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 때 아껴야 한다.
나는 아무래도 좀 지나친 듯하다. 낮에 길을 가다가 가로등이 켜진 것을 보면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많이 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기는 하고 있다. 어려서 절전 교육을 오지게 받은 결과이다. ‘절전’이란 말을 별로 쓰지 않은 시대에서 저렇게 반응하니 뒤떨어진 사람임은 분명하겠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C컷 전력 낭비 범인은 바로 너!…사람 없어도 환하게 불 켠 빌딩들〉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사무실마다 대낮 같이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우리 시대였다면 최종 퇴근자는 불을 끄지 않고 퇴근한 죄벌을 톡톡히 받았을 것이다. ‘절전’이란 말이 사라지다시피 한 요즘에 오죽했으면 조선일보가 저런 기사를 실었겠나. 문제는 관공서도 저런다는 점이다.
우리 집 앞에 ‘해양신도시’가 있다. 바다를 메워서 섬을 만들고 저런 거룩한 이름을 갖다 붙였다. 매립 비용이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몰라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5천억 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 돈을 들여 매립해 놓고 20년 가까이 빈 땅으로 버려두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못할 짓인데 거기에 탑 같은 것 두 개를 아파트 7층 정도 돼 보이는 높이로 세워놓았다. 그 탑 안에 조명시설을 해두었는지 초저녁부터 밤 11시까지 탑 전체에 불을 환하게 켜놓고 있다. 온화하게 보이는 색깔이면 또 모르되 핏빛 같은 불을 켜놓으니 볼 때마다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뿐만이 아니고 섬을 빙 둘러 가면서 불을 켜놓았다. 퇴임한 어느 마산시장이 TV에 나와서 “거기에 섬을 만들 일은 아니었다”고 했었다.
그 바로 옆에는 버려둔 세관 건물이 있다. 4층짜리 건물을 근사하게 지어놓고 10년(?)을 안 쓰고 다른 데로 이사 갔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실수로 그렇게 지은 것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는데, 십수 년(?) 동안 빈 건물로 버려두고 있는 것에 더 화가 난다. 다른 곳에 활용도 못 할 건물이라면 차라리 철거하는 게 낫지 않겠나. “눈에 없으면 마음에도 없다”고 했듯이 철거하여 없애버리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은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런 빈 관공서 건물이 전국에 차고 넘쳐난다. 잘살 때 아껴야 한다. 섬으로 있을 때 아껴야지 말(斗)로 있으면 아껴지지도 않는다.
저런 현상들은 지방자치 제도가 원인일 것이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청사나 부속 건물을 크고 화려하게 짓는다. 그러다가 소용이 없어지면 그냥 버려 버린다. 시골에 빈 집이 많다. 시골에서 살기 어려워 집을 버리고 도시로 나간 것이다. 이런 집을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벌금을 물릴 거라는 말을 들었다. 돈이 없어서 집까지 버리고 떠난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겠다는 관청이 참 박정해 보인다. 버려둔 관청 건물은 놔두고 코딱지만한 집 한 채엔 벌금을 물리겠다니 관리는 상전이고 국민은 종놈인가.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현재의 청계천으로 만든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우러러 보인다. 사람이 위대해야만 건설도 하듯이 용기가 있어야 철거도 하는 것이다.
5천억 원을 20년 동안 바다에 버려두는 관청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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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09, 1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