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만으로 타인에게 德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권성동이 어제 사퇴했다. 원내대표 자리를 내놓기 싫은 모양으로써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두리번거리다가, 분위기가 자기에게 우호적이면 그냥 눌러앉을 생각이었던지 대선에 패배하고서도 사퇴하려는 몸짓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자 사퇴하라는 요구가 총탄처럼 쏟아졌고 사퇴한 것인지 내쫓긴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사퇴를 했다. 인정 넘치는 정치보다 배신의 그림자가 짙은 정치를 한 사람이고 또 그런 모습의 사퇴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권영세와 함께 공동 모주(謀主)로서 김문수를 대선 후보에서 후차내고 한덕수로 야밤에 교체했다. 당내 투표로 결정된 대선 후보를, 식객(食客)에 불과한 비대위장과, 한시적(限時的)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통해 당선된 원내대표가 참람한 역심을 품었던 것이다. 이 일로 해서 권영세는 도망치듯 사퇴했다. 권성동도 그랬다면 오늘과 같은 불명예는 없을 일이고, 그나마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아는 사람으로 여겨져 정치를 더 할 수도 있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권성동은 그러지 않았다. 같은 권가라도 인간이 다르고, 자품(資稟)이 다르고, 그릇이 다른 모양이었다. 이제 밀려서 나갔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나.
그래도 명색이 정객이라면 진실과 사리를 따르면서 무엇이든지 할 터이면 의리에 맞도록 해야 하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어야지 고작 원내대표 자리에 연연했으니 기국(器局)은 작은데 높은 자리에 있은 꼴이었다. 이러니 하는 일마다 잘 될 턱이 없다. 이러면 그를 쓴 사람들이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기 마련이다. 김문수도 권성동을 선대위원장에 앉히지 말았어야 했고, 박근혜도 권성동의 선거를 돕지 않았어야 했다. 윤석열도 그를 우대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내남없이 일이 잘 풀렸을 것이다. 만사휴의(萬事休矣)다.
“한 갯물이 열 갯물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한 사람의 말 없는 모션이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권성동은 당연히 악인이 아니요 남을 해코지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갯물’처럼 다른 갯물을 흐려버리는 역할을 본인도 모르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있다. 권성동에게 그런 측면이 좀 있어 보인다. 이런 경우를 이전 사람들은 “살이 섞였다”고 말했다. 하필 권성동이 국회 법사위원장이었으므로 그가 박근혜 탄핵의 원고 노릇을 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문수를 내쳤으면서도 도리어 선대위장을 했다. 좋은 일이 생길 구조가 아니었던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사람 중에는 아무 액션이 없어도 존재 자체만으로 타인에게 덕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나 같은 일개 촌무지렁이의 눈에도 권성동은 그런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틀 전에만 스스로 물러났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누가 저이를 견마잡이로라도 쓰겠나.
權의 진퇴를 그윽이 보노라면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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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06, 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