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싸우십시오

대통령은 더이상 ‘때려잡을 대상’을 국민에게서 찾지 마십시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많은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왜 내가 투기꾼 취급을 당해야 하는 것이냐”는 성토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거주 집착’이 이제 ‘실경작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한 사례를 가려내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투기는 막아야 합니다. 불법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문제는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국민의 복잡한 삶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고, 그 원칙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잠재적 투기꾼처럼 의심하는 정책의 방향입니다.

국민은 이미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통해 그 부작용을 경험했습니다. ‘실거주’라는 원칙을 앞세워 강한 규제를 먼저 밀어붙이고, 현실과 충돌할 때마다 예외와 보완책을 덧붙였습니다. 정책은 갈수록 누더기가 되고 현장의 혼란만 증폭됐습니다.

농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투기’라는 원칙부터 꺼내 들었다가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자, 고령·질병·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은 구별하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현실이 언제나 정부가 정해놓은 몇 가지 예외보다 복잡하다는 데 있습니다. 국민 각자에게는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행정이 그 수많은 사정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투기’와 ‘선의의 보유자’를 완벽하게 판별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고 독선입니다. 그러다 보니 늘 평범한 국민들이 안절부절못하며 불안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왜 이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투기꾼’과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뿌리 뽑고 때려잡겠다며 요란한 구호를 외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비전 부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AI와 첨단산업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 청년들에게 어떤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 대통령이라면 국민에게 이런 미래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비전을 준비하지 못한 채 계엄 사태로 집권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타도하고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정해 싸우는 일만이 국정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이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부작용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으로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삶, 그리고 미래와 직결되는 국가 개혁은 소위 ‘때려잡는’ 계곡 정비와는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더 이상 ‘때려잡아야 할 대상’을 국민 가운데서 찾지 마십시오. 집 가진 국민도, 땅 가진 국민도 대통령이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싸워야 할 상대는 따로 있습니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 저성장과 저출생, 산업 경쟁력의 위기와 청년들의 사라지는 기회입니다. 국민과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싸우십시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도 이 민심의 온도가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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