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의 100년도 넘은 낡은 호텔과 노천시장을 보고.
돈으로 따져서 차이를 두기 쉽다. 돈으로 따지면 남한도 선진국이다. 하지만 역사의식으로 보면 한참 후진국이다. 그걸 느낀 것이 제네바 갔을 때이다. 2003년 유엔에서 첫 북한인권회의차 탈북자로서 나와 강철환, 북한인권시민연합 창립 원로 김상헌 선생과 함께 했을 때이다. 묵은 호텔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낡은 건물로 보였다. 감속바퀴가 다 보이는 엘리베이터이다. 그 호텔과 엘리베이터는 거의 백년 전 것이라고 한다. 한국 같으면 여러 번 부수고 다시 건설했을 것이다. 그러면 땅값이 비싼 제네바에서 엄청한 경제적 수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보다 고적(古跡)이란 가치를 더 우선하고 있었다.
아침 산보 겸 제네바 호수가를 거닐 때이다. 아침부터 시민들이 노천장사품들을 늘어놓고 있다. 내가 보건대 현대적 기준으로는 쓸모가 없는 생필품들이었다. 영어를 잘 아시는 김상헌 장로님에게 해설을 들어보니 - 저것들은 오래된 물건 즉 골동품 같은 것들이라고 한다. 먹고살 만하니 이들은 문화를 즐긴다. 고적일수록 문화가치를 높여 보는 것이다.
이들이 한심해 보였는데 역사의식, 삶의 가치를 보니 내가 한심한 놈이었다. 나도 한심하고 남한 사람들도 한심했다. 대한민국이 건립된 총독부 건물을 깨어부수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반일감정이 역사의식, 선진문화의식을 압도하는 것이다.
우리 집안도 마찬가지이다. 부친은 본래 남한 출신이다. 똑똑머저리가 되어 공산주의 이상을 좇아 월북한 것이다. 선대가 돈을 잘 벌어 선산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온 나보다 전통의식 즉 역사의식이 없었다. 그 많은 선산을 장자 형님이 다 팔아먹고 조부모 선산 1200평만 남았다. 그동안 선산 조상을 위해서는 상석 하나 달랑 해놓았다. 이 선산마저 팔아먹고 죽어야 하는데 차마 남에게 팔 수 없어 탈북한 동생인 나에게 팔아 먹는다. 그 돈은 아들 둘에게 보낸다. 그 맏아들에게 조상전통에 대해 말을 하니 - 아이고! 죽으면 다죠!. 부전자전이다.
참 다행이다. 내가 선산을 사길 잘했다. 나도 선산을 팔아먹을까 보아 당장 종친회로 등록하여 나도 다치지 못하게 해 놓았다. 현재 사진과 돌을 새긴 비석들을 하나하나 해 놓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전 월간조선 편집장 조갑제 기자에 대한 감사비도 준비되었다. 해외 남한 공관에 탈북자가 찾아가면 경찰을 부르겠어! 하며 쫓아내던 시기 유엔을 통해 보호 받을 수 있는 길을 연 공로와 감사인 것이다. 또 한 분 박현 사장에 대한 감사비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폐쇄된 북한 동포에게 정보를 유입시키는 대북풍선에 물심양면 후원하신 감사비인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 이민복(대북풍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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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13, 06: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