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혼자만 딴 세상에 살고 계신 겁니까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가만히 계십시오. 대통령께서는 집값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주택을 대량 매입할 준비까지 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90주 연속 상승 중이고 올해 상승률이 집계 이래 최고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집값 폭락의 징후를 보셨습니까. 정부가 견디지 못할 만큼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인용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께서는 이를 단단히 확신하고 계신 듯합니다.

혹시 강남권과 한강벨트 일부 고가주택의 가격 조정이 그런 확신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까? 대출을 틀어막아 집을 살 수 없게 된 것을 집값이 잡혔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보고 싶은 숫자만 눈에 들어오고, 연일 고공행진 중인 전월세 가격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전월세 폭탄이 언제 떨어질까 국민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한데, 대통령은 무엇을 보고 집값 폭락부터 걱정하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사투를 벌이는데, 대통령 혼자 홍수에 대비하겠다고 나선 격입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2022년부터 인허가가 줄어든 책임을 또다시 서울시에 돌리는 듯한 대목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인허가 감소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아직도 그토록 외면하고 싶으십니까.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무려 389곳의 정비구역이 해제됐고, 43만 호의 주택 공급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정비구역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인허가와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주택들입니다. 씨앗을 뽑아버렸으니 수확할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렇게 무너진 공급 기반을 되살리려고 다시 구역을 지정하고, 사업성을 개선하고, 인허가와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밤낮없이 뛰었습니다. 이제 겨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니 이 정부 들어와 인허가가 정상화됐다고 주장합니다. 적반하장을 넘어 사실관계까지 뒤집는 후안무치입니다.

집값 상승의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으시겠지만, 그럴수록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부터 돌아보십시오. 이 정부의 '실거주 집착'이 집값뿐 아니라 전셋값과 월세까지 함께 뛰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를 부추겼다는 비판은 이제 전문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고통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남 탓에만 열중하고, 이제는 국민의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상상 속의 또 다른 부동산 시장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가만히 계십시오. 국민이 발 딛고 사는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외면한 채, 보고 싶은 숫자 몇 개만 골라 부동산 전망을 호도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입니다.

최악의 부동산 실패 정권으로 남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주택 정책 관련 참모들부터 쇄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보고 싶지 않아도 반드시 봐야 할 현실을 이야기해 줄 참모가 곁에 없다는 것은 국민의 불행입니다. 대통령 혼자 딴 세상에 살고 계셔도, 국민들은 오늘도 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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