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좋다. 수술을 하고 나왔는데도 하나도 안 아픈 것은 물론…
10월 30일 탈장 수술을 받았다 지극한 개인사이지만 또 있을지도 모를 탈장 환자에게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음을 알리고자 이 글을 쓴다.
6월 말경에 병원에서 스포츠탈장이란 진단을 받았는데 탈장은 수술만이 치료법이고 상처가 크지 않을 때 일찍 수술하는 게 낫다고 들었다. 그래서 6월 말에 바로 수술하려고 하니 내자가 “땀이 찍찍나는 여름에 무슨 수술을 한다고 그래 쌓오.” 하기에 그것도 옳은 말이다 싶어 9월 말경에 수술하기로 마음 먹었고 9월 말쯤을 예약하러 갔더니 “10월 1일부터 추석연휴라서 그때 수술하기는…”라고 해서 아 그렇구나 추석이면 애들도 올 텐데 내공(乃公. 아버지)이 없으면 서운할 테고 또 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부담이 될 텐데 싶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서 수술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니 내자가 콜록콜록 감기가 심했고 그가 낫고 나니 내가 감기로 드러눕게 되어 또 수술을 미루지 않을 수 없었다. 열흘 정도 앓고 나서 병원에 날짜 잡으려 가려 하니 내자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안 돼요. 앓았는데 몸을 좀 보한 후에 수술을 받으소.” 했다. 그것도 그렇겠다 싶어서 또다시 날짜를 미루었는데 지금은 “수술받을 천시(天時)가 아니구나” 생각하고서 무엇에든지 순응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윽고 날짜가 10월 30일로 잡혔다.
탈장 수술은 인공망을 찢어진 복벽에 붙혀서 창자가 못 나오게 하는 복강경 수술 방법과 개복(開腹)을 하는 무인공망 수술 방법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복강경 수술은 고통이 적고 수술 흔적이 적으며 재발 우려가 없다. 개복 수술은 그 반대다. 다만 인공막 수술은 이물감이 있어서 불편하다는 사람이 많다는데 나는 처음부터 이물감 같은 건 전혀 못 느꼈다. 내가 둔감한 것이 아니라면 천시와 천심에 순응하려 노력한 결과, 이런 행운이 주어졌을 것이다.
내가 간 병원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병원인데 복강경 수술을 하는 곳이었다. 수술 받기 전에 초음파검사, CT촬영. 폐기능검사 등등의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CT촬영상으론 탈장이 없다. 그러나 촉진상으로 탈장이 맞다”고 하면서 어쩌겠느냐고 물었다. 사실 다른 병원에 가서도 탈장이란 진단을 받았고, 여러 증상으로 보아 들은 소견 대로, 탈장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의사에게 “씰데 없는 소리 하지 마소, 수술이나 잘 해 주소" 했다.
수술실에 가려고 생전 처음, 남들이 밀어주는 침대에 누웠다. 어쩌다가 지인의 병문안을 갈 때 병원에서 저런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우울한 기분은 없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영화에서나 보던 동그랗고 밝은 큰 전등 아래의 침대에 사람들이 나를 옮겨 놓았다. 내 손발을 고박하는 것과 마취과 의사가 나에게 어떤 농담을 하기에 픽 웃은 기억은 있는데 “어르신 이젠 병실로 갑니다. 수술 다 끝났오.” 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싶어 수술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데요 하고 물으니 “1시간요.” 했고 입실한 지 1시간 30분이 된 것이다. 수술을 하고 나왔는데도 하나도 안 아픈 것은 마취 때문이겠거니 여겼는데 전신마취에다가 나이가 있어서 무통 마취도 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픈 것이라곤 전혀 없고 간혹 조금 우리할 정도의 느낌은 있다. 세상이 참 좋다. 이러니 탈장 수술을 받고도 제 발로 걸어서 집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일 터이다.
오늘 퇴원하기 전에 집도 의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물었다.
“얼마쯤 있다가 헬스 운동을 할 수 있소?”
그가 대답했다.
“할배. 인자 헬스는 하지 마소. 그냥 심심풀이 삼아 가볍게 드는 정도로나 하소.” 했다.
내가 또 물었다.
“술은 언제부터 먹을 수 있소?”
그가 대답했다
“영질로 못 마시오.”
내가 또 말했다
“두어 달 뒤에 통술집에서 만나자.”
탈장(脫腸) 수술 후기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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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1,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