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망해도 세계는 놀라지 않는다

사분오열(四分五裂), 자중지란(自中之亂), 고립무원(孤立無援), 사면초가(四面楚歌)--과연 대한민국은 떨치고 일어날 것인가?

사분오열(四分五裂), 자중지란(自中之亂), 고립무원(孤立無援), 사면초가(四面楚歌)--과연 대한민국은 떨치고 일어날 것인가?

(2004. 11. 20.)

[소련군과 미군의 철수]

안보상 한국에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 관계가 달려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미·소의 대결이 격화되어 언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지 모를 급박한 상황이었다. 미국이 그걸 착각한 적이 있었다. 1948년 12월 24일 북한에서 소련군이 완전 철수하는 것을 보고 남북 양국에 자주독립국가를 세우는 데 일조한다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으로, 일본열도를 미국의 최후방어선으로 설정하고 힘차게 애치슨라인을 그은 후에 1949년 6월 29일 한국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킨 지 불과 1년만에 소련의 무기로 중무장한 북한은 무인지경인 양 밀고 내려왔다. 미국은 경악했다. 아니! 저럴 수가!

[무비필환(無備必患)]

한국은 인구가 북한의 두 배나 되었음에도 국군은 10만5천으로 인민군 20만3천의 반밖에 되지 않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탱크를 비롯하여 인민군의 무기가 국군을 압도하고, 배가 곯아 떼거지 같은 국군에 비해 그런 대로 허기는 면한 데다 혹독한 훈련과 민족 해방이라는 사명감으로 사기가 충천한 인민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도적 차원에서 민주적 차원에서 세계 평화적 차원에서 캄캄한 정보에 찬란한 희망을 품고 명분에 떠밀려서, 가난하고 못 배우고 빽 없는 자들만 강제로 끌려가서 불만에 가득 찬 오합지졸에게 어수선한 나라를 맡기고 '거대한 평화의 바다'를 건너갔다가 곧바로 허가 찔려 '깊이를 알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감쪽같이, 눈뜬장님같이 속았던 것이다, 전세계의 돈과 총과 두뇌를 싹쓸이한 초강대국이!

곰과 용의 내공을 전수 받은 콩알만한 새우한테 산더미 만한 고래가 당했던 것이다! 새우의 꾀와 의지에 고래가 두 눈 번히 뜨고 당한 것이다. 아, 무서운 동이족!

[또 다시 정보에서 북한에 까마득히 뒤지는 미국과 한국]

지금 또다시 북한은 초강대국 미국과 경제강국 대한민국을 공깃돌을 번갈아 던지며 놀듯이 마음대로 갖고 논다. 역시 지금도 육이오 직전처럼 북한의 최고 무기는 다름 아닌 정보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미국은 캄캄한 밤중(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나라)에 촛불(인공위성) 두어 개 켜들고 온 동네를 정신없이 헤매듯이 오리무중의 북한을 성난 황소처럼 바라보지만, 북한은 주머니 속 동전 헤아리듯이 일부러 화난 척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면서 미국을 속속들이 꿰뚫어보고 있다. 한국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주석궁에 설치된 허블망원경으로 한국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 그나마 어둠을 비쳐볼 촛불 하나도 없고. 청와대에서 장난감용 쌍안경으로 북쪽 밤하늘의 별이라도 한 번 구경하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질까 봐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애치슨라인은 미국 외교 역사상 최대의 실책]

애치슨라인 설정과 미군철수는 200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외교실책이었다. 미국 스스로도 두 번 다시 상기시키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미국의 자존심에 이보다 큰 상처를 준 실책이 없다. 다행히 미국은 즉시 잘못을 깨닫고 UN을 설득하는 한 편 한국으로 맥아더를 보냈다. 맥아더는 역시 전쟁의 예술가였다.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켜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러나 압록강 너머에는 맥아더에 못지 않은 모택동이 있었다. 그는 전쟁의 또 다른 예술가였다. 다른 점은 맥아더는 클래식 예술가였고, 모택동은 대중 예술가였다는 것이다. 정규전과 유격전의 대결에서 맥아더는 연전연패했다.

[미완성 전쟁 교향곡]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만주폭격이었다. 시도 때도 없는 깽깽이의 연주를 일거에 잠재울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제4악장 연주를 그는 간절해 바랐다. 그러나 그는 악장(樂長) 트루먼의 일개 고용인이었다. 트루먼은 더 이상의 확전을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노 지휘자는 지휘봉을 빼앗기고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목숨을 치욕스럽게 부지하고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미완성 전쟁 교향곡을 남기고.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 (전쟁의 귀신인 노병은 적의 팔과 칼에 의해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 도리어 사랑하는 형제의 혀와 펜에 의해 노병의 고향이자 일터인 전쟁터에서 허무하게 쫓겨날 뿐이다.)

[6·25동란의 교훈]

미국은 육이오를 통해 공산주의의 실체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들을 막는 방법은 힘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한꺼번에 쏟았으면 미시시피강을 가득 채웠을 꽃 같은 젊은이의 피를 '미개인'이 사는 태평양 건너 작은 나라에서 어처구니없이 흘리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바로 저 유명한 냉전(Cold War)이었다.

육이오 이후 미국은 철저하게 공산국에 대해 힘의 정책을 폈다. 이것을 일부 깨뜨린 사람이 닉슨이었다. 그는 골수 공화당이면서 도리어 민주당 정책을 썼던 사람이다. 그는 미국이 월남에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동남아로 더 이상 공산주의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한 공은 있었지만(이광요의 회고록), 미국은 월남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정치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알았다.

[월남전과 6·25동란의 차이점]

무엇보다 육이오 당시의 한국과 달리 월남은 스스로를 지킬 의사가 없었다. 이념논쟁이 그렇게 격렬했던 자유대한은 일단 전쟁이 터지자 공산당에 대한 환상에서 화달짝 깨어나서 바위처럼 똘똘 뭉쳐서 탱크를 향해 육탄돌격도 서슴지 않았지만(미구에 닥칠 제2의 동란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절한 배신감과 낯뜨거운 수치심을 부여안고 우리 하얀 천사들이 부나비처럼 전선으로 달려가 인간 쓰레기를 청소하는 붉은 악마로 변신할 것이다.), 월남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60만 군대에서 10만 명이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희한한 나라임을 뒤늦게 알고 발을 빼기로 했던 것이다. 더 이상 공산주의가 도미노처럼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동남아는 월남전을 지켜보면서 반공정신으로 잘 무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도덕적인 흠은 많았으나 정치인으로서는 탁월한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닉슨 독트린]

닉슨은 1972년 탁구나 치고 놀자며 죽의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중공과 소련 사이의 갈등을 역이용해서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을 쓴 것이다. 또한 1973년 파리평화협정을 맺어 월맹과 월남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게 했다. 이중삼중 월맹의 침략에 대비해 두고 세계 4위의 군사장비를 무료로 주었지만, 더 이상 미군의 피는 1cc도 흘리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개죽음 당하지 않게 한 것이다. 월맹의 남침시에는 자동으로 공군이 개입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미국의 속셈은 이러했기 때문에 월남 패망 시 미국은 민간인 구출용 배와 헬리콥터만 보냈던 것이다. 바다 건너 불을 그의 후임 포드도 입을 꾹 다물고 차갑게 지켜본 것이다.

[미7사단의 철수와 박정희의 자주국방]

닉슨은 중공을 자기 편 내지 방조자로 만들기 1년 전인 1971년 한국에서도 과감히 미 7사단을 철수시켰다. 다행히 한국에는 박정희가 있었다. 그는 즉시 군현대화와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갔다. 최대한 미군을 잡아 두려고 노력하면서 후에 순진한 카터를 교육시키면서 그는 고려 3대 황제 정종의 30만 광군(光軍) 이후 무려 1,000 년만에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기로 굳게 결심했다. 자주국방하지 못한 조선시대 이래 나라의 운명이 늘 다른 나라의 총칼에 의해 결정된 부끄러운 한민족의 역사를 일거에 뒤집어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한민족 역사 1,000년의 영단이었다. 다행히 경제가 열악했던 효종 때와는 달리 한국은 착실한 경제개발로 능히 10여년 후(1985년 무렵)에는 자주국방할 수 있는 여력이 갖춰져 있었다.


[서울 올림픽과 동구의 몰락]

1988년 미국의 식민지로 알았던 한국의 서울에서 올림픽을 직접 보고 한국의 풍요로움과 자유분방함에 너무도 놀란 나머지,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낀 동구와 소련이 1989년 이후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미국은 총 한 방 안 쏘고 냉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손자병법을, 미국은 육이오를 통해 확실하게 터득한 결과였다. 한국군 5만9천명, 미군 3만4천명을 포함해서 아군 9만5천800명의 희생이 비로소 무엇보다 값진 밀알로 자리매김했다. 육이오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정신력과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세 힘에 의한 공산주의 봉쇄 작전으로 냉전에서 승리한 쾌거는 밤하늘의 별보다 아름다웠다. 인류 역사에 길이 빛날 쾌거였다.
냉전 승리의 꽃은 단연 동서독의 평화통일이었다.

[다 된 평화통일을 놓친 문민정부]

여기에 남북한마저 동서독에 이어 평화통일되었으면, 아름다운 세계평화의 그림에 그것은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정말 안타깝게도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로 밥을 다 지어 놓아 뜸만 조금 더 들이고 떠먹기만 하면 되는 것을 김영삼 정부가 펄쩍 뛰며 극구 사양했다, 흡수통일이 웬일이냐며. 웬일이 아니고 그것은 웬 떡이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한술 더 떠서 이쪽에서 밥을 지어서 애걸복걸하면서 갖다 바쳤다. 이제 저쪽에서 떠먹기만 하면 된다. 뜸도 다 들었다. 상도 거의 차렸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이상한 흐름]

세계 흐름과는 정반대로 한반도에는 괴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냉전의 출발점이 되었던 한반도 이북에는 스탈린보다 더한 독재자들인 김씨 성의 두 부자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냉전의 종착역이 되려고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가. 정말 괴이한 일이 이번에는 이남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냉전은 끝이 났지만, 한반도에는 냉전이 더욱 격화됨에도 불구하고 반공정신이 전세계에서 가장 투철하던 한국이 스스로를 미국이나 러시아나 되는 듯이 냉전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친북 세력의 온상이 되면서 친미 성향이 가장 강하던 나라에서 반미사상이 가장 강한 나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정신력과 군사력과 경제력]

월남전이나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보듯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정신력이 한국에서 사이비 평화무드를 타고 급속도로 해이해지고 있다. 괴이한 것은 월남전 당시의 월맹이나 국공내전 당시의 중공과 정반대로 북한의 공산정권은 전혀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애국자가 넘치는 한국에서 북한 독재정권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거나 호감을 갖거나 용인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을 중심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나 인구의 10%나 차지하게 이르렀다는 점이다. 언론과 학계와 노조와 대학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조직적인 영향력은 90%의 말없는 다수를 제치고 오히려 여론을 주도해서 마치 90%처럼 보인다. 말없는 다수는 어쩌다가 용감하게 겨우 신문의 광고란에서나 비분강개하다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10%의 북한 공산정권과 90%의 북한주민을 구별하여 공산정권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반공주의자를 보면, 한 하늘을 같이 이지 못할 원수 대하듯 한다. 그 욕설을 들으면 소름이 끼친다. 살인전과 10범에게도 차마 못할 욕설을 마구잡이로 내뱉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공포와 기아의 북한 정치]

사실 북한의 정권은 전주민을 공포로 코를 꿰고 기아로 목을 죄고 있다. 국경만 열리면 신발도 안 신은 채 달아날 사람이 90%가 넘는다. 오히려 한국은 책상물림들의 요란한 이론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이 선진국 못지 않게 잘 살고 그들 못지 않은 자유를 누림에 따라 경제개발 주역과 민주화 투사들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국경이 활짝 열려 있지만, 외국으로 도망가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80% 이상 긍정적인 한국의 현대사는 싸잡아 부정하고 98% 이상 부정적인 북한의 현대사에는 정통성을 부여하고서 무한한 관용으로 대한다.

[낭만적 민족주의자와 감상적 통일세력]

사탕발림으로 북한의 부자세습독재를 미워한다고 하고는, 실은 북한의 선전선동과 거의 똑같은 주장을 낭만적 민족주의자들과 감상적 통일세력들은 커닝 페이퍼나 되는 듯이 달달 외우고 있다. 지난 5년간 햇볕정책에 의한 남북의 사이비 평화무드를 입에 마르게 칭찬한다. 눈물까지 줄줄 흘린다. 북한군이 백주에 6·25동란 이후 처음으로 도발한(그 전에는 몰래 무장공비를 보내거나 간첩을 보내 테러를 가하고 시치미를 뗐음) 작은 전쟁을 서해에서 두 번이나 겪고도 우발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거나 북한군 일부 강경파의 소행으로 이해하려고 온갖 머리를 다 짜내다가, 북한 정권이 식량과 달러를 받아 주면 감격하고 그것 보라며 의기양양해 한다.

[사이비 평화무드]

현실은 어떤가? 전화 한 통 주고받지 못하고 한국 사람 그 누구도 안내원 없이는 북한 땅을 돌아다니지 못하는 상황이다(중국과 대만은 1년에 1억 통의 전화를 주고받고, 2백만 명이 마음대로 오감). 정상회담이니, 가족상봉이니, 금강산 관광이니, 식량과 비료 지원이니, 산업투자니, 경수로 건설이니, 아시안 게임 참가니, 북한 주민 전체를 인질로 삼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게 아무 소리 않고 요구하는 대로 돈과 식량을 갖다 바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을 멋쟁이로 위대한 지도자로 선전하는 역할밖에 못하는 것을 천지개벽에 맞먹는 민족화해로 확신하고 있다.

[돈만 받아 챙기는 인질범]

수백 명이 탄 민간 항공기를 납치한 인질범이 제 아무리 흉악하다고 해도 군소리 한 마디 없이 인질 중에 단 한 명 풀어달라는 말도 없이 아무 조건 없이 경찰 한 명도 대동하지 않고 달라는 대로 굽신굽신 뭉칫돈을 갖다 바치는데 안 받을 자 누구인가? 그걸 화해라고 하는가? 그렇게 당당히 받아 챙기고도 김정일은 2천3백만 인질 중 단 한 명도 풀어 주지 않고 있다. 왜?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구하면 금방 전쟁이 나서 다 죽을 줄 알고 벌벌 떨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대한민국 전체를 갖다 바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에 대한 큰 착각]

세상물정 모르는 산골소녀 같은 순진함은 끝이 없다. 한국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보통의 젊은이와 지식인들도 미국이 오로지 자기들 이익 때문에 한국에 3만7천명이나 되는 미군을 주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마워 할 것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미국의 북침에 의한 한반도의 전쟁을 걱정한다.

대단한 착각이다. 이제 한국은 안보상 미국에게 이익될 게 없다.
왜?
미국으로서는 이제 러시아와 중국이 선의의 경쟁자이지 더 이상 주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냉전이 끝난 것이다.
이제 중·소와 맞서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어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이 한반도보다 월등히 크고 자원도 풍부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철수했지만, 손해 본 것 하나도 없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기껏해야 북한의 일본 침략 가능성인데, 설령 북한에 의해 적화통일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일본은 실질적으로 미국 다음 가는 세계 2위의 군사강국인데다가 미군까지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미군은 언제든지 철수 가능]

계속 반미운동이 거세지면 미국은 한국이 망해도 월남 망하는 것을 지켜보듯이 바다 건너 불구경할 것이다. 미군 3만7천명과 그 가족, 그리고 상당수의 민간인을 안전하게 피신시킨 다음에.

촛불 시위를 보고 미국에서 노골적인 미군철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우리는 섬뜩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월남처럼 스스로 분열된 나라에서 미국은 더 이상 개죽음을 하기 싫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혈맹은 혈맹을 지키는 나라에게만 유용할 따름이다. 우리는 박정희 이후 자주국방의 길을 거의 포기한 상태이다. 유비(有備)면 무환(無患)이지만 무비(無備)면 필환(必患)이다.

[한국 경제가 몰락하면 세계 경제가 웃는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
세계 12위의 경제강국에 미국의 투자가 100억 달러가 넘기 때문에?
이것도 대단한 착각이다.
왜?
동남아와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망하면 세계경제는 꽃이 핀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와 일본이 그렇다.
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지금 전세계가 공급과잉으로 1929년의 대공황보다 더 심한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의 초과가 엄청나다. 인류 역사상 이런 적이 없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은 끝이 없다. 반값이 아니다. 10분의 1, 20분의 1 값에도 수지를 맞춘다. 이젠 싸구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최첨단 기술과 접목한 생산품이 산더미같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 때문에 전세계의 공장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발빠른 회사는 중국으로 공장을 통째로 옮겨가고 있다. 자연히 서구와 미국, 일본에서는 실업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공황 직전이다. 한국에서 대규모 전쟁이 터지거나 한국이 망하면 이 세계적인 위기가 즉시 해결될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가 없어지면 즉시 대만이 세계 1위가 된다. 한국의 휴대폰이 사라지면 노키아와 모토롤라, 에릭슨, 소니가 공전의 호황을 누린다. 한국의 자동차가 박살나면 미국과 일본, 독일이 쾌재를 부른다. 한국의 철강이 녹슬면 중국이 즉시 독보적인 세계 1위로 올라선다. 한국의 조선이 침몰하면 일본과 중국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한국의 섬유가 불타면 중국과 동남아가 밤잠을 못 자면서도 행복해 한다. 한국의 가전제품이 분해되면 일본과 중국과 동남아의 조립공장이 풀가동된다. 덩달아 미국 경제도 체증이 내려가면서(재고품을 싹 정리하면서) 되살아난다. 무엇보다 미국은 전쟁 특수에서 가장 큰 이득을 챙기게 된다. 그에 앞서 1년에 30억 달러나 되는 주한미군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

[태풍 전야의 촛불]

시간이 없다.
정말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 태풍 전야의 '촛불'이다.
자기 국민의 피눈물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정치집단은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고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김정일 정권은 배고파 국경을 넘은 자기 국민을 처형하고 가두는 무자비한 정권이다. 김정일은 개혁개방해서는 이제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30년도 더 걸리는 피 말리는 일이다. 그래도 전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1979년의 남포 개방도시]

1979년 3월 등소평이 심천수출특구(1980년부터 경제특구가 됨)를 지정하는 것을 보고, 김일성이 제까닥 바로 그 해 곧 1979년 11월에 남포시를 개방도시로 지정하여 요란을 떤 적이 있다. 물론 거기엔 폐허만 남았다.

[명령과 지시로 안 되는 경제]

경제는 의욕과 계획, 명령과 지시로 절대 꽃피지 않는 법이다.
시장경제는 처녀 젖가슴 만지듯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YS와 DJ마저 시장경제를 변학도가 춘향이 다루듯 했다.)

결혼을 빙자하여 겁탈하면 경제 처녀는 얼굴에 함박꽃을 피우기는커녕 악에 받쳐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린다. 그게 바로 북한의 경제 현실이다. 신포지구, 신의주특구, 금강산특구, 개성공단? 동네구멍가게라도 하나 해 보고 희망을 갖기 바란다. 한국의 학자, 정치인, 언론, 정말 대책 없다. 구멍가게 안에 '위대하신 수령님'과 '경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붙여 놓고 따발총, 수류탄, 칼, 몽둥이를 잔뜩 갖다 놓고 인상을 험악하게 긁으며 동네사람들에게 과자랑 음료수랑 콩나물이랑 사 가라고 목소리를 깔아 보라. 누가 사 가나!

['남조선'은 너무도 탐스러운 금단의 열매]

개혁개방 대신 '남조선'이란 금단의 열매가 있다. '공화국'보다 백 배, 천 배 맛있는(잘 사는) '남조선'이 있다. 공식환율이 아니라 시장환율로 하면 북한은 전재산이 100억 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실질 일인당 국민소득은 700달러가 아니다. 100달러 정도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900달러인 중국이 북한보다 10배는 잘 사는 것을 생각해 보라. '남조선'을 접수하면 단숨에 3조 달러 이상을 벌 수 있다. 은행 저축만 해도 1,200조원 곧 1조 달러이다. 외환보유고만 해도 1,000억 달러가 넘는다. 공장만 해도 1조 달러 이상이다. 월남 패망 직전의 분위기만 만들면, 이건 식은 죽 먹기다. 단숨에 부자 나라가 된다. 에덴 동산을 만들 수 있다. 잘하면 공포탄 몇 방 쏘고 접수할 수도 있다.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나라]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적과 친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나라도 반드시 망한다.

그런 나라는 망해도 아무도 동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으로 자기 나라에 돌아올 이익을 따져보고 이불 속에서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에필로그]

미군이 철수하고 적화통일되면, 어떻게 될까?
즉시 중국이 쳐들어온다.

(명분이야 만들면 된다. 국가간에는 오직 힘이 있을 따름이다. 임진왜란 때도 평양성 탈환 이후 명은 왜구와의 전쟁을 극력 피하면서 조선을 반으로 갈라 일본과 분할 통치하려고 비밀 협상을 벌이다가, 이를 꿰뚫어 본 이순신 장군의 단호한 전쟁 감행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한말 때도 청일전쟁에서 청이 이겼으면 조선은 중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구려에게 수없이 당한 앙갚음을 드디어 1,300년만에 하게 되는 셈이다. 아시아 주변에서 있으나마나한 인구 3백만의 몽골 외에 유일하게 남은 인구 7천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건재한 한반도를 그들이 가만 놔 둘 리가 없다. 압록강과 두만강에는 탈북자 잡는 오합지졸만 있을 뿐이므로, 중국 인민군은 총 한 방 안 쏘고 휘파람을 불면서 북한에 진주할 수 있다. 한반도만 접수하면 중국은 능히 미국과 겨룰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부(1년 총생산 5천억 달러)가 중국 부(1년 총생산 1조 달러)의 반이나 되기 때문이다.
재주(적화통일)는 곰(북한)이 넘고 돈(대한민국)은 되놈(중국)이 번다.

미심쩍으면 월남의 적화통일 후 중국이 월남에 쳐들어간 일을 상기해 보라. 또한 티베트를 보라. 중국은 군대를 투입할 수만 있으면 주변국에 정말 잔인하다. 강택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은 저 점잖게 보이는 호금도가 바로 티베트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공로로 승승장구한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이미 그는 엄청난 보상금을 걸고 만주의 탈북자를 대대적으로 색출하고 있다.

(200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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