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라! 기록하지 않으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전국민 자서전 쓰기 운동> 이 말은 조갑제 기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 자리에서 건의한 것이다. 아마도 전 국민 자서전은 이조실록 같은 국록(國錄)을 넘는 풍부한 역사 기록이 될 것이다. 이는 식민 후진국이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비약한 할 소리 많은 기록에 걸맞기도 하다.

때마침 광복 80주년을 맞아 그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 자서전 소리는 없고 대통령 국민 임명식 행사만 거창하였다.정작 건국과 부국의 초석을 놓은 이름(이승만, 박정희)이 빠진 행사를 하자니 역사 진실의 전 국민 자서전 쓰기 역시 걸맞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전국민 돈 나누어주기 <민생 쿠폰>도 전국민 자서전 운동에 돌려졌다면 얼마나 더 역사적 의미로 남았을까. 마치 밥 한 끼 먹는데 써버린 돈을 책 사는 데 쓰인 것처럼. 아무튼 전국민 자서전 쓰기는 높은 수준의 역사 의식의 발현이다.

역사 의식이 없으면 함부로 거짓말하고 사기를 친다. 대표적인 것이 김일성 3대 세습이다. 이 3대 세습이 왔다 간 자리는 사적지로 국가 비용을 우선하여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내가 있던 농업과학원 옥수수 연구소에도 1971년 김일성이 다녀갔다. 그 자리에 비석을 세우느라 온 연구소가 동원되었다. 본업인 옥수수 연구 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것에 총동원되었다. 한편 전쟁이 나면 가장 우선 보호해야 할 곳이 이곳이다. 수백 톤이나 되는 사적비를 옮길 수 없으니 모래 주머니로 덮어 폭격을 막을 준비를 하였다. 여기에 작업 동원되면서 속으로 <전쟁 나면 이 비석 지키다가 말겠다>.

김일성이 잠시 왔다 간 자리도 이 정도이니 그의 항일 업적을 그리는 것은 더 말할 것 없다. 사실 그대로 했으면 모르겠지만 엄청난 거짓말로 세웠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일성이 일제를 타승하고 나라를 해방시켰다는 <평양 개선문>, 그 아들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고향집> 등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8·15해방은 미국의 원자탄으로, 김정일 고향은 소련 하바롭스크가 진실이다. 이런 진실을 심히 왜곡한 김일성 부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저랬을까. 김일성은 중학교 2학년 중퇴생이어서 그럴까. 아니 그 아들 김정일은 대학을 나왔다. 김일성 손자 김정은은 해외 유학까지 했다. 이 3대 세습은 거짓말을 해도 영원히 보장된다고 믿고 저럴까. 내 대에 해 먹은 다음 먼 훗날에는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란 식일까. 아무튼 역사의 두려움, 역사 의식이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탈북하여 남한에 오니 역사 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이렇게 개방된 사회에서의 역사 왜곡은 북한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 8·15 광복 80주년 행사의 주역으로 띄운 김구를 보자. 김구는 백범일지를 남길 정도로 역사 의식이 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거짓말로 썼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기성이 추가 되는 것이다. 거짓말로 쓴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역사 의식이 없는 무지이다.

국부로 모실 만큼 높이 사는 김구, 그 반일의 시원은 <치하포 사건>이다. 백범 일지에는 분명 일본군 장교를 민비를 학살한 복수로 죽였다고 되어있다. 그 의로움을 배가하기 위해 시체를 난도질하고 그 피를 마셨다고 했다. 이 업적을 교육하기 위해 국군과 어린이 교양 교제로 사용한다. 아무리 의로워도 살인하고 피를 마신 것을 어린이 교양제로 쓸 수 있을까. 반일 독립이면 무조건 의롭다는 광신(狂信)인 것이다.

그럼에도 엄연히 현재도 이승만을 묻을 만큼 압도적 분위기가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 현실의 <국부>, 김구의 <치하포 사건> 하나만 사실로 언급해보자. 이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믿지 못하고 거부하는 일제 시대에 기록된 것이 아니다. 조선(1896년)의 수사 기관과 법정 판결, 신문에 난 사실이다. <치하포 사건>은 민간 일본인 약장사의 금전을 노린 살인 강도 행위이다. 김구는 사형수로 감옥에 갔고 조선 정부는 피해자에 상당 금액 보상까지 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곡되어 국부로 추앙 될 수 있을까.

김구는 백범 일지를 거짓말을 써도 괜찮다고 하며 간행했을까? 현 대한민국 정서로 보면 괜찮다는 것이 아직은 맞다. 아무튼 김구의 거짓말 배짱은 참 대단하여 성공적이다. 80주년 8·15 광복 행사와 대통령 국민 임명식에서도 찬양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인터넷이 가장 발달된 대한민국 같은 개방 사회에서 언제까지 승리할 까. 아직은 거짓말이 대단하다. 이런 정권 하에서 전국민 자서전 쓰기 운동이 채택될 분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나부터 자서전 쓰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각자가 이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엊그제 가까운 지인과 오랜 만에 첫 충돌의 원인도 자서전 쓰기였다. 좌파들이 그렇게 미워서 부정선거론에 매진하는 힘을
자서전 쓰기에 돌리라고 했다가 충돌되었다.

페인 될 정도의 산업전사였던 지인의 일대기를 자서전으로 남기는 것이 진정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가족과 후대를 위한 가장 고귀한 유산이라고 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선산 비석에 새길 문구 한 마디를 추가하며 마친다. <기록하라! 기록하지 않으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또 다음과 같은 좋은 글로 마친다. 얼마 전 조갑제닷컴에 실렸던 엄상익 변호사의 <묘지가 아니라 책 속에 들어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