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결국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12일 밤 9시 30분쯤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런 소회를 밝혔다.

이 보도를 보면서 "무엇이 중한디?"라는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물러나는 이에게 가혹한 비판인지 모르나, 이 시점에서 하필 저런 자가 검찰 수장으로 있었다는 게 검찰 전체의 불행이고 비극이다.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말은 그가 전혀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검찰수장 자리에 있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는 검찰을 지키는데 무엇이 가장 중한지, 가장 기본적인 직업윤리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장이 법무부장관의 압력을 받아 바꾼 '항소 포기' 결정은 비굴한 짓이고 검찰의 존재 이유를 없애는 행동이었다. 그는 순전히 정권에 밉보이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고 그런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정권 결탁이다.

대신 그런 자신으로 인해 검찰 조직 전체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됐다. 이제 '검찰청 폐지' 와 관련해 더 이상 검찰 편을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게 그가 스스로 변호하는 검찰을 지키는 행동인가.

현 정권 들어와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대검 차장검사인 그는 4개월간 검찰총장 대행을 맡아왔다. 왜 이재명 정권이 정식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계속 '총장대행 체제'를 유지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우유부단하고 심약한 검찰 수장으로 인한 '항소 포기'는 검찰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아마 노만석의 이름은 계속 언급될 게 틀림없다.

노 총장대행은 이날 밤 취재진들에게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말은 솔직한 일면이 있겠지만 한편으로 구질구질해보인다. 그대로 전달하면 이렇다.

노 대행은 "저쪽(이재명 정권)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왔다"고 감상적으로 말했다.

노 대행은 “옛날에는 (검찰이) 정권하고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며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의 문제가 돼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는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갖고 조직이 득 될 거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쪽(정권)에 가는 것도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의를 표명하니) 홀가분해 시원섭섭하다"며 "검사 생활 20년을 한 것보다 검찰총장 대행 4개월이 더 길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금일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노 대행의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퇴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대장동 항소 포기'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정성호 법무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항소 포기를 지시했느냐’는 야당의 질의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를 반대한 적이 없고 항소 포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지휘를 하려 했다면 서면으로 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정 장관은 "검찰에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도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그게 무슨 외압이 있겠나,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또 정 장관은 대통령실과 협의에 대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법무부 직원도 항소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과 의논한 바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대장동 항소 시점' 마지막 날에 노만석 총장대행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진수 법무차관은 “노 대행과 통화한 사실은 맞다. 한 차례 통화했다"면서도 "이것은 사전 조율이고 협의 과정으로, (노 대행에게)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이어 “보완수사권과 이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도 내용상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이틀 전 노 총장대행은 대검 과장들에게 “이 차관이 항소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를 내놨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로 항소 포기를 회유했거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압박했다는 의혹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