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이 '서울 집중' 개발 불렀다

100만 호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최선이었나? 서울 반포의 모 아파트가 분양가 대비 1200배 올랐다는 기사가 나왔다. 같은 기간 서울 아닌 지방에 있는 아파트도 그만큼 올랐을까? 부산 남구의 S비치 아파트와 서울 압구정 H아파트가 비슷한 시기에 분양했고 당시 분양가도 비슷했다고 한다. 근데 지금 이 두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이 같을까? 지방 사람들이 서울 지역 집값에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부산 사람들이 서울 주택가격을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 과밀의 근본적인 원인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땅 한 평을 사도, 집 한 채를 사도 서울에 있는 부동산을 사야 더 많이 오른다면 그것도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훨씬 더 많이 오른다면 전부 서울로 가는 게 당연한 선택 아니겠나?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갈 수 있는 사람은 다 서울로 간다. 그리고 일단 서울 안에 들어가면 절대로 서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그 순간 거지 된다고 믿기 때문에. (지방으로 발령나면 사표 내는 나라가 지구상에 한국 말고 또 있나?)

이런 현상이 급속도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 1980년대부터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한다는 구실로 국가의 모든 가용 자원과 개발이 서울에 집중되었다. 이 당시 서울의 지가 상승률은 지방을 압도했다. 같은 시기 제2도시인 부산이 ‘성장억제도시’로 묶여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라도 서울에 집중된 개발을 억제하고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를 줄일 대책을 세우기 위해 지방 대학을 육성하고 지방 기업을 육성하는 등 필요한 액션을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엉뚱하게(?) 100만 호 주택 건설한답시고 신도시까지 우후죽순으로 만들며 수도권 과밀을 불가역적(不可逆的) 상황으로 악화시켜 나갔다.

사람들은 서울올림픽을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한다. 올림픽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그 이후의 국가 대계는 지금에 와서 보면 아쉽기 짝이 없다. 심지어 100만 호 주택 건설한 노태우를 역대 대통령 중 부동산 정책을 제일 잘한 대통령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 사람들의 눈에는, 서울올림픽은 정상적인 국가를 도시국가로 변질시켰다는 점에서, 일본 같은 나라와 비교되지 않고 홍콩, 싱가폴, 대만 같은 나라와 비교되는 수치(?)를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특히 수도권 과밀이 초래한 출산율 0.6의 망국적인 현상을 보며, 지방 소멸이 국가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서울올림픽 이후 100만 호 신도시 건설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금도 그린벨트 해제하고 주택 공급하겠다는 말만 하지, 지방에 넘쳐나는 값싼 땅과 빈집, 텅 빈 지하철을 활용해 보겠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 기업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제일 땅값이 비싼 곳에 모여 있으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그 지대(地代)만큼 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은 상식이다. 근육 늘리는 운동은 안하고 약만 주면 당장은 혈당이 떨어지겠지만, 그게 근본적인 당뇨 치료가 될 수 있나? 그런 처방이나 계속 하고 있으면 그런 의사를 어찌 실력있는 의사라고 할 수 있겠나. 5년 임기 대통령 중에는 명의(名醫)가 나오기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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