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부산지방법원이 포괄적차별금지법 반대와 탄핵반대 등에 앞장섰던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에 대해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부산교육감 재선거를 앞둔 지난 3월 교회에서 정승윤 후보와 대담을 하고 그 영상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정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승리 기원 예배’를 갖고 “우파 후보를 찍어 정말 하나님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발언한 혐의와 대선을 앞둔 지난 5~6월 세계로교회에서 열린 기도회와 예배에서 “김문수 후보를 당선시키고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말한 혐의 등에 대해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것이 구속의 사유입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2항은 “누구든지 교육적ㆍ종교적…기관ㆍ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한편 같은 법 제58조에 의하면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하지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나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ㆍ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과거 혼탁했던 선거행태에 대한 반동으로 선거운동에 대해 과도하다고 할 정도의 촘촘한 규제 조항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오늘날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참정권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정치활동을 위축시키고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해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제한에 관한 규정, 특히 형벌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하고, 선거운동 제한의 예외에 대한 규정은 융통성있게 해석해야 합니다.

손현보 목사가 정성윤 후보와 교회에서 대담을 한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그 영상을 보면, 후보자의 교육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고 교인들에게 자신들의 신념에 맞는 후보자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하는 내용이어서 이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편 목사가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나 교단과 관계 없는 장소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예배를 주관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의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다고 하여 공직선거법 제85조 제2항의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모든 증거들이 공개되어 확보된 상태이고 대형교회에서 매 주일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에게 도망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지나친 공권력 행사입니다. 이번 영장 발부는 검찰과 법원이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적용했거나 도주 우려의 판단에 적용했던 기준과도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손현보 목사는 기독교계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출현에 앞장서 반대했던 인사입니다. 법은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교만한 권력과 그 눈치를 보는 세력은 국민의 거센 역풍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