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부캉이를 보내지 마시길

가치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인간 중심이어야. 굳이 돌려보내겠다면 인기가 시들할 때 보내도 늦지 않을 것. 《"부캉이 돌려보내지 마세요" 추석에만 전국서 23만명 왔다》이는 오늘 조선일보의 한 기사 제목이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부캉이’를 보러 온 사람들을 보라. 그들이 돌려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반면에 애니멀 러버 (Animal Lover)들은 알량한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내세워 속히 상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라고 난리다. 부산시 역시, “부산시 관계자는 “부캉이가 자력으로 먼바다로 떠나지 않으면, 연휴 이후 방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기사 말미에 덧붙였다.

과연 부캉이를 외해(外海)로 보내는 게 사리나 자연의 섭리에 맞겠는가를 다시 생각게 한다. 돌려보내는 것이 우선은 옳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박애주의나 그 정신 그리고 가치와 사랑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우선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나중에 동물 식물에도 미쳐야 할 것들이다. 인간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인도주의(人道主義)도 마찬가지다. 부캉이는 그 다음 문제이다.

수십만 명이 보내지 말고 그냥 북항에서 키우라고 한다면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또한 불인지심(不忍之心)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잡은 동물을 비싼 돈을 주고 사 와서 동물원에 가두고 사람의 구경거리로 제공하지 않는가. 이렇게 놓고 보면 제 발로 찾아온 부캉이를 그곳에 그대로 둔들 누가 뭐 어떻다 하겠나? 부캉이도 이미 북항에 정이 들었을지 모른다.

부산시는 독단적으로 결정 내릴 일이 아니다. 공무원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나 함부로 서툴게 결정할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나중에 그 결정이 표피적 수준에 그쳤다는 비난을 듣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부캉이의 인기가 들불처럼 일어난 이 시점에 부캉이를 보내는 건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짓이다. 그 인기가 시들해질 때가 반드시 온다. 굳이 돌려보내겠다면 그때 보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가치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인간 중심주의여야 함을 잊지 마시길.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남의 고통이 매우 크더라도 내 작은 아픔보다 마음 쓰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악랄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솔직한 진리다. 인간끼리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인간 대 동물의 관계에서랴. 만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부캉이도 스스로 안 나가고 있으니 돌려보내는 문제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봅시다."

이 말씀만으로도 지지율이 많이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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