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로 죽어나간 죄수들의 뜯겨 떨어진 팔을 물고 다니는 개들을 보면서도 그는 불사조처럼 살아 나왔다.
<한 탈북 여성을 통해 북한 주민의 변화 과정을 고찰하다.>
옛날부터 한반도의 산간 오지는 삼수, 갑산이라고 했다. 산간 오지인 만큼 인구밀도가 낮아 만날 사람도 극히 적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농업연구사로 있던 나의 집에 찾아왔던 탈북녀가 있다. 불과 15분 걸으면 닿는 위치에 있던 그였는데 종자를 얻으려 나에게 왔다 간 것이다. 나도 탈북하고 훨씬 후에 그도 탈북하였다.
1년 전에 먼저 알아보고 연락이 와 만나게 되었다. 나도 대북 운동에 나서 있지만 그녀 역시 북한 인권과 선교 운동에 적극 나선다. 북한인권단체의 중국 내 탈북자 북송 반대 화요 집회와 북한 선교 단체와 교회들에서 간증과 연설들이 증명한다. 유식하지 못해도 체험에서 우러나오기에 매우 감동적이다.
전형적인 북한 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 모든 여건상 옥수수 밥, 아니 죽이라도 배급받았다면 저렇게 될 분이 아니다. 이 분은 양강도 김정숙 군 즉 옛 신파군에서 살았다. 1994년 전국 식량 배급 중단은 산간지대인 이곳에는 1년 후인 1995년 그 여파가 도달했다고 한다.
이런 형편에 남편마저 병으로 급사한다. 탁아 유치원 나이의 자식들을 남겨 놓고 말이다. 사실 사변에서 병으로 죽는 것은 간과하기 쉽다.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에도 전사자보다 병사자가 더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식량 배급이 중단된 북한에서 병사자 역시 마찬가지이다.못 먹으면 면역이 약해져 합병 증상이 부쩍 늘어난다. 굶어 죽는 판에 보건 환경 역시 망가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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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식들을 살려야 한다는 모성 본능은 병아리를 노린 독수리에 덤벼드는 암탉과 같다. 그런 과정 장사에 눈이 터갔고 압록강 넘어 외국과도 밀수한다. 모성 본능에 장사, 밀수가 낸 상승 효과는 배급 줄 때보다 상상할 수 없는 부자가 된다. 사실 국가가 온갖 은혜를 베푼다며 주는 1년 분 식량은 개인이 60평의 땅에 옥수수를 심으면 해결되는 분량이다. 장사 역시 일주일 만에 1년 국가 노임을 상회하는 돈을 순식간에 번다. 차라리 잘 되었다. 국가 배급 없이 훨씬 잘살 수 있는 부와 함께 깨달음을 동시에 체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급 줄 책임의 국가가 이번엔 또다시 치명적인 원수로 나타난다. 2009년 화폐 개혁으로 개인들의 모든 걸 한순간 무력화시킨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국가를 배반하지 않았다. 주어진 운명인 듯 받아들이고 또 열심히 장사를 한다. 그래서 살만할 때 이번에는 가난해진 국가의 녹을 먹는 정치 보위부(정보기관)가 도가 넘게 갈취를 한다.
정나미가 떨어져 중국으로 탈북하였는데 공안에 체포 북송을 두 번이나 반복하게 된다. 감정이 난 보위부는 그를 감옥에서 죽이려 모진 고문을 가한다. 그녀는 아직도 온 몸에 그 고문 자리와 어열로 몸이 아프다. 고문 끝에 생지옥 같은 개천 노동교화소로 보내 몇 년간 복역시킨다.
무리로 죽어나간 죄수들의 뜯겨 떨어진 팔을 물고 다니는 개들을 보면서도 그는 불사조처럼 살아 나왔다. 장사와 밀수의 중국 맛은 마약과 같다. 탈북하지 말라고 죽을 고생을 시켰지만 이 마약을 이길 수 없다.
하기에 또 탈북, 중국은 배는 부르지만 언제든지 또 북송될 위기, 그래서 흘러흘러 동남아를 거쳐 남한에 오게 된다. 처음부터 오려고 한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북한에서 유명한 혁명가극, 영화인 '피바다' 주인공 갑순이 어머니와 같다. 중학교 2학년 중퇴생인 김일성이 창작했다는 '피바다'는 공산권의 저명한 작가 고리키의 '어머니' 작을 모방한 것이다. '피바다'는 평범한 아낙네가 어떻게 혁명가로 성장하는가를 묘사했다면 위에 탈북 여성은 그 반대인 '반 혁명가' 과정인 것이다. 북한 역시 그렇게 변화되어 갈 것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가난에서 풍요로, 억압에서 자유로 가는 것이다.
정치가들은 북한 통치자와 대화하여 국제사회로 나오게 한다고 한다. 국제사회로 나오게 한다는 것을 개혁 개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북한 통치자와는 안된다. 하지만 무지렁이 같은 북한 주민들은 개혁개방으로 간다. 국가 배급이란 통제의 기본 끈이 끊어진 덕분이다. 이를 증명하듯 1994년 배급이 중단된 후 지금껏 장사와 개인 뙈기밭 농사로 살아 온 것으로 증명된다. 물론 수백만 아사라는 뼈저린 충격을 받으면서이다.
장사와 개인농은 국가 배급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국가도 배급 못 줄 형편이 영원할 것이다. 국가 배급 중단은 자유를 찾게 된 전화위복을 주었다. 죽인다고 해도 3만 4천 명이나 남한에 온 것으로 증명된다. 이런 남한 입국 성공률이 몇 프로밖에 안되니 탈북자 수는 훨씬 많다.
탈북자 한 명만 나도 펄쩍 뛰던 북한의 쪽팔리는 민낯이다. 그래서 압록강, 두만강 국경을 군사 분계선보다 더 감시한다. 누르면 튀어나갈 때라도 있으면 폭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렇게 꽉 막으면 일시적이지 그 폭발 압력은 점차 증가된다.
그 폭발 압력 지수를 높이는 것이 '한류'이다. 이를 막으려 <반동문화배척법>을 비롯해서 3개의 법이 급조된다. 법이 미비해서인 것 같지만 기존 법으로도 충분함에도 그런다. 비정치성 드라마에도 이 정도인데 사상적 콘텐츠를 담은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본다. 필자는 그래서 대북 풍선으로 정보를 보내는 희열을 느끼고 있다. 혼자서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3대 세습 북한 정권은 지금껏 명분에 명분이었던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이란 말만 해도 죽이던 그들이 이전은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이들에게서 남침 전쟁 위기 소리는 그 반대로 이해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는 1992년 김일성이 남조선 점령은 물건너갔고 이젠 북한 고수 전략이라고 한 교시를 똑바로 들었다는 북한 국방 과학원 김길선 기자의 증언이 말해준다. 그러기에 우리는 변화로 가는 북한 주민을 우선 보며 나가야 한다. 아마도 1992년부터 이렇게 하였다면 통일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평범한 아낙은 어떻게 反혁명가가 되었나
- 이민복(대북풍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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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5, 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