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약속보단 작은 희망을 주시길

국민 통합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지금 시각 곧 6월 4일 03:28분 현재 인터넷판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이재명 대통령 당선 "국민 통합 책임 잊지 않겠다"》

"국민 통합 책임 잊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저 말에 나는 새 희망을 보기보다는 차라리 두려워진다. 말은 ‘국민 통합’이지만 자기 방식대로 하는 것을 ‘국민 통합’이라 우길 수도 있다. 내가 알기론 모든 독재자가 자기 방식의 정치 혹은 폭거를 ‘국민 통합’으로 포장했었다.

대통령으로 뽑힌 것을, 국민이 그에게 국민 통합의 책임을 지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불길하다. 그냥 당선된 것일 뿐이다. 그에게 온갖 책임을 지운 것도 아니고 모든 권리를 준 것도 아니다. 그저 5년 동안 한번 다스려 보라는 의미로 당선시킨 것이다. 당선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는 데서 과욕이 생기고 선민의식이 생기며 나아가 무리수를 두게 된다. 어떤 대통령 당선자는 '제2의 건국'을 말했고 또 다른 당선자는 "5천년 역사를 뜯어고치겠다.”며 주먹 쥔 속으로 허공을 내려쳤다. 인간이 이룰 수 없는 일을 스스로 짊어졌던 것이다.

국민 통합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름의 인정이고 포용이지 통합이 아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긴 미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국민 분열이 심하다. 그렇지만 국민 통합 운운하지는 않는다. 거듭 말하거니와 민주주의의 속성은 분열이랄 수 있다. 분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요악적으로 존재하는 분열을 ‘국민 통합’이란 명목 아래 그것을 없이 하려 해서야 되겠나.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치고 거창한 포부를 말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내란범으로 취급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또한 거창한 포부를 말했고 문재인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그 포부를 얼마나 이루었는가.

현명한 치자(治者)와 실용주의 리더십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사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 작은 일부터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박정희 각하는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권유했지 형이상학적 목표를 갖지 않았다. 김일성처럼 평생 권좌에 있던 사람도 “이밥에 소고기국”조차 이루지 못했다. 그 아들도 그 손자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5년짜리 대통령의 능력이 어찌 제한적이지 않겠나.

이재명은 49.34%, 김문수는 41.26%를 얻었다. 김문수를 찍은 41.26%가 몇천만 명에 해당하는가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의 생각을 인력(人力)으로는 어쩌지 못한다. 이 어쩌지 못할 것을 자기 ‘책임’으로 잊지 않겠다는 당선자의 말에 왜 아니 두렵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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