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자되는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 泥棒です)"

요즘은 국민을 속이는 정치꾼들을 도적들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 泥棒です)"는 "이 세상 모든 놈들이 다 도둑놈들이다"라는 일본어 표현이다. 압축하면 '자신이 상대했던 권력자들은 모두 도둑놈'이라는 뜻으로도 풀이가 될 수도 있다. 일제시대 공주갑부 김갑순이 말한 것으로 전해 오고 있다. 오늘에 다시 회자(膾炙)되고 있다.

김갑순은 1872년 태어나 1960년에 90세로 사망했다. 일본식 이름은 '가네이 고준'(金井甲淳)이다. 김갑순은 24세에 '내장원(內藏院) 봉세관(封稅官)'을 거쳐 1906년 공주군수, 1911년 아산군수 등의 관직을 거쳤다. 이러한 공직을 바탕으로 1930년대 1000만 평의 토지와 유성온천, 조선신문사, 대전극장, 공주극장 등을 소유했다는 각종 자료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 오면서 충남 일대의 거부(巨富)가 된 것이다.

MBC가 1982년 3월부터 1983년 3월까지 한국 근대자본가들의 일대기인 '거부실록(巨富實錄)'을 5부작으로 제작 방영한 바 있다. 주인공들은 남강 이승훈, 백산 안희재, 이용익, 최봉준, 공주갑부 김갑순 등이다.

김갑순이 드라마에서 한 말이 '민나, 도로보데스'다. 드라마 방영 당시 그 시대상을 풍자한 유행어로 회자된 바 있다. 김갑순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자료는 없다. 평론가들의 주장과 해석이 분분할 뿐이다.

김갑순이 비천한 가정에서 태어나 줄타기를 하면서 격동의 일생을 살아 오면서 관리와 정치인, 갑부로 성공하기까지 자신이 상대했던 여러 계층의 인간군상들에 대한 평가와 경험담을 한 마디로 압축한 것이란 평론가들의 지적이 있다.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자기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전략이란 주장도 있다. 이상과 현실을 이분법으로 나눠 현실을 바꾸고 싶지 않거나 혹은 그런 일에 관심을 쏟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러운 정치인들에게 질린 대중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면 역설적으로 그 폐해가 대중을 덮치는 역사의 처참한 아이러니를 경계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상대하는 모든 연놈들이 도둑놈이 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까?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행한 연대(年代)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도둑도 여러 종류가 있다. 괴도, 의적(義賊), 날치기, 도적, 산적, 마적, 해적, 소매치기, 날강도, 강도. 강탈범, 좀도둑, 소도둑 등.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도 있다. 도둑이나 도적이란 단어는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와 혐오의 대상이다.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요즘은 국민을 속이는 정치꾼들을 도적들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민나 도로보'가 되는 세상의 풍경화는 어떻게 그려질까? 국민의힘 대변인 백주현이 다음과 같이 그렸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박탈하고 군 기무사를 해체해 방첩기능을 마비시키더니 간첩법 개정을 뭉개고 급기야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하고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기밀 유출, 태양광 비리와 새만금 비리, 선관위 집단채용 비리까지 밝혀낸 감사원의 권한까지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어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제거하고자 다수당의 입법폭거로 방통위를 없애버리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온갖 전과자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더니 검찰이 거슬리니 검찰을 없애고 방통위가 거슬리니 방통위를 없애는 안하무인의 만행을 지지르고 있다. 기어이 온갖 부정을 동원하여 정권을 탈취해 이재명이라는 악몽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지금 우리 세대는 가장 중요한 10대와 20대에 문재인이란 재앙을 겪었고 20대와 30대에 이 재명이란 더 큰 악몽을 겪어야 할 운명이 되었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만 해도 극우가 되는 시대, 당연한 상식을 말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 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우리의 옳은 목소리를 약화시키고자 성별로, 지역으로, 계층으로 분열시키는 그 얕은 수법에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만행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일생이 걸릴지라도 끝까지 싸워 이길 것이다.

구천(九泉)의 공주갑부 김갑순은 오늘의 한국화 풍경을 어떤 시각에서 감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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