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아예 없애야 한다

그러면 한국 영화가 5년 안에 국내서 미국 영화를 압도하고 10년 안에 세계서 미국 영화와 어깨를 겨룰 것이다.

버스 타는 서민이 왜 외제차 타는 배우를 먹여 살려야 하는가? 오늘날 한국은 진실과 거짓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고, 선과 악이 흙탕물처럼 뒤섞여 있다. 점입가경,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에 기대어 거짓이 진실의 가면을 쓰고 거들먹거리고 악이 파르르 떨면서 선을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과 민중을 소리 높여 외치는 자들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

연일 은막의 스타들이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크린 쿼터 146일을 73일로 축소하려는 정부의 신선한 충격에 인기와 부와 미모를 독점한 스타들이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비분강개하고 있다. 을사오적을 규탄하듯이 노무현 정부를 규탄한다. 시대착오적인 정책만 골라서 하는 정부가 모처럼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 걸맞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그걸 역사에 길이 남을 매국적인 정책으로 개탄한다. 외제품을 골라 쓰는 스타들이 국산품만 애용하는 애국자연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국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경제적 국익과 문화적 국익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들이 주장하는 국익이란 무능력하고 나태하고 독선적인 극소수 영화인의 경제적 이익을 아름답게 포장한 것일 뿐이다. 1천여 객석에서 겨우 대여섯 명이 146일 동안 하품 반 졸음 반으로 시간을 죽이는 국산 저질 영화가 무슨 한국 문화를 전승하고 창달한다는 말인가. 한글을 익히기 전부터 일본 만화에 푹 빠지고 ABC도 배우기 전부터 미국 가요에 완전 개방된 한국인들이 TV로 인터넷으로 재미있다면 미국 영화 안 보는 것 없는 알 것 다 아는 나이에 재미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국산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연해야 하는 속이 새까맣게 타는 극장주로부터 깡패가 '세금' 걷어가듯이 강제로 돈 뜯어내기 위한 스크린 쿼터를 무슨 국익이라고 내세우는가.

정말 걱정된다면 백지상태인 어린이들로부터 일본 만화와 일본 만화영화를 금지시키고, 정말 염려된다면 가치관을 재정립하기 시작하는 청소년들로부터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중독성 강한 미국의 오락물을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에 열광하지만 일제침략을 잊는 어린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고, 스타크래프트의 세계 랭킹을 휩쓸지만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분개하지 않는 청소년은 가물에 콩 나듯이 드물다. 문화충격을 딛고 마침내 일본 만화의 장점을 배우고 미국 게임의 우수성을 익혀 한국인의 정서에 맞으면서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국 만화와 한국 게임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요도 마찬가지이다. 서태지 이후 미국 가요에 대한 열등 의식을 싹 극복하고 후에 아시아를 휩쓸 한류 열풍을 착착 준비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일부 개방한 이후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할리우드에 맞서 50% 이상을 장악한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또 어디 있는가. 게으름을 부지런함으로 모방을 창조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여기저기서 영화인들이 똘똘 뭉쳐 밤잠 안 자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대한민국은 경제에서 20세기 후반 단연 세계최고의 기적을 낳았다. 연필 한 자루 못 만들던 나라가 눈이 어지럽도록 개방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개혁함으로써 세계 5위의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섰다. 삼성 반도체와 휴대폰, 엘지의 LCD와 현대자동차, 포항제철을 생각해 보라. 반면에 북한을 보라. 거기는 외교관도 자녀 한 명 이상을 반드시 인질로 남기고 해외로 가야 하는 극도로 폐쇄적인 땅이다. 영화도 가요도 온통 수령님과 장군님 찬양 일색이다. 결과는 대량살상무기와 수시로 국익과 장군님을 앞세워 민가를 습격하는 120만 군대뿐이다. 일제가 건설해 준 발전소 덕분에 1948년까지만 해도 한국에 전력을 보내 주었지만, 이제는 전기가 없어 공장도 20%밖에 가동 못한다.

한국인을 믿자. 그 저력을 믿자. 한국인은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야성이 차고 넘친다. 한국인은 사하라 사막에 던져두어도 전갈을 잡아먹으며 살아남고, 남극에 떨어뜨려도 크릴새우를 잡아 세계적인 부호로 거듭난다.

스크린 쿼터, 아예 없애야 한다. 그러면 한국 영화가 5년 안에 국내서 미국 영화를 압도하고 10년 안에 세계서 미국 영화와 어깨를 겨룰 것이다.

모처럼 정신 차린 노무현 정부는 4천억 원 지원이니 뭐니 하여 스크린 쿼터 축소를 안 하느니보다 못한 눈감고 아웅하는 정책을 버리고 한 푼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완전 개방해야 한다. 그러면 우선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겠지만, 5년 안에 칭찬을 대형 물탱크로 들을 것이다.

(2006.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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