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심정적 영역이라면 역사는 책임윤리의 영역이다.'
소설가 '한강'이 쏘아 올린 '노벨 문학상' 수상 결정과 2021년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한국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대한민국 예술이 세계 무대에서 우뚝 솟아 오른 쾌거였다. 특히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낭보는 그동안 노벨상 갈증에 목말라 온 대한민국으로서는 기쁘고도 시원한 소낙비와 같은 최상의 소식이었다.
작가 한강은 노벨상 수상자라는 명예와 영광과 함께 상금 14억여 원과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작품 판매로 얻어지는 저작권료 등 억만장자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영화 '기생충' 역시 10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가져다 준 관람료 수입 또한 엄청난 부(富)의 창출이었다. 또 노벨상 수여 시즌이 되면 한복으로 갈아 입고 앉아서 카메라 기자들을 끌어모으던 노추(老醜)의 모습도 사라져서 올 가을은 청명한 계절이었다.
문학과 영화, 두 장르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예술계의 慶事는 작품의 빛나는 위대함, 그 뒷면에는 '그림자'가 병존(竝存)하고 있다. 작품으로서는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아 명예와 영광을 누렸지만 내용면에서는 두 작품 모두 사회 고발성이 강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비리와 갈등, 인권 유린 등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천하에 폭로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 한강이 한국 현대사의 불행한 사건인 '5·18 광주 사건'의 희생자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아 창작한 소설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의 스토리 전개를 두고 국내에서는 칭찬과 비판의 논쟁이 계속되는 이색적 현상이 일어났다.
문학이 역사를 다루는 순간부터 문학은 역사적 사실의 규제 하에 놓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특정 사건의 발생 원인과 전개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논픽션의 기록이고 문학은 창작(創作)의 예술적 영역으로 픽션이 가미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특정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소설의 모티브를 설정하게 되면 작가는 작품 구성을 위해 상상력(想像力)과 예단(豫斷), 미화(美化), 심지어는 왜곡과 조작까지도 총동원시켜 가며 허구의 창작 의욕을 발동시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벨 위원회를 관장하고 있는 스웨덴 한림원은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이라고 評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결정이 전해지자 칭찬과 비판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많은 칼럼 가운데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 '한강, 문학과 역사' 와, 그리고 조갑제닷컴의 '太陽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月光에 물들면 神話가 된다'가 관심을 끌었다. 송평인 위원의 칼럼을 요약한다.
<한국 현대사 인식에서 빚어지는 오류는 문학의 관용과 역사의 평가를 혼동하는 가운데서 비롯된 게 적지 않다. 문학은 평가로 가득차서는 안되고 역사는 관용에 쉽게 자리를 내줘서는 안된다. 문학의 기능 중 하나는 역사의 거대한 힘에 짓밟힌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다. 그래서 문학은 역사의 기준으로 재단해서도 안된다.…
제주 4·3과 5·18 광주의 국가 폭력은 큰 차이가 있다. 5·18 저항은 궁극적으로 전두환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 운동의 원동력이 됨으로써 승리했다. 반면 제주 4·3 사건은 그 저항이 패배했기 때문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제주 4·3은 여수·순천 사건과 북한의 6·25 도발로 이어지면서 역사를 퇴행시키는 방향에 서 있다.…
한강은 자신이 쓴 작품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게 되었음도 상기시키고 있다.… 한강은 2017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에서 한국전(戰)을 대리전(代理戰)이라고 말해 버린 것은 역사가들이 오랜 기간 실증적으로 밝히기 위해 노력해 온 공산주의자들의 전쟁 도발 책임을 도외시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문학은 심정적 영역이다. 착한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 의도치 않고 잘못된 일에 엮일 때 안타까운 시선으로 봐 주는 것이 문학이다. 반면 역사는 책임윤리의 영역이다. 의도만이 아니라 결과까지 따져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조갑제 기자는 "한국의 포용과 개방의 국가통치 능력이 가져온 발전에 비해 착취와 퍠쇄의 북한이 몰락한 것에 대한 연구로 미국의 경제학자 3명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것은 대한민국이 노벨상감이라는 긍지와 자랑이다. 또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천착한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 또한 한국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낸 노벨상이다. 한반도가 껴안고 있는 고민이 세계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는 예이다. 그래서 이병주가 그의 소설 山河에서 밝힌 명언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명언은 참으로 소중한 위업이요 유산이다"라고 지적했다.
노벨문학상(賞)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작가 한강이 그려 낸 소설 '소년이 온다'의 5·18 광주사태는 희생자와 유가족과는 달리 살아 있는 유공자가 누구인지 그 명단도 떳떳하게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것이 玉의 티로 남아 있음이 유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과 영화 '기생충'
- 문무대왕(회원)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4-10-28, 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