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문해력 부족은 어떡한단 말인가? 이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니 허참

(존칭 생략) 이재명이가 조국과 윤미향을 다른 날도 아닌 새 출발의 상징이자 정의의 푯대 같은 광복절을 맞아 사면했다. 이에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고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몰랐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선지 어제(8.17)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

《여권 '조국 사면' 강행 속사정…"먼저 맞는 매가 덜 아프다"》

더민당 스스로 "먼저 맞는 매가 덜 아프다"고 말했다. 이는 조국, 윤미향의 사면이 비판받아 마땅한 사면 혹은 옳지 않은 사면이다는 뜻이다. 사면은 국민이 박수치는 사면이어야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한다.”는 사면의 본뜻에 맞게 된다. 그런데도 ‘매 맞을 사면’을 했다. 아무 이끗 없이 이러겠는가? 이재명의 사면 못지않게 저 사면을 논평하는 신문의 어휘 선택도 잘못돼 보인다. 저 기사의 글머리에 이런 구절이 있다

“통상 ‘정치인 사면’은 역대 정권 초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뒷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이지만, 이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 말에 어폐에 있어 보여 여기까지만 읽고 더는 읽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썼는데 이는 이재명을 칭찬하는 말로써 잘한 사면이다는 뜻과 이어진다. 역대 대통령들은 과감하지 못하고 결단하지 못해서 이재명보다 못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들린다. 저 문장에 나는 대경실색했고, 읽는 내가 민망했고, 또 나의 어휘력을 다시 짚어 보았다. 더민당 스스로도 '먼저 맞을 매'라고 한 일을 두고 조선일보는 도리어 칭찬쪼로 썼으니 더민당과 신문사가 직업을 서로 바꾸어서 논평한다는 기분이 든다' 어찌 독자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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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의 주장에 토를 달 때엔 먼저 사전부터 찾아 본다. 말뜻이 내가 아는 대로 임을 확인한 연후에 반론하는 것이다 ‘과감’과 ‘결단’이 긍정적 용어임을 알기는 알지만 그래도 싶어서 ‘과감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니 “과단성이 있고 용감하다.”라고 풀이돼 있다. 긍정적 용어임이 확인된 것이다. ‘과단성’과 ‘용감하다’는 말은 선하고 옳은 일을 할 때에만 쓴다. 옳지 않은 행동 곧 범죄행위에 ‘용감하다’ 하지 않고, 과단성 있다고 하지도 않는다. ‘결단하다’ 역시 긍정적 용어로써 어떤 장한 일을 할 때에 쓰는 단어인 것이다. 결단하다의 반대어는 ‘주저하다 고민하다’ 등이므로 저 때는 ‘결단 내렸다’가 아니라 “고민하여 결정했다. ”혹은 “힘들게 결정했다.”고 써야 보다 적합하겠다.

설혹 조국과 윤미향이 양심범이라 하더라도 사면하는 것에 논란이 있다면, 이재명이가 듣고 기쁠 단어를 써서 논평하는 것은 뼈대 있는 신문이 할 일이 못 된다. 하물며 파렴치범의 사면에 나라가 떠들썩할 뿐더러, 저 사면을 이유로 국힘당은 국민 임명식에 불참했다. 이 마당에 “이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쓰면 누가 묘한 웃음을 흘리지 않겠나.

어린이들의 문해력 부족에 대한 걱정을 누구보다도 신문이 많이 한다. 신문의 교육적 기능면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어린이의 문해력 부족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것은 없다. 그들은 자라면서 문해력을 늘릴 기회가 많다. 그러나 성인의 문해력 부족은 어쩔 것인가? “이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문장이 문해력 부족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에서 저렇게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편하게 문해력 부족으로 보고 싶다. 그렇다면 신문의 문해력 부족은 어떡한단 말인가?

조선일보가 조국과 윤미향의 사면에 대해 잘했다고 박수치는 것이라면 모르되, 아니라면 “이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쓸 일이 아니다. 이를 모르지 않을 조선일보가 저렇게 썼는 바, 독자들이 어떻다 여기겠는가. “생각이 말을 타락시킬 수 있듯이, 말이 생각을 타락시킬 수도 있다.” -조지 오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