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도(訓導)가 일제(日帝)의 잔재라고?

조선왕조 때 교육관련 벼슬아치의 이름 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고교동창 한 명이 시조집을 내면서, 필자에게 감상평을 부탁했다. 여기에서 필자는 ‘훈도(訓導)’라는 표현을 썼다.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훈도가 일제(日帝)의 잔재라며 다른 단어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글을 한자로 변환하는 인터넷 사전에 훈도(訓導)를 치면 ‘일제 강점기 때 초등학교 교사를 일컫던 말’이라고 해설되어 있다. 또 네이버사전에는 세 가지로, 즉, ①일제 강점기 때, 초등학교 교사를 일컫던 말 ②조선왕조 때, 서울의 사학(四學)이나 지방 향교의 교관(敎官) ③ 조선왕조 때 교육을 장려, 감독하기 위해 8도에 한 명씩 둔 벼슬아치의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서양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근대어(近代語)를 만들 때, 없는 말은 창조하고, 있는 말은 그대로 원용(援用)했다. 서울을 의미하는 경성(京城)도 일제가 만든 말이 아니고, 조선왕조 때 서울이라는 입말 대신 쓰던 글말이다. 훈도도 그 중 하나다. 경제(經濟)는 경국제세(經國濟世)에서, 정치(政治)는 치국(治國)에서 원용했다. 공화국(共和國)의 공화는 중국 고사(故事)에서 그대로 따왔다.
일본인이 만들었으니 쓰지 말자고 하면 그게 가능할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근대어로서 비행기, 기차, 지하철, 전기(電氣), 철학, 의학, 과학, 사회, 동영상(動映像), 선풍기, 냉장고, 번역, 민주주의 등을 버릴 수 있나. 특히 공학(工學) 등 과학 분야에서는 100% 일본이 만든 한자말을 쓰고 있다. 한자의 본 고장인 중국은 1949년 이전에 일본이 만든 근대어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 이후에는 의미어, 음차(音借)어로 서양문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의 과거 폭압 통치는 비판하고 미워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이 만들어 썼다고 해서 무조건 버려야한다는 생각은 잘못이고 가능치도 않다. 특히 일본이 만든 근대어는 우리가 고마워하며 써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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