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수요도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 회사는 망하는 길 말고는 없다. 케인즈는 주식시장을 신문에 실린 미녀대회에 비유했다. 미인 대회는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수가 예쁘다고 고를 것 같다고 예상되는 사람을 고르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주식의 가치인 주가는 주식의 ‘본질 가치’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예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자산의 가치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집단적 기대의 결과라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서 신고전학파 시장주의자들은 모든 가치는 오직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노동이 아무리 힘들고 숙련돼도 시장에서 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그 사람은 일 안한 것이 된다. 팔리지 않으면 노동의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는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노동을 사려는 타인의 존재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정치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바로 시장에서의 수요자들이고 미인대회 참관자들이다. 아무리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이 정의롭고 옳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수요없는 상품처럼 무의미하다. 설사 나 개인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고 심지어 계몽(?)이라 까지 생각해도, 다수의 유권자들이 계엄의 필요성에 동의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요도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속해서 시장에 내놓는다면 팔리지도 않는 제품을 계속 생산하는 그 회사는 망하는 길 말고는 없다. 유권자들의 동의나 이해를 구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 한다면 그 정당은 선거에서 확실하게 지는 길 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의 명분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유불문하고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선거 결과는 내가 아니라 다수의 유권자들이 정하는 거니까…그게 민주주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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