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장을 넘은 청년의 항변

나는 ‘헬조선’이란 (청년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이 나라는 천국 같아 보인다. 뉴스 화면에서 서부법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통유리를 박살내고 사무실의 책상들을 들어 엎었다. 그들은 판사 이름을 부르며 판사실을 휘젓고 다녔다. 사법부의 권위가 처참하게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난동을 부린 한 청년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썼다는 글이 카톡을 통해 내게 전해져 왔다. 나는 그 청년의 글을 읽어 보았다. 긴 글의 핵심을 압축하면 이랬다.

<저는 이 반쪽짜리 민주공화국을 ‘헬 조선’이라고 부르며 멸시해 왔습니다. 저는 이 나라가 싫습니다.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 그냥 기분이 나빴습니다. 반국가 세력은 제 개인의 이성과 자유의지를 모독했습니다. 저는 그 점이 참을 수 없이 기분 나빴습니다.

반국가 세력은 언론을 장악했습니다. 가짜뉴스와 정치공작을 일삼는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권위를 잃었습니다. 반국가 세력은 세대간 분열을 야기하고 특정 집단에 차별과 피해의식을 주입했습니다. 가짜인 그들은 민주적 권력인 양 행세하며 사회 구성원들을 기만했습니다. 우리 개개인을 사리분별하지 못하는 패배자로 규정했습니다. 수십년에 걸쳐 국가 시스템을 장악해 온 반국가 세력은 민주주의를 마비시켰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는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의사결정은 우리 사회를 이득 보는 집단과 손해 보는 집단으로 갈라놓았고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공화 개념이 훼손됐습니다. 공화를 위협하는 수많은 정책과 입법이 사실은 반국가 세력의 이적행위였습니다. 대한민국은 가짜였습니다. 이 나라의 구성원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 그리고 반도 역사상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우리 청년세대입니다. 저는 법원 담벼락을 침범했습니다. 주어질 처벌에 순응할 것입니다. 많은 것을 잃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저는 시민으로 거듭났습니다. 생각했고 행동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25.01.19. 강서서 유치장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쓴 문장들을 보면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에 분노해서 법원 담을 넘었던 청년의 글에서도 반국가 세력이란 용어가 나온다.

여당과 야당은 역사적으로 정치적 뿌리가 같지 않다. 그들이 만들려고 하는 나라도 다른 것 같다. 동일한 헌법 체제 아래 있으면서 서로 다른 국가를 건설하려고 하기 때문에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면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것이 아닐까. 그 이면에는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파벌투쟁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야당 대표가 어떤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가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미 선진화된 대한민국을 더 좋은 국가로 만들기 위한 선한 싸움을 해야 했던 건 아닐까.

나는 ‘헬조선’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의 눈에 지금 이 나라는 천국 같아 보인다. 내가 어렸던 시절 주변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있었다. 깡통을 든 거지가 거리에 들끓었다. 지금도 내 뇌리에 각인된 한 장면이 있다. 거지가 연탄재 위에 버려진 상한 김치를 허겁지겁 먹고 있는 광경이다. 내 눈으로 봤었다.

그 시절 우리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명확한 정치구호가 있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였다. 거기에는 진한 눈물이 들어있었다. 내 또래의 친척이 서독에 간호사로 갔다.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간 것이다. 정신병동에서 노인의 똥오줌을 받아내면서도 천대받고 얻어 맞았다. 친척은 그 트라우마로 평생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우리 세대는 광부가 되고 베트남전에 가서 피를 팔았다. 가방 속에 컵라면과 샘플을 넣고 전 세계의 오지까지 물건을 팔러 다니기도 했다. 배고픈 시절이 극복이 되면서 우리는 권위주의와 독재가 싫었다. 학교 가면 선생님이 때렸고 경찰서를 가면 형사가 발길질부터 했다. 군대를 가도 맞았다. 나라도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닌 걸 알았다. 나라는 개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평범한 시민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세상을 바라게 됐다.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받은 선물이 아니었다. 깨끗하고 투명한 색깔이 아니라 피빛이었다.

우리 세대가 그 다음으로 힘을 쏟은 것은 교육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배워야 했다. 서민 자식이 신분이 상승되는 길이 교육이었기도 했다. 가난해도 자식 교육만은 최고로 시키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부자 나라가 됐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서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어디를 가도 깨끗하고 안전하다. 굶어 죽거나 치료를 못 받아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가 됐다. 내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헬 조선’을 나는 납득할 수 없다.

다만 법원 담장을 넘은 청년이 우리 정치가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돈 벌기에 급급해 허겁지겁 달려오는 바람에 우리는 천민자본주의가 됐다. ‘어떤 게 사는 게 진정으로 잘 사는 거지?’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뭔지 정당성이 뭔지에 대한 철학도 부족했다. 국민 의식과 그 성숙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 해결을 놓고 여와 야가 꿈꾸는 나라가 달랐고 그게 지금의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다는 생각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이 해야 할 과제가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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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즈 2025-01-27 오전 10:25

    민노총 밑으로 기어 들어간 언론이라 하지만 참 더럽게 썩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이유에 제대로 진단했을 것이다. 정신 박힌 기자라면 내란죄를 뒤집어 씌운 세력을 찾아 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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