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다르면 갈등이고 국정 파행이 되나

국힘당이 충성 경쟁과 아부 경쟁인 더민당이 되길 바라는가.
어제(8.12) 조선일보에 이런 제목의 사설이 있었다.〈이번엔 사면·복권 문제…또 한번 불거진 尹·韓 갈등〉‘尹·韓 갈등’이라니? 한동훈이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갈등’인가. 기껏 특정인의 복권 하나에 의견이 다른 것을 갖고 ‘갈등’이라 부풀려 말하면 어쩌자는 건가. 한동훈은 윤석열 앞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도 말고 오로지 예.예 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두환 대통령은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했다. 윗사람은 낙낙해야 통이 커 보인다.

다 알다시피. ‘갈등(葛藤)’은 칡나무 갈 字에 등나무 등 字다. 칡은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서로 만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감아버려서 너 죽고 나 죽자가 된다. ‘갈등’을 함부로 사용할 바가 아니라 하겠다.

정치판만큼 의견이 분분한 데가 없다. 정치인끼리 모인 데서 남다른 의견이 안 나온다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고 보아 틀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말만 듣는 사람을 사기꾼이라 하듯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정치인을 일러 정치객꾼이라 한다. 더민당이 이런 형편이다. 이걸 보면서도, 대통령과 당 대표의 의견이 다른 것 하나를 갖고 ‘갈등’이라며 호들갑을 떨면 더민당처럼 하자는 말이 아니랴. 굳이 변증법을 들먹일 것도 없이 정치가 조용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백가쟁명식으로 논쟁하고 토론해야 정치가 발전하고 국가가 번성하고 국민이 좋아진다. 당론(黨論)이 없이 논쟁하는 미국이 갈등 없는 북한보다 낫지 않은가.

지난 총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장의 의견이 엇갈린 적이 있기 때문인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의견이 다르게 나오기만 하면 언론은 곧바로 갈등이라 쓴다. 그때는 총선이란 전투 중이었기에 갈등이라 말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시이므로 의견 차이를 갈등이라 하여 위기 상황으로 격상시키지 않아도 된다. 반면에 언론이 거대 야당에 대해선 갈등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낙연과 이재명이 갈등 이상으로 대립했지만 ‘갈등’이라 쓴 적이 없었고, 비명계가 탈당하여 정치 이혼을 했는데도 갈등이라 쓰지 않았다. 언론은 언어 사용에서도 국힘당에는 쇠몽둥이를 들고 더민당에는 나무젓가락이나 드는 것이다.

“만만한 게 조조 군사”라더니 더민당에는 '의견 충돌'이란 말도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국힘당을 향해서는 마음 턱놓고 쓴다. 의견이 서로 달라서 맞짱을 뜰 요량이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충돌보다는 논쟁이라 해야 부드럽고 민주적이다. 언론이 스포츠에 전투 용어를 쓰지 말자고 했다. 그래놓고 정치 용어는 무시무시한 말을 골라서 쓴다.

언론은 이재명에게 꼬박꼬박 대표라 하고 김정은에게도 빠짐없이 국방위원장이라며 예를 갖춘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게는 그런 예를 차리지 않는다. 대통령으로 예우하고 당 대표로 대접한다면 의견 차이 하나를 갈등이라 부풀려서 말하겠는가?

사설은 결론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국정의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했다.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이라 하여 대통령과 당 대표의 관계가 파탄이 나 있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국정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국정 파행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렇다면 당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예스맨이 되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그러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나라가 더 나아지겠나? 여당 대표의 의견 개진을 갈등이라 해서도 안 되고, 여당 대표의 침묵을 평화라 해서도 안 된다.

정치에 갈등이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갈등이 없는 게 문제이고, 갈등을 녹이지 못하는 정치가 더 문제다. 세상에는 다툼 없는 날이 없거니와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 했다. 그러므로 일 없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다툼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다툼을 융합하기를 바라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거듭 말하지만 갈등이 두려운 게 아니고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두렵고, 봉합에 서툴다고 하여 갈등을 회피하는 자세가 두렵다.

지금의 더민당을 보라. 충성 경쟁과 아부 경쟁에 구경꾼이 차마 고개를 돌린다. 이 참에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낸 한동훈에 박수를 보내야 더민당을 꾸짖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도리어 ‘갈등’ ‘국정 파행’이라 했다. 국힘당도 더민당처럼 되기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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