한 정치인이 되겠나.
오늘 동아일보에《與 김용태 “김건희 특검 불리해도, 답 미리 정해선 안돼”》란 기사가 높다랗게 걸려 있다. 지금 시점에서 여당에 가장 고민거리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감히 저렇게 말한 김용태가 누군가 싶어서 검색해보니 국힘당의 초짜배기 국회의원 당선자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동아일보 기자가 김용태의 말을 비틀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나 같으면 ‘안돼’를 빼고 그 자리에 ‘곤란’이나 ‘힘듬’을 넣겠다. 그래도 선배 의원들이나 반대자들에게는 건방져 보일 것이다.
소년 급제한 사람이 비록 많으나 그들의 끝날이 아름답게 마무리된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의 화려하고 찬란한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멀어 버린 사람이 얼마인 줄이나 알고서 저럴까?
키 163㎝에 43㎏의 17세 빼빼장군 임춘애(林春愛)는 86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초로 육상 3관왕으로 시상대에 오르며 “라면만 먹고 운동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시달렸고 그 때문에 선수 생활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졌다.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이렇게 되기 십상이다. 한번만 히트치고 이름없이 사라진 가수를 원히트원더라 한다. 그들은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대부분 언론의 조명빨 때문에 딱 한번만 뜨고 만 것이다.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황사영은 16세 때 사마시에 장원급제했다. 같은 시험에 조광조는 29세 때 장원급제했으니 황사영의 천재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조대왕이 황사영의 손을 잡고서 어려우면 나를 찾아오라고 최애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9년 후 능지처참당했다. 물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당한 것은 아니지만 소년급제자의 말로가 비참한데는 매한가지이다. 이런 경우를 다 기록하자면 이 세상의 모든 종이라도 모자랄 것이다.
어렵사리 당선됐거들랑 먼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야 자기에게 득이다. 내로라하는 선배 의원들 앞에서 섣불리 자기 본심을 털어놓을 일이 아닌 것이다. 5선. 6선 선배 의원들이 보는데서 '안 된다'는 말을 하면 뭐 어쩌자는 것인가. 그들은 안 된다는 말을 할 줄 몰라서 듣고만 서 있는 게 아니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고 했다. 생쥐는 몽둥이 맞는 것이다. 부디 초짜배기의 최대 적수는 자기 입임을 잊지 말 일이다.
“겸손하라, 진실로 겸손하라. 그대는 아직 위대하지 못하다. 진실로 겸손은 자기 완성의 토대이다”-톨스토이-
언론의 조명에 눈 멀어 버린 사람이 얼만지 아나
- 무학산(회원)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4-04-16, 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