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건물과 1950년대식 화물차, 획일적 작업복 차림 시민들의 무뚝뚝한 표정.
북한에서는 소련을 쏘련이라고 한다. 모든 공산권과 세계 공산주의자들의 우상은 소련이었다.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그 정점에 이르렀다. 이 시기 북한에서 출판한 로어 사전 첫머리에 <쏘련을 향하여 배우자!>란 문구를 덧쓴 것을 나에게 선물한 지인도 있었다.
1974년 북한에서 최고 기술 대학인 김책 공업 대학 반도체 공학부에 입학응시를 위해 갔을 때이다. 대학생들의 말 속에 이런 말이 특별히 기억한다. 소련 사람들은 세 사람만 모이면 과학 토론을 한다! 진취성이 강한 청년들의 말 속에 우상이 소련이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 우상이 개인적으로 실망으로 다가 온 적도 있다. 1976년경 도서관 일을 도와주는 과정 소련 잡지를 접하게 되었다. 정치적이 아닌 과학 잡지였기에 자연스러운 소련 거리와 시민들 모습이 담겨진 사진이 있었다. 경의롭게 상상했던 소련의 빛나는 모습이 아님에 실망했다. 회색빛 같은 건물들과 1950년대식 화물차, 거무틱틱한 획일적인 작업복 차림 같은 소련 시민들의 무뚝뚝한 표정들.
남한에서 반 정부 시위하다 최루탄에 한 눈까지 실명할 정도의 운동권인 서울대 출신 황성준 전 조선일보 기자,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있다. 그는 88올림픽 때 소련 선수단을 환영하는 데 주도적 역활을 하는 통에 소련 당국의 호감을 받고 초대를 받아 가기도 했다. 레닌그라드 대학 전임강사라는 직함과 일자리도 소개받았다. 좌파 운동권자로서 우상은 당연히 소련이었다. 그러나 실제 소련에 가서 살아 보고야 우상은 깨어졌다. 그는 좌파 운동권에서 보수우파 논객화 된 전형적인 인물이다.
활기가 없고 거무틱틱한 소련은 내가 실망한 지 15년 후에 스스로 망했다. 북한은 소련보다 보다 심각하다. 소련은 적어도 수백만 명이 굶어 죽지는 않았다. 북한은 작은 나라임에도 수백만 명이 평화시에 굶어 죽었다.
그럼에도 왜 무너지지 않았냐구요. 북한의 사상적 기주(記主)를 만든 황장엽이 탈북한 것처럼 이미 무너져 있다. 이처럼 분명한데 그게 두려워 무너지지 않게 공존 공영이란 명분으로 대북 지원하거나 방임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우상이었던 '쏘련'에 실망했던 잡지사진
- 이민복(대북풍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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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2, 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