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공조는 없다, 남북의 정권공조만 있을 뿐 |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또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 내의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정부가 그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한미간에 이견이 생길 것입니다. (2006. 1. 25. 盧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중에서)
북핵 문제가 미북 양자 회담에서 6자 회담으로 바뀌는 데 강산이 한 번 바뀌었다.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여러 차례 6개국이 머리를 맞대었지만, 김영삼 정부 출범 덕담으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데서 한 걸음도 진척이 없다. 제자리걸음 또는 뒷걸음이다. 13년 허송세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남경대학살을 자행한 일제의 인권탄압보다, 유태인 대학살에 희열을 느낀 나치의 인권탄압보다 극악한 북한인권 문제가 불거졌다. UN에서 내리 3년간 다들 치를 떨었다. 처음에는 미온적이던 미국도 여야 만장일치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그뿐, 미국은 이상한 침묵으로 또는 공허한 말치레로 북핵문제에 북한인권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을 줄곧 거부했다. 6자회담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꿀 머금은 꿀벌 역을 자청한 것이다.
마침내 위조지폐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다르다. 미국이 전방위로 압박을 가한다. 북핵과 위폐는 별개의 문제라는 논리로 북한과 중국과 한국을 한꺼번에 공격한다. 이보다 더 확실한 게 북한인권이지만, 6자회담을 다칠세라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던 것에 비하면, 위폐문제는 사뭇 다르다. 1인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전세계 어떤 나라도 이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세계의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범죄행위에 대한 정정당당한 법 집행에 대해 그 어떤 나라도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인권문제와는 크게 다르다. 북한인권을 공격하려면 중국도 같이 공격해야 하는데, 이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제2의 강대국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는 자본주의를 지향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공산주의를 고수하는 중국으로선 강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체제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패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권상황도 서구 기준으로, 또는 오늘날의 한국 기준으로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개혁개방 이전에 비하면 월등히 개선된 것도 사실이니까, 중국의 대응 논리도 만만치 않다.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 이것만은 증거를 충분히 쌓으면 중국도 공범의 관계이기 때문에 슬그머니 물러서지 않을 수 없는데, 무슨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 미국은 그 동안 미온적이기만 했다.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예산을 거의 배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폐문제를 다루면서 마침내 방향을 잡았는가, 꿈인지 생시인지, 2007년 예산에 2천만 달러를 배정했다. 획기적인 사건이다. 아마 김정일이 이를 알았다면 며칠 밤을 하얗게 보냈을 것이다. 기쁨조의 여우들도 귀찮기만 했을 것이다.
제네바 협약 이후 미국은 북한에 총 11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그것은 적벽대전에서 조맹덕이 거문고 타는 제갈공명의 배에 비오듯 화살을 쏜 격이었다. 김정일 정권만 공고하게 해 준 것이다. 한국은 드러난 것만 50억 달러를 넘게 보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한민족 5천년 역사상 가장 비참하게 사는 북한주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북한의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의 배만 나오게 하고 배짱만 키워 주었을 따름이다.
미국의 2007년 예산에 배정될 2천만 달러는 정반대다. 2천만 북한주민에게 단비요, 만나요, 젖이요, 꿀이다. 희망이다. 2천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1달러가 돌아간다. 각각 한 달 봉급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러나 김정일에게는 11억 달러에 비하면 돈도 아닌 이 적은 돈이 비수요, 독이요, 악몽이다. 2006년은 위폐 문제로 김정일은 머리카락이 반은 빠지고 팔목은 퉁퉁 부어 허리처럼 굵어질 것이다.
2007년부터는 북한인권 문제로, 2천만 달러 때문에 김정일은 안절부절할 것이다. 민족공조의 지령을 무수히 내려보낼 것이다. 그러면 한국에선 연방제, 6·15공동선언 실천, 전쟁불사 등이 가을바람에 김포매립지의 폐휴지가 낙엽 흉내내어 어지러이 날리듯이 온통 난무할 것이다.
탈북자에게 간 돈도 북한주민에겐 밥이요, 약이었지만, 북한정권에겐 모래요, 독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주민에게 제대로 쓰인 돈은 이 돈뿐이다. 1억 달러도 안 될 이 돈이야말로 북한정권의 급소를 친 돌멩이요, 북한주민의 목을 축인 생수였다.
민족공조는 없다. 남북의 정권공조만 있었을 따름이다. 지난 10여 년간 남북이 서로의 정권을 공고히 하는 정권공조만 있었을 따름이다. 90%의 북한주민이 치를 떠는 북한의 정권과 20%대 또는 27: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과 여당이 이끄는 한국의 정권 사이에 상부상조가 있었을 따름이다. 북한주민 90%와 한국인 80%야말로 민족인데, 이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민족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쪽은 폭력과 거짓과 선전선동에 의해 로봇 행세를 하고, 한쪽은 사기꾼 9단과 거짓말쟁이 10단을 총동원한 야바위 선거에 권력을 도둑맞고 우두망찰 그렇게 권력을 잡은 자들의 위선과 독선과 반론보도와 관제시위에 귀먹은 척 눈먼 척 속는 척하고 있다.
북한체제--공산독재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하면, 한미간에 이견이 생길 거라고--한미동맹을 깰 수도 있다고,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야 할 말을 해 버린, 내외의 기자들 앞에서 속내를 드러낸 노무현 대통령! 전세계 그 어느 국가도 북한의 종주국 중국마저 편들 수 없는 위폐문제를 두고 북한정권을 노골적으로 두둔한 노무현 대통령! 지금까지의 '민족공조'는 사실상 남북의 정권공조였음을 자신도 모르게 실토한 셈이다. 그 말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과연 알고나 있을까.
(2006. 2.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