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학자들의 빗나간 기자관(記者觀)

우파 정치권으로 가면 변절(變節), 좌파정권으로 가면 충절(忠節)인가? 부산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임영호 명예교수가 '전직 언론인의 변절'이란 칼럼(부산일보 8.12. 게재)에서 기자란 직업인의 특징을 이렇게 지적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기자들은 초년시절부터 사회 최상층과 상대하면서 엘리트 의식과 특권의식을 습득하게 되고, 이는 권력 지향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늘 대우만 받다 보니, 이 대우가 언론에 대한 도덕적 기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대단한 신분이라서 그렇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퇴직 후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은 기자직군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변절 언론인의 상반된 모습을 이어 주는 고리는 바로 이 엘리트 의식과 권력 지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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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사에는 아무 업무나 잘 처리하는 고만고만한 기자만 넘쳐 날 뿐 전문가가 드물다. 이들은 경력이 쌓이면 점차 조직에서 퇴진 압박을 느끼면서 외부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게 된다. 설혹 그 선택이 직업적 가치를 위협하는 악역일지라도 재취업의 길을 찾아 전향(轉向)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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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악명을 떨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역시 기자출신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에 오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역할은 현정권의 공영방송 탈환을 위한 정치게임에서 일회성 행동대원에 불과했다."

임영호 교수가 기자들이 엘리트 의식과 특권의식, 권력지향성 유혹을 이기지 못해 기자란 직업의 초심에서 이탈해 재취업의 길을 걷게 된다는 지적은 임 교수 자신만의 단정일 수도 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하고 채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기자 출신들도 발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정년이 있고 임기가 있는 조직 구조상 특정 직군 한 곳에서만 건재하기란 어렵지 않은가? 언론인이라고 해서 재취업하지 말라는 법도 없거니와 발탁(拔擢)당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은 축하받을 만한 일이 아닌가?

언론인들이 본업 외의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 우파정권에 입각(入閣)하거나 정치권으로 전향할 경우, 변절(變節)로 악평(惡評)하고, 좌파정권으로 넘어갈 경우, 충절(忠節)로 단정하는 것은 극단적 시각(視角)이 아닌가?

임영호 교수는 언론인의 재취업에 대한 이분법적 결함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파정권에 의해 발탁된 이동관과 이진숙, 류희림만 '공영방송 탈환의 행동대원'이고, 좌파정권으로 넘어간 국회의원과 장관이 된 정동영과 박영선, 청와대 대변인과 국회의원이 된 김의겸을 비롯 KBS 사장 정연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권태선 등은 '언론인의 변절' 대상이 아닌 이유가 무엇인가.

임영호의 지적대로 기자들이 '엘리트 의식과 특권, 권력지향성 유혹'에 빠져 '기자 초심'에서 탈선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강의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고 언론계에 입문(入門)시킨 교수들에겐 책임이 없는가? 대학교수들의 변절은 없는가? 방송학자 L 교수가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보여 준 과거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임영호 교수에게 묻는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 치고 공영방송 매체를 3개(KBS1·2. MBC)나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민간상업방송 MBC'가 공영방송으로 자격이 변경된 과정을 알고나 있는가? MBC가 전국 21개 제휴사(提携社) 수평 체제에서 공영방송 계열사(系列社) 수직체제로 강제통합된 1980년의 '언론통폐합특별조치'의 비극을 알고나 있는가? MBC가 전국 제휴사의 지분 51% 주식을 가지고 공영방송 대주주가 된 배경을 알고나 있는가?

껍데기는 공영이고 속은 주식회사 형태인 기형적 공영방송 MBC를 정상화시키는 길은 1980년 5공정권의 강제 언론 통폐합 이전 체제로 환원시키는 길뿐이다. 그 수많은 미디어 학자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그때 빼앗겼던 '동아방송'과 '동양방송'은 이명박 정권 때 종편채널 '채널A'로 동아일보에 허가했고, 동양방송은 중앙일보 계열의 'JTBC'에 반환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미디어 학자들은 학자적 양심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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