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안 당하려면 아내에게 '이 말' 꼭 해라.”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드는 말만 해주면 이혼을 안 하는 사람인가? <이혼을 줄이려면 이혼이란 말부터 드물어야>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은퇴 후 황혼 이혼 안 당하려면 아내에게 '이 말' 꼭 해라》

무슨 뜻인지 말귀는 알아듣지만 그래도 신문이 저렇게 쓰면 어쩌자는 것인가. 부부 중 어느 일방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이혼을 안 할 도리가 없는 실정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저렇게 쓰면 여자는 이혼을 요구하는 사람이 되고, 남자는 이혼을 당해야 하는 이항대립적 구도가 된다. 평화로운 가정, 이혼을 모르는 가정에 자칫 바람을 집어넣는 제목이라 하겠다.

80년대 후반부터 세상이 확 변했는데, 甲은 자유로워졌다고 말하고 乙은 느슨해졌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여성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도 두드려졌다. 김대중씨는 문패에 그의 아내 이름까지 써서 ‘김대중 이희호’라 썼었다. 이런 시류 속에서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들을 밖으로 내몰았고, 그 탓에 이혼이 급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들이 끌어다 쓴 롤모델이 소설 ‘인형의 집’의 ‘노라’였다. 노라처럼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찾으라고 뽐뿌질을 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 당시 TV를 통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인사가 된 여자, 곧 “XX 받는 XX의 XX”이란 책을 쓴 여자도 바람을 피우고 이혼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부분이다.

“이혼 안 당하려면 아내에게 '이 말' 꼭 해라.”

남편이든 아내든 이혼을 결심하기까지에는 숱한 고뇌의 과정을 거친다. 이혼을 할까 말까 하며 점을 치러 가기도 한다. 그러한데 “이혼 안 당하려면 아내에게 '이 말' 꼭 해라.”라니?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드는 말만 해주면 이혼을 안 하는 사람인가? 이혼 결심도 취소해 버리는 가벼운 존재인가. 여자가 그런 존재라면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는 그 엄마랄 수 있겠나. 여자는 남자보더 더 대자적 존재(對自的存在)이다.

기사 제목이 독자로 하여금 여자는 이혼도 손쉽게 해버리는 존재로 느껴지게 한다. 그렇다면 ‘노라’를 인형으로 취급한 남편과 다를 게 뭐 있나. 우리 사회의 이혼을 줄이려면 언론부터 이혼의 이 字도 잘 꺼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이 드물어야 일이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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