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 선달도 기겁한 금강산 관광

금강산에서는 무려 만 배까지 비싸게 받는 관광요금이 100% 고스란히 비밀금고로 들어간다
봉이 김 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고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 첫째, 대동강 물을 길어다 평양에 파는 물장수가 있었다. 둘째, 봉이 김 선달이 교묘한 말솜씨로든, 엽전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식이든,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평양 길목에서 물장수들로부터 물세를 받는 척하는 연기를 했다. 셋째, 이를 본 욕심이 지혜를 한참 앞서는 부자가 거의 땀을 흘리지 않고 일확천금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배짱 튕기는 봉이 김 선달을 간신히 설득해서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물세징수권을 샀다. 넷째, 허욕에 앞선 겉똑똑이 부자는 헛물을 켰다.

봉이 김 선달은 시장경제의 선각자였다. 시민들에게 무진장한 강물을 팔아서 돈을 받으면 시민도 상인도 유익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발전시킨 것이 상수도 제도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정수한 강물이 무진장 나오게 해 주는 대신 저렴하게 수도료를 받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시민들은 물 걱정도 전혀 않고 수인성 질병도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 먹는 데만이 아니라 수시로 몸을 씻고 배설물을 감쪽같이 씻어 내리는 데도 돈 걱정 거의 않고 물을 펑펑 쓸 수 있다. 이게 정상이고 이게 발전이다. 국민 잘 되고 회사 잘 되고 국가 잘 되고,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이다. 관개시설을 만들어 농업용수를 농민들에게 제공하여 저렴한 수세를 받는 것도 개인과 사회와 국가에 모두 도움이 된다.

그런 선각자 봉이 김 선달이 금강산 관광 갔다가 기겁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2005년 현재 봉이 김 선달의 종적이 묘연해진 지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 간다.
왜 봉이 김 선달이 기겁하고 도망가서 10년이 다 되도록 종적이 묘연해졌을까? 개인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조직적인 범죄 행위를, UN에 가입한 두 국가 권력과 세계적인 한 재벌이 동원된 동서고금 최대의 사기 관광의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얼핏 보기에는 돈이 전혀 안 되어 보이는 강과 산이지만 발상만 바꾸면 엄청난 경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봉이 김 선달이 일찍이 보여 주었거니와, 거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상도(商道)가 있다. 첫째, 철저히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개인과 회사와 국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둘째, 현지 물가를 적용하여 폭리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투명해야 한다. 넷째, 관광객의 자유가 보장되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볼 수 있어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안내를 구실로 감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오늘날 2백여 국가가 자연만이 아니라 인공물도 그대로 두거나 약간 변형시켜 관광객을 유혹한다. 국내외의 관광은 거대한 산업이요, 인류의 삶에 윤기를 더하는 생활의 꽃이다.

봉이 김 선달이 기겁한 것은 금강산에서는 전 세계에 통용되는 관광의 불문율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리라. 정치권력이 경제논리를 유린하여 관광요금이 적어도 현지 물가의 백배 많으면 그 만 배에 이르고, 자유가 철저히 통제되어 만나고 싶은 현지 주민을 단 한 사람도 만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관광지에 뿌려지는 돈은 90% 이상 현지 주민이나 관광회사에게 돌아가야 하고 관광지의 상인과 관광회사는 국가에 10% 많아야 20%의 세금만 내면 되는데, 금강산에서는 무려 만 배까지 비싸게 받는 관광요금이 100% 고스란히 비밀금고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봉이 김 선달은 혼비백산했으리라.

관광회사는 돈이 안 되면 언제든지 철수하거나 망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세금으로 보전해 주고 북한 정권은 수시로 협박한다. 대단한 이권인 양 생색을 내며 50년 장기계약서를 폐휴지로 만들겠다니,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회사에 넘기겠다니, 하며 공갈친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한국의 적자 기업은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자도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고, 백두산과 개성을 또 다른 관광지로 개발한다고 하니까, 그 쪽을 통해서 피 같은 달러를 보내지 못할까,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다.

봉이 김 선달이 10년이 다 되도록 종적이 묘연한 이유를 알 것 같지 않은가.
남북의 정권과 방송이 ‘공공연한 달러 상납’을 10년이 다 되어 가도록 민족화해의 상징으로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떠받들고 이를 근거로 이른바 뉴 라이트까지 합세해서 올드 라이트라는 요상한 말을 만들어 그들을 시대착오적인 외눈박이라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을 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한국에 얼쩡거리다가는 언제 북한의 2천만 주민처럼 일개 노예 내지 국가반역자로 잡혀 갈지 모른다는 것을 10여년 전에 이미 확실하게 알았음에 틀림없다. 봉이 김 선달은 자유통일이 되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전에 그가 나타날 가능성은 글쎄, 10의 마이너스 9승%쯤 될까.

뒷이야기: 이씨조선이 부패하고 타락했다고 하지만, 김씨조선과 김씨조선의 ‘동지’ 정권에 비하면 벼룩의 간이다. 이씨조선이 김씨조선을 조금이라도 따라가려면, 아마 봉이 김 선달의 사기 사건을 듣고 평양감사 장길산은 다음과 같이 했을 것이다.

평양감사 장길산은 봉이 김 선달 이야기를 듣고, 옳다구나, 즉시 평양 박치기 100명과 관군 1000명을 급파한다. 평양 박치기들은 그 길로 변복(變服)하고 한양으로 달려가 조선 제일 갑부 허 생원을 납치하여 대동강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을밀대로 데려온다. 한편, 평양의 관군들은 대동강에서 보통문 사이의 길 양편에 기치창검(旗幟槍劍)도 요란하게 도열한다. 협박에 시달리고 회유에 넘어가 허 생원은 50년 장기계약에 수결(手決)하고 선수금으로 거금 10억냥의 어음을 끊는다. 앞으로 물장수들은 보통문을 드나들 때마다 물세로 100냥을 내야 한다. 그 중의 반의반은 허 생원에게 준다. 장길산 평양감사는 양반들을 모아 신설한 물세에 이전까지의 물값을 얹어주도록 한다. 평양감사는 웅성거리는 양반들에게 물세는 전액 군자금으로 쓴다고 발표한다. 오랑캐를 무찔러 만주를 되찾겠다! 왜구를 물리치고 차제에 왜국을 정벌하겠다! 그래도 웅성거리자, 양반들이 양민들에게서 그들이 쓴 만큼 물세를 대신 받는 것을 허용한다. 마침내 조정에서는 이를 알게 되지만, 장길산이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 그를 민족의 영웅으로 떠받들고 예상 밖으로 계속 적자가 나는 허 생원의 사업이 부도나지 않도록 국가 조세로 대신 그 약속어음을 결제한다.

(200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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