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는 상속세 개편 논의

아파트 상속세 감면해 주는 게 나라에 무슨 이득이 되는지 묻고 싶다. 국민소득(GDP) 대비한 한국과 미국의 주식 가격과 주택 가격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주가(株價)는 2배인데, 한국은 미국보다 집값이 2배라고 한다. 쉽게 말해 미국은 집값보다 주식이 비싸고, 한국은 주식보다 집값이 비싼 나라인 셈이다. 미국은 주가(株價)가 떨어지면 국민이 가난해지고 한국은 집값이 떨어지면 국민이 가난해지는 나라다. 어느 나라가 더 성장 잠재력이 높을지는 불문가지다. 국민의 저축이 생산적인 곳에 모여 있는 나라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주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현상을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없앨 방안으로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 상속세제 개편이다. 기업의 주주(株主)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과도한 상속세로 리스크가 커지니까 지배주주는 기업 상속을 위해 주가가 낮아지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 주가가 낮게 유지되거나, 가치가 높은 회사를 물적 분할해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다. 경영자총협회에서 30~40대 벤처ㆍ스타트업 CEO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9명은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근데 수년 전부터 주가 부양을 위한 상속세 개편을 주장했음에도 꿈적도 안하더니 갑자기 상속세 개편한다고 정치권에서 호들갑이다. 그 이유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여 부동산에 몰려있는 자금을 생산적인 쪽으로 돌리겠다는 순수한 경제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점에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말해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에 2배 급증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부동산 가격, 구체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원인이다. 결국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급증하니까 이제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솔직히 아파트 상속세 감면해 주는 게 나라에 무슨 이득이 되는지 묻고 싶다. 종부세 감면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폭등은 순수한 불로소득의 증가인데, 불로소득은 나라의 염증이다. 염증이 대대로 상속되면 그 나라가 건강해지겠는가? 원님 가라고 길 닦아 놓으니 돌문둥이가 먼저 지나가더라는 속담도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상속세 개편에 서울 아파트 상속세 대상자들이 왜 숟가락을 같이 얹는지 모르겠다.

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을 했던 모 인사가 한국의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통령 임기가 20년쯤 되어야 된다고 했다. 부동산이든 서울 과밀이든 이공계 인재의 의대 편중이든 지방 소멸이든 저출산이든 수많은 문제들이 30년 넘게 방치되고 있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이러한 장기 과제에 대해 5년 임기의 단임 대통령은 해결 능력을 상실했다. 상속세 문제도 그렇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액션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오직 정치적인 이해관계만 따져서 표를 가진 유권자들의 다수가 원하면 그제서야 그 길이 옳든 그르든 그대로 대중에게 영합한다. 비전을 가진 지도자는 안보이고 오직 이기심에 눈먼 대중이 가자는 대로 흘러가는 포퓰리즘 공화국이 되어 가고 있다.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도 이해관계자가 적으면 씨도 안먹히고 그래서 시기를 놓치고, 나라에 별 도움도 안되는 무의미한 정책도 다수의 유권자들이 원하면 거기에 3류 정치 모리배들이 야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남미형 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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