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의 공정성을 인권적 측면에서 언급하기도. 워싱턴은 항상 긴장되는 곳이다. 치열한 외교전의 현장이다. 통상협상을 앞두고 국회 한미의원연맹은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적 방미단 13명을 구성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여당의 조정식 의원과 내가 공동단장으로 참여했다.

이번 방미의 목적은 통상협상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의회의 이해 폭을 넓히고, 한미의원연맹의 파트너 기구인 ‘미한의원연맹’의 설립을 미국 측에 촉구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참전기념비 헌화로 공식일정을 시작하면서, 유독 ‘Freedom is not free’ 기념공원 벽면 문구가 가슴에 턱 다가왔다. 2004년 초선의원이 된 이후 수차례 헌화하면서 보아왔던 문구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상황 때문 아닐까?

대통령 재판은 반헌법적인 결정으로 멈춰섰고, 검찰은 해체되고 있다. 방송은 시민단체와 노조가 좌지우지하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세 개의 특검은 연일 온갖 험한 기사들을 쏟아낸다. 국민의힘 정치인 여러 명이 벌써 압수수색을 당했다. 의회민주주의는 이미 파괴된 지 오래이고, 법원·검찰·언론이 장악되어 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자유와 법치가 질식되어 가고 있다.

씽크탱크 한국전문가초청 간담회, 랜드연구소, AFPI 간담회 등 다양한 일정에서 워싱턴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통상과 안보 문제뿐 아니라,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도 주시하고 있었다.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의 공정성을 인권적 측면에서 언급한 것은, 여당과 정부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라고 보였다.

주한미군 숫자 유지, 지속적 주둔을 골자로 한 국방수권법을 발의해 통과시킨 Joe Wilson(한국어로 조일선이라고 명함에 기재하기도 했다) 공화당 하원의원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Bill Hagerty 상원의원(공화당), Young Kim 하원 외무위 동아태소위원장(공화당), Ami Bera 하원 외무위 동아태소위 간사(민주당), Adrian Smith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원장(공화당), Mike Carey 하원의원(공화당), Pete Sessions 하원의원(공화당), Mike Kelly 하원의원(공화당), Marilyn Strickland 하원의원(민주당), Andy Kim 상원의원(민주당), Dave Min 하원의원(민주당), Bruce Westerman 하원 천연자원위원장(공화당), Tammy Duckworth 상원의원(민주당), Lindsey Graham 상원의원(공화당), Rob Wittman 하원 군사위·천연자원위 부위원장(공화당), 미국의 상업·군사선박산업을 활성화해 한미간 조선협력 가능성을 확장한 선박법 개정안을 발의한 Todd Young 공화당 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미의회 상하원의원 16명과 국무부, 상무부, 백악관 고위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미국 조야의 주요 인사들과 폭넓은 소통을 했다.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 이슈와 온라인 플랫폼법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게만 차별적으로 부당한 규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지금까지 한국이 이뤄온 1,000억 불에 달하는 대미 투자 실적을 비롯해, 양국 간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의 불합리한 문제점, 특히 미국 현지 투자를 위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설비·시설 등에 부과되는 사실상 이중관세의 부담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우리 입장을 전달하였고, 양국 간 상생과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이 전한 미국 측 핵심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미국에 줄 수 있는 협상카드를 확실히 가져와라. 둘째, 대중국 견제에 확실히 동참하라.

대한민국과의 통상협상은 단순히 경제적 계산에 그칠 일이 아니라, 한미자유동맹으로 양국이 얻을 경제안보적 상호 전략 이익이 상당하다는 점과 우리 산업계의 우려사항과 입장을 미국측에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일본과의 협상 타결 이후, 한국이 일본보다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남은 협상과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 새 정부와 미국 간의 신뢰가 두텁지 않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