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살이나 먹은 놈이 근육 자랑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까봐…
어제(8.9) 조선일보에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는 기사 제목이 있었는데 이것이다.〈체조 요정, 마른 체형은 옛말…이젠 근육질로 변했다〉사진도 함께 실었는데 마치 중세 유럽의 조각이나 회화를 보는 듯, 근육이 도톰하고 튀어나온 게 참 아름다웠다. 이제 올림픽이 인간으로 하여금 근육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케 해 주었으니 내가 다 기분이 좋다.
세익스피어는 “몸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근육이다”고 말했다. 또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데서 어찌 온전한 정신력이 나오겠는가. 근육은 체력일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기도 하다.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재미 삼아 하는 말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바란다. 나는 젊어서부터 기구 운동하기를 좋아했다. 그때부터 역기 원반이나 아령을 하나 하나씩 샀는데 그게 모여서 홈짐(Home Gym)이 되었다.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삼복더위. 더구나 올해 같은 염천(炎天)에 마당에 누워 역기를 드는 나를 보고 내자는 “돌았다”며 혀를 찬다. 생전 안 하던 저런 말을 하게 된 것은, 며칠 전 어떤 방송에서 이런 날씨에는 운동도 평소보다 강도를 낮추어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너무 더워서 역기를 못들 형편이라, 에어컨이 있는 방바닥에 누워서 아령을 드니 운동 중독에는 약이 없다며 쫓아냈다.
기구 운동에 빠져 살다 보니 엉뚱한 문제가 생겼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으면 근육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흰색이나 회색 옷을 입으면 더 심하다. 젊어서는 도리어 자랑스러웠는데 어느날부턴가 근육이 드러나는 게 쑥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낫살이나 먹은 놈이 근육 자랑을 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모자를 푹 내려쓰고 외출을 하는가 하면 안 하던 머리 염색까지 하고 다닌다. 그러니 내자가 “그러지 말고 그냥 유산소 운동이나 하소” 한다. 그래서 이 말을 돌려주었다. “안 돼. 힘이 보배다.”
못 쓰는 글을 쓰는 것도 내 생활의 낙이요 불볕 아래에 누워서 역기를 드는 것도 내 도락(道樂)이니 미친 놈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어쩔 수 없다. 늙은 것이 근육 자랑을 하고 걷는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런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파리 올림픽이 만들어 주었다. '마른 체형은 가고 근육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알렸으니 이제 마음 턱 놓고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되겠다. 그래서 기사 제목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어제 이 글을 쓰기는 썼지만 여기에 올리면 역시 ‘미친 놈’ 소리를 들을까봐 올리지 않았다. 내가 마음으로 모신 스승 중의 한 분인 백영옥 소설가의 글을 오늘 조선일보에서 읽고 힘을 얻어 오늘은 올렸다. 오늘 그분의 칼럼 제목은 '노잼 라이프'이다. 여자인 그분도 헬스장에서 PT까지 받는다니 이 글을 올릴 용기가 생겼고, 더구나 그분이, 트레이너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재밌는 건 없다!”는 말을 듣고 공감하지 않았으나 팔뚝에 약간의 근육이 생긴 걸 느끼고는 그 말이 이해되더라고 했다. 근육이 붙어서 기분좋다는 말이지 않겠나.
선교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 치는 것을 고종(高宗)이 보고, “쯧쯧. 아랫것들에게나 시키지 않고” 했다고 한다. 내가 땡볕 쏟아지는 마당에 누워 쇳덩어리를 드는 걸 보았다면 “미친놈은 패야만 나간 정신이 들어온다 매우 쳐라” 했을지 모른다.
불볕 아래에 누워 역기를 드는 뜻은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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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0, 14: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